2007년 02월 01일
나는 흑마다 3 (By 영원의 나라/ 파멸의 나라)
10. 만남
ㅡ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alfred d. suja -
==========================
여기저기 삼삼오오
유모차를 끌고나온 가족들의 모습들 사이에
남녀쌍쌍 커플로 나들이를 온듯 여기저기 환한 웃음들이 보인다.
'후..... 내가 여기를 왜 왔을까.'
아무래도 괜한 짓을 한 것 같다.
.
.
.
.
.
.
.
"삼촌!!!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요? ㅇㅅㅇ)a"
"응? -_-"
뜬금없이 사냥중에 말을 꺼내는 영원이.
오호. 이놈봐라. -_-
"전.화.번.호. 가르쳐달라구요!!"
"........ -_-)a"
죽음의탄광 이후로 둘이 같이 사냥다닌지도
벌써 한달정도가 지났다.
그동안 조금 무대뽀(?)같은 녀석의 행동에
당황한게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오늘은 좀 더 과감하게 느껴진다.
"빨리욧!! ;ㅁ;)/"
스타카토를 주어서 말을 했음에도
내가 자꾸 딴청을 하며 말이 없자
재차 다급하게 재촉을 한다.
"그건 알아서 뭐하려고. -_-"
영원이도 어느새 레벨 30.
하지만 내눈에는 항상 렙 1짜리 초보로 보인다.
내가 만랩이니 당연한 건가. -_-
"아놔!! 쫌 갈쳐줘바바욧!! ;ㅁ;"
"..........-_-;"
내앞에서 마구마구 점프를 하며 떼를 쓰는 녀석.
아무리봐도 휴먼이 아니라 노움같다. -_-
"그게... 난 전화번호가....."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내가 졌다. -_-
살짝 /w 를 눌러서 영원이에게 귓말을 보낸다.
"016-XXX-XXXX "
갑자기 방방 뛰던 녀석이 잠잠해진다.
그리고 잠시후 까르르 웃는 모습으로 말을 꺼낸다.
"우후후!!! 저장완료!!! +ㅂ+)/"
...왠지 실수한 것 같다. -_-
갈수록 이녀석 필살기가 늘어간단 말야.
"너 장난전화 하면 안됀다."
"오호호호호!!!! 안들려요!! 안들려요!!"
그냥 장난전화 한다고 해라. -_-;;
사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요사이 한달동안 몇번의 야근과 출장때문에
영원이와 같이 사냥을 못한적도 종종있었다.
그러다 다음날 부랴부랴 접속해보면
전날 경험치에서 별반 차이가 없는 영원이의 렙업바.
"너 어제 퀘스트 안했어?"
"도리도리"
"그럼 저녁내내 뭐한거야?"
"삼춘 기다렸어요. ;ㅂ;)a"
진짜 바보다.
아니, 내가 없어도 혼자 사냥도 하고
퀘스트도 해서 업을 해야지.
언제올지도 모르는 사람ㅡ 마냥기다리고 있는게 정상인가.
"왜 시간 아깝게 나 기다리고 있는건데!!! 경치올려야지!!"
"그래서 여관안에서 기둘렸어효!! 'ㅁ')/"
.
.
.
자랑이다. -_-
여관안에다 세워놓고 종료하면 경치 2배로 먹는다는 이야길
괜히 해줬나보다.
"너 바보지. -_-"
"....;ㅂ;)a"
기껏 친구추가 하는법 알려줘서
내가 접속했을 때 같이 하자고 해줬더니
이젠 나 없으면 아예 움직이지도 않고 여관안에서 앉아있다.
"다른 사람들이랑도 팟으로 퀘스트 해야지!!"
"...삼춘없으면 와우 하기 싫어효. ;ㅂ;)/"
후....
이러니 내가 접속을 못하는 날이면
얼마나 맘한구석에서 신경이 쓰이겠는가.
전화번호라도 알면 문자라도 보내서
'오늘 삼촌 야근하니까 혼자해.'
혹은
'회식이라 못간다. 내일 같이하자.'
이렇게 알려줄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에
아쉬웠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특히, 그늘숲과 레이크샤이어 퀘를 할때는
뒷치기를 심하게 당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혼자다니질 않으니, 그런일은 없었다.
운이 좋아서 였을까.
영원이는 호드를 만난적이 없다.
아마도 옆에 항상 내가 따라다녀서 일지도 모르겠다.
도적이 은신으로 보아도 날 보고 피할것이고
일부러 뒷치기하러 오지않는 이상
호드가 그늘숲에 올 일은 별로 없을테니까.
어쩜 영원이는 아직 쟁섭과 일반섭의 차이조차 모를지도...
아니, 호드가 어떻게 생긴 종족인지는 알려나. -_-;;
.
.
.
.
.
"띵동~!!!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내일은 토요일이고해서
영원이를 들여보내고 간만에 알터렉전장 이라도 한번 뛸까싶어
전장대기를 하며 담배를 한대 태우고 있을무렵
첨보는 번호와 함께 문자가 하나 들어왔다.
'삼추우우우운!!!! 누구게효??>ㅂ</'
.........-_-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자판을 눌러
열심히 문자판을 꾹꾹 눌러 답신을 보낸다.
참고로, 난 문자에 서툴다. -_-
'영원이'
금새 답신이 온다.
'정답!!!! >ㅂ<//'
....얘가 날 바보인지 아나. -_-;
'빨랑자!'
'잠이 안와효. 놀아줘효 ;ㅂ;)/'
'-_-;'
의외로 문자를 주고받는 것은
재미가 있었고
나는 모니터위로 두둥소리와 함께
알터렉 입장 메세지가 뜨는것 조차 무시해버렸다.
심지어, 와우가 튕겨서 실행이 종료될때까지
난 영원이와 문자를 주고받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음.... 저대로 냅두면 지가 알아서 꺼지겠지.'
절전모드란 참 좋은것 같다.
사실, 영원이가 게임을 접속종료한 후에는
뭔가 중요한 것을 잃어 버린듯한 허전함에
멍하니 혼자 아포 구석진곳에 앉아있곤 했었는데
이렇게 문자를 주고받으니
그 허전함이
어느덧 눈녹듯이 사라져 버린다.
'삼촌!'
'응?'
'우리 낼 데이뜨해욧!! 'ㅁ')/'
'-_-;'
이녀석.. 이런 과감한 말을!!
잠시 생각해보니
아까 전화번호 달라고 징징댄것은
내일이 내가 쉬는 날인 것을 파악하고
계산에 넣은 게 틀림없다
'흠....'
'왜요?'
'너... 삼촌이 남자는 다 늑대랬지.'
'네. ;ㅂ;)a'
'근데 내일 단둘이 보자고?'
'그럼...안돼는 거에효? ;ㅁ;"
나는 아주 잠시 고민을 한다음
답신을 보냈다.
'아니, 돼. -_-'
'와와!! 진짜효!!?? ;ㅂ;'
사실, 내가 겁낼게 뭐있겠냐. -_-;
죄진것도 아니고.
'그럼 우리 에버랜드 가효!! >ㅂ</'
'엥? 에버랜드?'
'응!! 나 거기 한번 가보는게 소원이었어효.'
워;;; 에버랜드도 한번 안가봤나;;;
갑자기 조금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낼 에버랜드 정문근처 베이커리 벤치에서 보자!'
'몇시요?'
'음... 11시.'
'네에!!! 삼춘 낼봐욧!! >ㅁ</"
.
.
.
.
그렇게 우린 문자를 마무리 하고
잘자라는 인사와 함께 문자를 끊었다.
그리고 나는 새벽 세시까지
뒤치락거리며 잠을 설쳤다.
아까 커피를 괜히 마셨나보다. -_-
분명히 커피탓이야. 이렇게 잠이 안오는 건.
혼자 중얼중얼 거리며 밤새도록 양을 세었다.
.
.
.
.
.
.
"혹시......... 삼춘?"
잠시 넋을 놓고 벤치에 앉아서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
내 옆에서 나를 보며
5월의 봄날 햇살보다 더더욱 눈부신
환한 미소로 서있는 것은
바로 영원이리라.
"은빛삼춘 맞죠??"
"아..... 으응."
163cm정도의 아담한 키.
아이보리색 터틀넥 티에 분홍색 가디건.
버버리문양이 새겨져있는, 조금 짧은듯한 치마.
무릎가까이 올려져있는 루즈싹스 타입의 흰색양말이
조금은 어색한듯...
손가방을 뒤로 들고 서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살짝 뛰었다.
'아... 영원이구나.'
나는 벤치에서 살짝일어나
나를 부른 그 여자의 얼굴을 천천히 올려다 보았다.
"아이참, 쑥쓰럽게 삼춘은 왜 아무말도 안해요. ㅎ"
비로서 마주한 영원이의 얼굴.
커다란 검은 눈동자에 하얀색 피부.
어깨까지 내려오는 단정한 긴머리에 하얀색 머리띠.
약한 화장을 하긴 했지만 조금은 앳띈 모습.
본홍색 립스틱에 햇빛이 반사되어
수줍게 웃고있는 그 모습은
내가 생각해왔던 영원이의 그 어떤 모습보다도
아름다왔다.
"바... 반가워. 영원아, 내가 삼촌이야."
워ㅡ 뻘쭘해라. -_-
한가인을 닮았다고 생각했지만
그보다 영원이가 두배쯤은 더 예뻤던 것 같다.
서로 상대방의 닉을 불러 재차 확인하고 나자
비로서 영원이도 웃음이 난다.
"오래기다렸어요?"
"아니, 나도 지금 막 왔어."
영원이의 큼지막한 눈동자에 장난끼가 살짝 돌더니
갑자기 내팔을잡고 팔짱을 깊숙히 끼고는
날 잡아 이끈다.
"가요, 삼춘.ㅎㅎ"
아놔... 가심떨리게시리.-_-;;
우린 매표소 앞으로 가서 줄을 섰다.
"삼춘! 나 해보고 싶은게 진짜 많았어요. 오늘 각오하세요!! ㅎㅎ"
"아... 그래."
매표소 건너편으로
놀이기구들의 모습이 보이고
그런 우리를 향해 미소를 짓듯
공연단의 음악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화창한 햇살은
처음만난 우리둘을 축복하듯
그렇게 머리위에 내리고 있었다.
11. 추억만들기
ㅡ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 볼 때
당신과 함께한
모든 일들은
내게 너무나도 과분한
큰 선물이었습니다.
==========================
"삼춘!! 우리 바이킹 타러가요!! "
워... 무슨 여자가 이리 지치지도 않냐.
분명히 여기 오기전에
에너자이저라도 삶아먹은 모양이다. -_-
"우리 조금 쉬었다가..... ^^;;"
"안돼욧!! 벌써 오후 두시란말에요!! 아직 못탄게 얼마나 많은데!!"
"....................ㅜㅜ"
들어오자마자 입구쪽에있던 '허리케인'부터 시작해서
'브레이크댄스', '독수리요새'등등
벌써 놀이기구만 4개는 탄것 같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아오... 이런 무서운 걸 도대체 왜들 타는 거얏!!! ;ㅁ;
"칫... 삼촌 벌써 지친거에요?"
"아니... 그게 아니라;;;;"
입장이 완전히 거꾸로 됐다.
와우안에서는 내가 일방적으로 리드를 하다가
현실에서는 거꾸로 리딩을 당하니
음.. 뭐랄까.
전사가 인던안에서 마법사에게 풀링을 뺏긴 기분같은 것일까. ㅠㅠ
"음... 그럼 삼춘!!"
"응?"
"우리 저거 먹으러가효."
오오ㅡ 듣던중 반가운 소리.
영원이의 맘이 변하기 전에 후딱 가야겠다.
내 손을 잡아끌고 영원이가 당도한곳은
숯불그릴위에 소세지와 치킨등을 팔고있는
작은 야외 스낵코너였다 .
"삼춘!! 나 저거 사줘요!"
"음.... 어떤거 먹을래?"
"다 먹을래요!! 다 사줘욧!! >ㅂ<"
"알았어. 그럼 저기 자리 맡아놓구 있어"
"네!!"
나는 스넥바에 있는 치킨이며, 소세지
음료는 물론이고
안쪽 깊숙한 곳에 들어가서
떡볶이와 오뎅, 거기에 버터오징어까지 사왔다.
여기서 먹을껄 왕창 먹으면서
시간을 벌어보는 거야. -_-
"켁..... 이걸 다 누가 먹어욧!!"
"..........-_-"
커다란 쟁반위에 음식물을 한가득 들고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 모습을 본 영원이가
기가막히다는 듯 입을 딱 벌리고 있었다.
지가 다 먹는대놓구. -_-
"아이구!!! 내가 정말 못살아!! ㅋ"
".........-_-)a"
언젠 우리가 같이 살았냐. -_-
========
오늘은 화창한 토요일.
여기저기 유모차를 끌고다니는
단란한 가족들의 모습들도 자주 눈에 띄었고
5월이라는 시간은, 정말 모든 것을 아름답게 하는 것 같다.
"삼촌, 저기봐요."
"응?"
영원이가 손끝으로 가리킨 곳에는
노란색 모자와 유니폼으로 단장을 한
유치원 아이들이 두줄로 걷고있었다.
"너무 귀엽다... ㅎㅎ"
흠... 귀엽기도 하겠다.
저녀석들이 쫌만 커서 초딩이 되면
삼단변신 로보트보다 더 변형을하여
세상을 습격하는 괴물들이 된단다. -_-
"참새~"
"짹짹~"
"병아리~"
"삐약삐약~"
여선생의 구령에 맞춰
서로 손을 꼬옥 붙잡고
하낫, 둘, 걷는 모습들....
흠... 뭐 귀엽긴 하군. -_-
"삼춘!! "
"응?"
갑자기 그 큰눈에 장난기를 잔뜩 머금고는
내게 불쑥 말을 꺼낸다.
"삼춘은... 돼지."
.......응......-_-?
"세상에 그 많은 걸 혼자 다 먹잖아요!! ㅋ"
"........"
지도 먹으면서. -_-
"참새!! 짹짹!! 삼춘!! 꿀꿀!!"
"..........-_-;;"
그래, 그렇게 갖구 놀다가 제자리에만 갖다놔라. -_-;
뭐가 그리 좋은지
영원이는 여기저기 눈에 띄는 것마다
모두 눈속에 담으려는 듯
음식을 먹으면서도 연신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진짜... 에버랜드 첨이긴 한가보다. -_-
"삼춘!! 우리 가욧!!"
헉... 벌써 다 먹었네;;;
그래도
아직 버터구이 오징어는 남았는데.... ;ㅛ;
"이번엔 어디랬죠?? 동물원쪽?"
"으... 으응!!"
내 팔에 깊숙히 팔짱을 낀 채
다른한손에는 오징어 봉지를 들고
영원이는 동물원이 있는 지역으로 뛰기 시작했다.
워... 아가씨. 제발 천천히 좀 가자구.
나 아직 소화도 안됐단 말이닷.ㅠㅠ
===============
"와!!! 진짜 너무 귀엽다!! ;ㅂ;"
"거봐. 내말 들음 좋다니깐. -_-"
.
.
.
에버랜드에 들어오기전에
입구 매표서 왼편에 보면
제과점과 작은 편의점이 하나씩 있다.
나는 영원이를 기다리면서 그곳에 들러
새우깡 한봉지와 커다란 건빵을 한봉지 샀다.
"응? 삼춘 그건 모에요?"
"이따가 보면 알게 돼. ㅎ"
우리는 동물원 지역을 거닐다가
작은 다람쥐원숭이를 어깨에 올려놓고
거닐고 있는 사육사를 보았고
나는 자연스럽게 새우깡 봉지를 뜯어
영원이에게 건넸다.
"가서 줘봐봐. ㅎㅎ"
"어? 그래도 돼요?"
조심스럽게 새우깡을 들고 다가서서
원숭이에게 주는 영원이의 모습.
"와!! 어떡해!!! 너무 귀여워!! ;ㅂ;"
다른 커다란 원숭이들과는 달리
다람쥐 원숭이는 굉장히 작다.
식성이 좋아 어떤것이든 모두 좋아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먹는 모습이다.
새우깡을 주면 손으로 받는데
양손으로 하나씩 쥐고
너무도 맛있게 먹는다.
사람으로 치면 커다란 바게뜨빵을
양손에 하나씩 쥐고 먹는다고 해야하나. -_-
아니다. 가래떡을 쥐고 먹는 정도겠다.
"삼춘!! 진짜 너무너무 귀엽죠!! ;ㅂ;"
우리에게 살짝 인사를 하고 또 다른곳으로 사육사가 가자
내 어깨를 마구마구 안마(?) 하면서
영원이는 어쩔줄 몰라한다.
..............아프다. -_-
"그럼 다음 코스로 가볼까?"
"와!! 또 있어요?"
"당연하지. -_-"
기회는 이때뿐이란 말이다.
내가 놀이기구를 안타도 될 절호의 찬스를 만났는데
그냥 넘어갈 것 같니. -_-
"아 참, 저기.... 원숭이들한테 남은 새우깡은 주고 가자"
"네에~ㅎㅎ"
시간끌기 일단 성공. -_-
=======
영원이는 우리안에 원숭이들에게
새우깡을 하나둘씩 던져주며
연신 공을 쏟는다.
"아우!!! 자꾸 저 큰애가 다 받아먹어효..ㅠㅠ"
"아우!! 저기 아가 엄마한테도 던져줘야 하는데!!"
"아우!! 야, 너 혼자 다 먹지마!!! ;ㅁ;"
.....혼자 잘 논다. -_-
이윽고, 새우깡은 금새 빈봉지가 되고
안타까운 눈빛으로 나를 보는 영원이.
역시 과자가 떨어져야 나를 보는군. -_-;;
"...저쪽으로 가보자."
"네!! ㅎㅎ"
우리는 다음코스를 향해 길을 떠났다. -_-
==========
"까약!!! 삼춘!!! 봤어요?? 어쩜좋아!!"
"응, 봤어. 그러니까 진정해. -_-"
우리가 건빵봉지를 들고 도달한 곳은
다름아닌 북극곰 우리.
그곳은 높은곳에서 내려다 볼수있는 형식으로 되어져있고
약 3/4 정도가 물로 이루어져
항상 헤엄을 치고있는 북극곰들을 볼 수가 있다.
흠.... 남극곰이었나? -_-
"꺅!!! 또 받아먹었어!! 너무 귀엽다!! ;ㅂ;"
"....-_-"
어쨋거나 우린 건빵을 위에서
곰들에게 던져주었으며
곰들은 물위에 떠있는 것을 먹기도 했지만
채 떨어지기도 전에 공중에서 건빵을 나꿔채 먹기도 했다.
마치 사냥개 같다고 해야하나?
날렵도 해라.
저 모습을 보면 누가 미련 곰탱이라 할 것인가. -_-
"정말 너무너무 재밌어요. ㅎㅎ"
"재밌다니 다행이네."
그런 우리들의 모습에 지나가던 사람들도 모여들었고
건빵을 어디서 사냐고 묻는 사람들도 종종있었다.
"음... 이건 밖에서 가져온거구요, 저기 보시면 곰 먹이 자판기 있어요."
사실 그 자판기 안에파는 것도 건빵이다.
다만... 1000원에 몇알 안들었다는 단점이 있을뿐.
"삼춘..... 근데 저기 쟤한테도 좀 주고 싶은데 너무 멀어효. ;ㅅ;"
저 멀리 한녀석이 헤엄을 치지않고 혼자 그늘에 쳐져있다.
영원이가 여러번 그쪽으로 건빵을 던져봤지만
날아가다가 힘이 다한듯
중간에 건빵은 떨어지고 만다.
다른 관람객들도 자판기에서 건빵을 사와
열심히 던져보았지만
거기까지 날아가기에 건빵은 너무 힘이 없다.
"아... 쟤 너무 불쌍해요.ㅠㅠ"
더위에 지친것일까.
조금 안쓰럽게 느껴진다.
"음.. 삼촌 건빵한개 줘봐"
건빵을 던질때 어깨로 던지면
그다지 멀리가질 않는다.
엄지와 중지사이에 건빵을 세로로끼고
튕기듯이 날려야면 원하는 위치까지 보낼 수 있다.
"와!!! "
"오호!!!"
내가 손을 앞으로 밀듯이 뻗으며
손가락을 튕기자
그늘속에서 쉬고있는 곰을 앞발 근처에
건빵이 떨어진다.
그리고 지켜보던 구경꾼들의 환호가 이어진다.
"와!! 어떻게 거기까지 날린거에요?"
"삼촌이잖아. -_-"
내친김에 몇개를 더 손으로 튕겼다.
하나도 빠짐없이 그늘에 있는 곰의 발치에까지
건빵이 날아가자 지켜보던 구경꾼들도 모두 환호를 올린다.
"역시 우리 삼춘이 세상에서 가장 최고에요.ㅎ"
흐뭇한 미소로 나를 쳐다보는 영원이.
아놔. 챙피하게시리. -_-;;;
어느덧 뜨겁던 햇살도 잦아들고
에버랜드 구석의 동물원 구역에도
하나둘씩 어스름이 내려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는 또다른 추억을 만들어간다.
12. 추억만들기 Ⅱ
ㅡ 고맙습니다.
당신이 있어서
나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ㅡ
내게로 와줘서.
==========================
"앗, 차가와!!"
"까르르르~"
실수였었다. -_-
동물원지역엔 놀이기구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마존익스프레스인지 뭔지 하는
둥그스름한 물보트가 있는지 미처 기억이 안났다.
"삼춘한테만 물이 다 튀네요. ㅎㅎ"
"-_-;;"
이거... 보트도 사람 차별대우하나.
뭐 그다지 무섭지 않을꺼라 생각하고 올라탄 물보트가
이렇게 날 괴롭힐지는 몰랐다.
"흐으음... 너 자꾸 그렇게 놀릴래?"
"사실이잖아효.ㅎㅎ"
오호라. 그렇다 이거지?
두고보자구. -_-
"에~ 삼춘 삐쳤구나?"
"흥!! -_-"
짐짓 화가 난 듯 토라진 표정을 짓자
영원이는 어느새
슬그머니 내 손을 잡는다.
"아휴~! 우리 삼춘 화나써?? 쭈쭈쭈쭈~~"
"........-_-;;;;"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듯
나를 향해 장난치는 영원이를 보고
같은 보트에 탄 다른 연인과 부부들까지
흐뭇한 표정으로 미소를 짓는다.
아놔, 민망해라. ㅠㅠ
"야... 사람들이 보잖아.;;;"
"보면 어때효. ㅎ"
이젠, 한술 더떠서
내게 살짝 기대기까지 한다.
가슴이 콩딱거려 미치겠다.
날 심장마비 걸리게 하려고
작정을 했냐. -_-
======
"와~!! 삼춘!! 호랑이 좀 봐요~!! "
"ㅎㅎㅎ"
우린 아마존 익스프레스를 내리고 나서
바로 옆에 위치한 사파리버스를 타러 갔다.
.
.
.
.
"영원아, 그러니까 삼촌 말 알았지?"
내가 무언가를 속닥속닥 거리자
영원이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니까, 버스를 타면 일단 운전기사 뒷쪽에 앉으라구요?"
"응 -_-"
"혹시 바로 뒤에 앉지 못하더라도 꼭 왼편좌석에 앉으란 말이죠?"
"응 -_-"
다시한번 나에게 확인하는 물어보는 영원이.
".........왜요? ;ㅂ;)a"
짜식, 궁금해하기는.
조금있으면 다 알게 될텐데. -_-
.
.
.
"와~!! 사자가 버스에 덤벼들어요!!"
"응. ㅎ"
"근데... 버스를 왜 먹으려고 하는거지? ;ㅂ;)a"
".......-_-;;"
영원이의 뇌구조는
아무래도 정상인의 그것과는 많이 다른가 보다.;;
이봐. 아무리 맹수라도 버스는 못먹는다구. -_-
"창문유리창 뒤쪽 한번 봐봐"
"네?"
내가 가리킨 손끝 창문밖에는
조그마한 걸쇄비슷한 것이 있었고
그곳엔 하얀색 종이봉투가 살짝 걸쳐져 있었다.
"저 속에 닭고기가 들어있거든?"
".........?"
"사자나 호랑이가 저 고기를 먹으려고 그러는거야."
"아...!!"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치 숙달된 조교처럼 시범을 보이듯
집채만한 호랑이 한마리가 가까이 다가와
종이봉투를 입에 물고 사라졌다.
"아!! 삼춘!! 봤어요? 방금그거??! 'ㅁ' "
"내 말이 맞지? ㅎㅎ"
그럼 내가 거짓말하리. -_-
"근데 왜 닭고기에요?"
"왜냐면..... 값이 싸니까. -_-"
"우웩!! 말도 안돼!!"
......진짠데. -_-
"자자~~ 여러분 이번엔 오른편을 보세요~~~"
재미있는 멘트와 함께 버스를 운행하는
사파리 운전기사 아저씨.
사람들이 우루루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자
아저씨 곧이은 멘트를 날린다.
"그곳엔 찝차가 있습니다. 네네. (__)"
동물은 아무것도 없고
덩그러니 혼자 있는 얼룩덜룩한 코란도차량을 향해
버스안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고
나와 영원이도 한참을 웃었다.
수십번을 타봤어도, 사파리투어는 언제나 최고다.
======
"자아~~ 지금부터 들어갈 곳은 곰들이 있는 지역입니다~"
털컹ㅡ 하는 소리와 함께 철문이 열리고
버스는 이내 다른 지역으로 진입을 했다.
드디어 왔군. -_-
"자아~ 왼편에 있는 곰은 에버랜드 최고의 재주꾼입니다."
"와~~"
기사아저씨가 익숙한 손짓으로
건빵을 던지자
낼름 받아먹는 곰돌이 녀석.
"재주 보여줘야지?"
건빵을 받아먹던 그녀석,
갑자기 선채로 한바퀴를 핑그르르 돈다.
"자아~ 한번 더 돌고~"
"와아아아~~"
건빵을 하나 먹고 한바퀴 돌고
건빵 또 하나 먹고 한바퀴 돌고,
버스안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모두 곰의 재주를 보느라 시선을 떼지 못한채
연신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다.
"쟤는 재주가 빙글빙글 도는 것밖에 없어서, 이름이 이사도라입니다~"
"까르르르르~"
여대생무리인듯한 네댓명이
기사아저씨의 멘트가 나오기만 하면 배를 잡고 구른다.
음... 쟤네들은 점심을 잘못 먹었나. -_-
======
"자~~ 하이파이브~~"
"우와와와~~"
어느덧 마지막 곰..
그 곰은 기사아저씨가 손을 내밀때마다
같이 손을 내밀어 하이화이브를 하기까지 한다.
저걸 보고 누가 미련 곰탱이가 할 것인가. -_-
"자~~ 건빵 던진다~~"
마치 말귀를 알아듣기라도 하는듯
운전기사 아저씨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곰.
"놓치지 말고 잘 받어~~"
멘트가 끝나기가 무섭게
대강 0.5초씩 간격을 두고 연속으로 날아가는
건빵 다섯개.
"텁.텁.텁.텁.텁."
"허걱;;; 저 곰봐봐;;"
하나도 놓치지않고 날아가는 건빵을
모두 한입에 넣은 녀석.
"우와~~~~~"
버스안은 이내 환호로 가득찼다.
언제봐도 저 기술은 최고다.
============
"잘 봤어?"
"네에~ >ㅂ<//"
어느덧 사파리투어가 끝나 버스를 내려
우리는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었다.
"우앙~~~ 우린 하나도 제대로 못봤잖아~~~ ㅠㅠ"
"자기야. 나중에 다시 또 보자, 응??"
오른편 좌석에 앉았었던 한 커플.
안타깝게도 버스안에서
사람들에 가려 제대로 곰들을 못 본 모양이다.
우린 본전을 제대로 뽑았기 때문에
왠지 뿌듯한 기분. -ㅂ-
"우린 진짜 가까이서 봤는데. 그쵸, 삼춘?? ㅎㅎ"
"응. ㅎㅎ"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나를 보고 영원이가 묻는다.
"엇, 설마 삼춘 그것때문에 기사아저씨 뒤에 앉으랬던 거였어요?"
".........(--)(__)"
묘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영원이.
"삼춘. 도대체 정체가 뭐에요? -_-)+"
워ㅡ 정체랄 것 까지야. -_-;;;;
=================
어느덧 시간은 8시가 넘어
어스름이 깔려가고 있었다.
"삼춘.... 딱 한개만 더타효, 네? ;ㅂ;"
".......-_-"
집에 가자는 내말을 들은체만체
자꾸만 떼를 쓰는 영원이.
"우리 후룸라이드 한개만 더 타효, 네?? ;ㅁ;"
어라. 후룸라이드. -_-?
갑자기 머릿속에 번개같이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다.
"흠.... 그럼 딱 그것만 타는거다. 알았지?"
"네에!! 진짜효!! ;ㅁ;)/"
오케이. 너 맛 좀 봐라. -_-
.
.
.
대기하고 있던 줄이 짧아지고
어느덧 우리가 탈 차례.
나는 영원이를 맨 앞자리에 앉혔다.
"헥.... 삼춘, 여자가 앞에 앉으라구요?"
"네가 뒤에 타면 위로 올라갈때 나한테 깔릴텐데? 설마 그걸 원해? -_-"
잠시 고민하던 영원이.
"아니효. ;ㅂ;)"
"그럼 앉아. -_-"
후룸라이드는 4인승이다.
우리 뒷쪽의 커플도 우리가 승차하는 모습대로
여자를 앞에 앉혔다.
그리고... 슬슬 통나무 보트는 출발했다.
.
.
.
.
"까약~~ 삼춘~~~~ 난 몰라~~~~ ;ㅁ;"
오호. 고작 이것가지고 비명이라니. -_-
에버랜드에서 재밌는 놀이기구중 하나가
바로 이 후룸라이드이다.
코스가 길기도 하고, 마지막 최종 내려오는 길목의 스릴은
어느 놀이공원 후룸라이드보다 단연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난 이 놀이기구 만큼은 단련이 됐다.
모르긴 몰라도 백번은 탔을꺼다.
"흑흑... 삼춘, 이제 다 끝난거에효? ;ㅁ;"
"아닐껄. -_-"
갑자기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앞을 70도 가량 들고
보트는 수직상승(?)을 시작했다.
"꺄악~~~"
등을 내 가슴에 완전히 밀착시킨채로
다리만 바둥바둥 거리고 있는 영원이.
오케바리. -_-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은걸?
서로 맞닿은 손을 통해서
영원이의 자그마한 떨림이 느껴져온다.
미안하다.
이 삼촌을 용서해주렴. -_-
.
.
.
.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나이스 -_-
까마득한 절벽에서 번지점프를 하듯
보트는 땅을 향해 떨어지듯 내려갔고
영원이는 지금까지의 겁없던 모습과는 달리
잔뜩 질겁한 모습으로
눈을 꼭 감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음... 조금 미안한 걸.
하지만, 어쩔 수 없단다. -_-
나는 보트의 무게중심을 살짝 더 앞으로 밀어
보트가 내려가는 각도가
조금 더 깊숙해지도록 힘을 주었다.
오케바리. -_-
"꺄아아아아아아악!!!!!!!"
"풍덩~~!!"
커다란 물보라가 우리를 덮쳤고
덩달아서 뒤에앉은 커플들도 물을 뒤집어 썼다.
미안합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줄을 잘서야되요. -_-
어쨋거나 잠시 후,
영원이는 물에 흠뻑 젖은채로 고개를 들었다.
"우훼엥... 삼춘... 나 다 젖었어효. ;ㅅ;"
"응 -_-"
미안하다.
일부러 그랬다. -_-
"힝.. 무서웠어효. ㅠㅠ"
".........."
어느새 내릴 때가 되어
조명이 우리가 타고있는 보트를 비추자
물기에 젖은 영원이의 머리, 그리고 뽀얀 얼굴.
워.... 이걸 노린건 아닌데.
.
.
.
예.. 쁘....다. -_-;;
============
"삼춘!!! 근데 삼춘은 어떻게 여길 그렇게 잘 알고 있어효? 'ㅁ')/"
회전목마뒤편에 위치한 로즈가든.
일명 장미원이라 일컫는 그곳에서
분수대 사이를 거닐다가 영원이가 무언가 묻기 시작한다.
흠..... 말해줄까 말까. -_-
"삼춘!!! 말해줘요~!! 네?? ;ㅂ;)a"
";;;;;;;;;;;;;;;"
오줌싸개 동상 옆 구석 작은 벤치.
연인들을 위해 놓여있는 것일까,
우린 잠시 그곳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예전에... 여기서 잠깐 일한 적이 있었어."
".........에?? ;ㅂ;)a"
사실이다.
97년도 IMF가 터진 직 후,
원서값이 폭등해서 교재를 살 돈조차 부족하여
부득이 학교를 휴학하고
계약직으로 이곳에 와서
일년동안 일을 했던적이 있었다.
"삼춘은 무슨일 했는데요?"
".....바이킹 돌렸어. -_-"
"에에?? 근데 놀이기구를 글케 못타효? ;ㅂ;)a"
".........-_-;;"
바이킹 운행하는 거하고
놀이기구 잘 타는 거하고는
질적으로 다른 건데...;;;;
.
.
.
"근데.... 삼춘."
"응?"
무언가를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조심스레 말을 꺼내는 영원이.
"근데.... 배만드는 회사는 왜 그만둔거에요?"
"..........."
잠시 잊고 있었던 생각이 났다.
아니, 지우려고 했던 기억이 났다.
"....글을 쓰고 싶었거든."
".........?"
나름대로 촉망받는 대기업에 입사하여
2년동안 밤낮없이 일만 하는 동안
마음 한 구석에는 항상 빈자리가 있었다.
'이렇게 일만하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그렇게 늙어가는 거겠지.'
중학교 시절부터 신문배달을 시작으로
전단지 돌리기, 호프집, 레스토랑 서빙아르바이트,
막노동과 바텐더까지
나의 인생은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같은 삶은 이어져왔고
군대에 있는 3년을 제외하고는
나는 항상 일을 해야만 학교를 다닐 수가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해본 아르바이트가
대략 50여가지가 넘어갔었고
심지어 직장조차 대학 졸업직전에 들어갔으니
나는 참 피곤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내 인생의 쉼표를 찍고싶다는 생각을 했고
과감히 사표를 던진 후에
그날부로 서울로 다시 올라오고야 말았다.
그리고..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
.
.
"...그래서, 많이 썼어요?"
"음... 조금. ㅎ"
사실, 습작삼아 썼던 시나리오가
좋은 반응을 얻어서
영화를 만들기 일보직전까지 갔던 시절도 있었다.
"어....? 근데 왜 지금은 그냥 회사에 다니는 거에요?"
".........."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대 꺼내 불을 붙였다.
회사를 그만두고 조그마한 변두리 지하 자취방에서
굶기를 밥먹듯이 하고 라면을 벗삼아
이것저것 습작들을 끄적거리던 시절,
우연히 인터넷의 한 게시판에서 알게되었던 한 사람
그리고 어느순간 나의 전부가 되었던 여자가 있었다.
ㅡ 오빠. 글쟁이는 미래가 없다고 부모님이 반대하셔.
ㅡ 오빠. 작가는 여자를 고생시킨다고 엄마가 자꾸 뭐라고 해.
ㅡ 오빠. 난 오빠가 회사를 다니는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모든것을 다 정리했고
구인광고만 보면 무조건 원서를 내기 시작한 결과
겨우, 지금의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결혼을 약속했던 사람이 있었거든. 지금은 헤어졌지만..."
나는..... 펜을 꺾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그 여자는 나를 떠나 다른 사내에게로 갔다.
"....미. 미안해요, 삼춘. 내가 괜한 걸...ㅠㅠ"
".........."
한 여자를 위해 나의 꿈조차 버렸건만
아무것도 내게 남은 것은 없었다.
가슴속 깊은곳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솟아 오른다.
"삼춘... 울어요....?"
".........."
내 눈물은
그녀를 다른 남자에게 떠나보낼때
그녀와 함께 모두 흘려버렸다.
더이상
나는 흘릴 눈물이 없다.
"울긴 누가........"
무언가 뜨거운 것이
내 볼을 스치고 흘러내린다.
이건... 뭘까.
"삼춘........"
희뿌연 나의 시아에
영원이의 작은 손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따뜻한 영원이의 손길이
내 볼과 내눈에 흐르는
그 무언가를 가만히 어루만진다.
"삼춘은..... 참 바보에효. "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오는 영원이의 입술.
나는 눈을 감았다.
회전목마 뒤편 포시즌스 가든에서
레이져쇼와 함께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었고
눈부신 불꽃 아래 장미가 만발한 그 곳에서
우린 수줍게 입술을 나눴다.
한여름밤의 꿈처럼
5월의 장미향보다
더 달콤한 향기가 우리를 감싸고 있었다.
13. 별
ㅡ "이따금 이런생각이
이내 머리를 스치곤 했습니다.
저 숱한 별들 중에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님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고이 잠들어 있노라고."
별, -Alphonse Daudet
==========================
"그런데 계속 영원이라고 부를꺼에효? -_-)+"
".......아니, 그게아니라 습관이 되서;;"
집으로 가기 위해 정문을 향해 걸으면서
나는 영원이에게 무수히 많은 압박을 받아야만 했다.
"내 이름은 연희에요!! 이. 연. 희."
"..........;;"
잡고있는 손에 힘을 꽉주어 압박을 하며
스타카토를 주듯이 한자한자 또박또박 발음하는 영원이.
....아니 연희. -_-;
"알았어. 앞으로는 꼭 이름으로 불러줄께. ^^;;"
"진짜죠? ㅎ"
나한테 속고만 살았냐. 믿어보라니깐. -_-;;
.
.
.
.
.
"삼춘... 내가 갑자기 뽀뽀해서 놀랬죠..;;"
"........-_-;;"
장미원 벤치에서 잠시간의 적막이 흐른뒤에
영원이가 꺼낸 말이다.
"미안해요. 그럴려구 한 건 아니었는데...'
음.... 많이 놀랬지만, 기분 안나빴는데;;;;
사실, 나야 고맙지.
영계는 옷깃만 스쳐도 몸보신이 된다는 옛말도 있는 걸.
...아놔, 이 놈의 머리속은 뭐가 들어있는거얏!! ;ㅁ;
==========
"삼춘은 혹시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어요?"
당연히 믿지!!
우리도 오늘 처음 봤잖아. >ㅂ<//
"응..ㅎㅎ"
그런 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영원이는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믿지 않아요."
"응......?"
무슨 뜻일까?
혹시... 우리가 알고지낸 건 한달도 넘었으니까
아무리 게임상이라도 트고지낸지 오래된 사이니까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건가?
.....에이.... 놀랬잖아. ^^;
"....세상에 그런게 어딨어. 첫눈에 반하는게."
"........-_-;;"
뭔가 이상하다.
어디선가 핀트가 어긋난 것 같다.
"나는 믿지 않아요...."
".........?"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여자는
마치, 내가 알고있는 영원이가 아닌 것 같다.
"그런 건 소설속에서나 나오는 말일꺼에요."
분수대 위쪽을 수놓고 있던 불꽃놀이는
어느새 점점 잦아들고 있었다.
================
"삼춘, 삐쳤어효?"
"..........."
자리에서 일어나 분수대 쪽으로 걸어갈 때
영원이가 슬그머니 말을 꺼낸다.
나는 아무말없이 담배를 꺼내 물었다.
"에~~~ 삐친거 맞구나?? ㅎㅎ"
"........."
도대체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럼 조금전에 나와 나눈 입맞춤은 뭐란 말인가.
"삼추우운~~ 화내지 마효~~>ㅂ<//"
내가 아무 대답이 없자
가까이 다가와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린다.
"........"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이 아이는 지금
날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일까.
"삼춘..... 화내지 마요. ㅠㅠ"
여전히 내가 말이 없자
영원이의 목소리가 작아진다.
"사실... 여기 처음 나오기 전에 되게 궁금했어요."
"........?"
포시즌가든 가운데에 있는 분수대에 다가가
잠시 앉았다.
조금전 끝난 불꽃놀이의 여운탓인지
약한 화약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키는 얼마쯤 될까. 덩치는 클까..."
"........."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혹시 배불뚝이 중년 아저씨는 아닐까...."
"풉."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실수다. -_-
"앗!! 삼춘 웃었다!! 그쵸?ㅎㅎ"
"-_-;;"
내가 무심결에 웃어버린 걸 본 영원이는
금새 밝아진다.
그리고 좀 더 가까이 다가와 내게 기댄다.
"삼춘... 처음 봤을때... 참 잘생겼다고 생각했어요. 나이도 얼마 차이 안나보이고."
사실 동안이라는 소릴 자주 듣는 편이다.
지금도 어디가서 나이를 밝히지 않으면
서른 전후의 사람들에게 한참 애 취급을 받기도 한다. -_-;;
"키도 아주 크진 않지만... 나랑 딱 잘 어울리고...."
순간 울컥해서
'177cm면 내 또래중엔 걸리버급이얏!! ;ㅁ;"
하고 말할뻔 했다. -_-;;
"내가 생각하고 상상했던 모습처럼.. 따뜻하고 다정해 보이는 사람이라.. 참 좋았어요."
"......."
그런데...왜..?
"헤헷. 근데 너무 빠르잖아요. ㅎ"
".......?"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영원이는 분수대에 손을 담갔다가 꺼내
나에게 물을 끼엊기 시작한다.
"앗 차거!! ;ㅛ;"
"까르르르..."
나도 분수대 물을 한움큼 집어
영원이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꺄악~~~~!! 삼추우우우운!!! ;ㅁ;"
"일루와바바. 주겄어!! -_-)+"
나를 피해 손가방을 들고
마구 도망치는 영원이.
"아쭈~ 도망가?? "
그리고 양손을 모아 물을 한가득 뜬 채
그 뒤를 쫓아가는 나.
"꺄아~~!! 잘못했어요~!!!"
"일루 안와!! ;ㅁ;"
그렇게 잠시동안 공원안을 뛰어다니다
숨이 찼는지 이내 도망가길 포기하고
영원이는 근처 식당 야외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나도 그 옆에 앉았다.
사실.. 쫓아다니다가 이미 물은 손가락 사이로 다 빠졌고
설령 물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해도 뿌릴 마음도 없었다.
"하아, 하아, 삼춘....."
"응..."
"우리... 조금 천천히 시작해요."
"........."
어느정도 숨을 고른 영원이는
갑자기 내게 오른손을 뻗는다.
"나는 연희에요."
응....?
"이.연.희. 절대 잊으면 안돼요.ㅎㅎ"
...연희... 참 예쁜 이름이구나.
"......나는 현민이라고 해."
조금 어색하기도 했지만
나는 손을 뻗어서
연희의 손을 꼬옥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잘 부탁한다, 연희야."
"잘 부탁해요, 삼춘.ㅎㅎ"
어느새 분수대 주변 스피커에서는
에버랜드의 영업이 끝나감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오고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어둑해지는 꽃밭 사이에서
잠시 그렇게 서 있었다.
14. 별Ⅱ
ㅡ 그리워 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因緣, -피천득
==========================
"삼춘!! 삼춘은 싫어하는게 모에요?"
"응? -_-)a"
뜬금없이 아라시고원 랩터고기(?)들 사이에서
엠탐을 하고 있는 나에게 질문이 날아온다.
이녀석... 요사이 부쩍 내 사생활에 대해
묻는게 많아졌다. -_-
"음.... 익힌 당근."
"에...? ;ㅂ;)a"
사실이다.
날 당근은 그럭저럭 먹을만 한데
카레라이스에 들어있는 당근은 이상하게 먹을 수가 없다.
한입 베어물면 '물컹'한 그 느낌... 아우, 싫어 ㅠㅠ
음식 골라낸다고 어렸을때 부터 부모님한테 혼도 많이 났지만
서른이 넘은 이나이에도 아직 싫은건 싫은거다.
"특히.... 카레라이스에 큼지막한 당근은 정말 싫어. -_-"
"푸하하!! 무슨 어른이 그래욧!! ;ㅂ;"
.
..
....
.......상처 받았어. 삐뚫어질테야. 흑 ㅠㅠ
지나가는 포즈루크가 보인다.
아라시고원 필드 네임드. 공주 다음가는 아라시고원 필드 최강몹.
괜히 심통이나서 지옥돌맹이를 불러내 머리위에 던져버렸다. -_-;;
그위로 불의비를 날리고 도트3종세트에
제물,점화,연소까지 날려버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포즈루크는 허물어졌다.
미안하다....
그러길래 이 타이밍에 내 근처를 지나가지 말았어야지. -_-
"그럼 넌 뭐가 싫은데??"
"쑥이요. ㅠㅅㅠ"
"엥....?"
"난 쑥이 정말 싫어요. 세상에서 젤루 싫어..ㅠㅠ"
전혀 엉뚱한 답변이 나온다.
쑥...? 얘가 혹시 전생에 곰이었나?
"혹시..... 영원이, 너네집 쑥 농사짓니? -_-)a"
".........-_-)+"
당연히 농담이다.
부모님은 사업을 하고 계시고,
집도 서울 강남의 한복판.
나름대로 꽤 유복한 집안의 세째딸.
"삼춘!!! 지금 나 뭐라고 불렀어효...? -_-)+"
헉..... 이런,
내 농담이 썰렁해서 쳐다본게 아니었구나;
아직 '연희'라는 이름보다는 '영원'이라는 이름에 익숙해서
또 실수를 한 모양이다.
....슬그머니 귓속말로 메세지를 보낸다.
"미안해.... 삼촌 머릿속에도 지우개가 있나봐... ;ㅁ;)/"
"ㅋㅋㅋㅋ"
맨처음 인던을 돌때 영원이가 했었던 말.
우리는 그 때를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는 말투도 조금씩 닮아가고 있었다.
.
.
.
.
.
저녁 열시.
에버랜드의 영업 종료시간이 다가오자
출구쪽으로 사람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선다.
마치 세렌게티초원의 얼룩말떼 같다.
"띠리~~ 띠리리리~~"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멜로디.
영원이의 휴대폰이 울리는 것 같다.
"어... 삼춘, 잠깐만요."
"그래. ^^ "
잠시 고개를 돌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영원이.
"응, 엄마. 나. ㅎㅎ"
부모님인가보다.
영원이가 편하게 통화할 수 있게 길 한편으로 비켜서서
담배한대를 물고
근처 공공재떨이 쪽으로 향했다.
무언가 한참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아마도... 내 이야기겠지.
아놔. 쑥쓰러워라. *-_-*
그나저나 영원이의 휴대폰 벨소리,
분명 어디서 많이 듣던건데... 뭐더라;;;
"맞다.ㅋ"
오버 더 레인보우.
예전에 오즈의마법사에서 주인공 도로시가 불렀던 노래.
감미로운 음악때문에 여전히
많은 영화나 드라마, CF등에서 많이 쓰이는 음악.
흠.... 나는 '문리버'가 더 듣기 좋던데.
=========
"삼춘~~ 오래 기둘렸어효? ;ㅂ;"
어느새 통화를 끝내고 내곁으로와 팔짱을 끼는 영원이.
아... 흐뭇해라. ㅎ
"엄마? "
"응. ㅎㅎ"
다시 우리는 인파속으로 합류해서 출구쪽으로 향했다.
"근데... 삼춘. ㅠㅠ"
"응"
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가 영원이가 말을 꺼낸다.
"엄마랑 아빠랑 나 델러 여기 오셨대효.ㅠㅅㅠ"
"응.....?"
이건 또 뭔소리지?
"음.... 그게.... 언니랑 이 근처 지나가다가 나 태우고 가려고 일부러 들리셨대효.ㅠㅠ"
"아....."
지금은 벌써 열시.
버스를 타고 서울에 가기엔 많이 늦은 시간이란 걸 미쳐 생각 못했다.
"잘됐네. 안그래도 조금 걱정했는데. ㅎ"
솔직히 영원이를 집에 바래다 주질 못해서 아쉬움이 정말 컸지만
틀린말은 아니었다.
지금의 회사에 재입사 하기 전,
나는 그동안 모았던 모든 저축을 소진한 것은 물론
가지고 있던 나의 애마까지 정리를 해야만 했었다.
그리고 지금 옮긴 회사는 바로 지하철역 인근이라
차를 새로 구입해야할 필요성이 전혀 없었고
사실 그정도 자금의 여유도 부족한 나의 형편.
우리회사는 주차비만도 한달 30만원이 넘는다.
"삼춘이 태워다 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했는데... 정말 잘 됐네."
".........ㅠㅠ"
하지만.... 오늘같은 날은
정말이지 차가 없음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
우리는 출구쪽으로 나와서
영원이의 부모님이 차를 세워두신 주차장 쪽으로 향했다.
늦은시간이라 에버랜드 정문 주차장은 여기저기 텅텅 비어있는 상태.
저 멀리, 비어있는 주차장 한편에 라이트를 켜고 있는 차가 한대 보였다.
"아... 저거다."
같이 가서 인사를 하기엔 솔직히 민망한 상황.
나이를 묻거나 하면 난 정말이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어질 것이다.
"저기.... 영원아. "
"응, 삼춘"
"미안한데.... 삼춘은 여기서 갈께. ^^; "
"에.....? ;ㅂ;)a"
미안.....
"헤헤.... 왠지 쑥쓰러워서. ㅎ"
"......왜요.....ㅠㅠ"
집도 같은 서울방향.
인사를 하면 같이 타고가자고 하실지도 모르는데
그럴 경우의 민망함이 더 걱정이 된다.
"부모님이랑 같이 가니까 삼촌도 안심하고 집에 갈 수 있어서 좋다."
"삼춘........ㅠㅠ"
"빨리가. 부모님 기다리시잖아.ㅎㅎ"
울상을 짓는 영원이의 등을
떠밀다시피 하여 차가 있는 쪽으로 보냈다.
그리고 조금 먼발치에서
영원이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잠시 후 차에 올라타는 모습이 보였고
그리곤 유턴을 하여 서울방향으로 가는 국도변으로
차는 달리기 시작했다.
"후우.... "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차가 없는 것이 오늘처럼 아프기는 처음이다.
뒤돌아서서 좌석버스가 있는 정류장쪽을향해
나는 터덜터덜 향해 걷고 있었다.
나이 서른 둘.
아직 차도 없는 뚜벅이 신세.
담배가 참 쓰게 느껴진다....
=========
"삼추우우우우우우운~~~~~!!!!!"
멀리서 바람결에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환청일까.....
".........!!!!"
고개를 들어 앞을 쳐다 본 나는
저 멀리 갓길에 세워진 차의 브레이크등 뒤쪽으로
나를 향해 뛰어오는 영원이를 볼 수가 있었다.
"맙소사....."
어린 여자애 혼자 달리기엔 조금 먼거리.
아까 분수대에서 물싸움을 할때
조금만 뛰고도 쉽게 지치던 모습이 생각이 났다.
나는 담배를 땅에 내던지고 힘껏 달렸다.
"삼추우우운~!!! ;ㅁ;"
나를 보자마자 내게 달려들어 품에 안기는 작은 아이.
나도 모르게 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느껴진다.
"삼춘이랑 같이 손 꼬옥 잡구 버스도 타보고.... 꼭 그러구 싶었는데....ㅠㅠ"
".........."
"삼춘 어깨에 기대서 잠도 자보고, 막막 그래보고 싶었는데....ㅠㅠ"
"뚝... 자꾸 울려구 하면 삼촌이 이놈한다!!"
왠지 가슴이 뭉클하다.
천천히 시작하자는 말은 자기가 꺼냈으면서
바보같이.... 하나도 지키지 못한다.
"우리 다음에 여기에 올땐, 꼭 같이 집에가효. 네? ㅠㅠ"
"응..."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있는 영원이에게
나는 가만히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잠시후 영원이는 다시 부모님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
.
.
.
.
.
.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엥...? 이거 뭐야?"
잠시 딴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대화창에 온통 감정표현이 써져있는 것이 보인다.
"어라, 이런거 누가 가르쳐줬어?"
"우히힛!!"
묻는 말에 대답은 해주질 않고
쑥쓰러운 듯 계속 방방 쩜프만 해대는 녀석.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앞에서 매우 부끄러워 합니다.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앞에서 매우 부끄러워 합니다.
"푸하하..ㅋㅋ"
"헤... ;ㅂ;)a"
와우는 더 이상 게임이 아니었다.
아니, 예전부터 우리에겐 게임이었던 적이 없었다.
전화였고,
메신저였고,
우리가 같이 시간을 보냈던 데이트 공간이었다.
"삼춘~!!! 'ㅁ')/"
"응. ㅎㅎ"
"나 잡아봐라~~~~ㅋㅋㅋ~~~"
"엇!! 먼저 뛰면 반칙인데!! ;ㅁ;ㅁ;ㅁ;"
저만치 넓은 초원사이를
앞서거니 하며 뛰는 영원이를 보며
나는 '천골마를 타고가볼까'하는 생각은 깨끗이 지워버린채
헥헥거리며 영원이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와우에서의 마지막 영원이의 모습이었다.
15. 바램
기쁠때나
혹은 슬플때에도
언제나 함께 할 수 있기를.
행여,
이런 내 작은 욕심마저
허락되지 않아
더이상 만날 수 없게 되더라도
같은 하늘 어느 아래선가 내내 행복하기를.
부디 잘 있다는 안부라도
바람결에 전해 들을 수 있게 되기를...
==========================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중입니다....."
"후......"
벌써 일주일째.
언제나처럼 먼저와서 나의 퇴근을 기다려주던 영원이는
어느순간부터 나타나질 않았고
문자를 보내도 소식이 없어 걸어본 핸드폰은
언제나 자동응답목소리만이 내 귓가에 맴돌뿐이었다.
'어디 있는거니....'
오로지 아는 것이라고는 영원이의 핸드폰 번호뿐.
정확한 집의 위치도, 집 전화번호도
나는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마치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영원이는 더이상 어느곳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보고싶다...'
내 손에 쥐어진 작은 사진 하나.
영원이는 그 작은 사진속에서 눈을 찔끔 감은채
파르르르 떨고있다.
"이럴줄 알았다면.... 사진이나 많이 찍어둘 것을."
지난번 에버랜드에 놀러갔을때
영원이 몰래 인화해서 가지고 있었던
후룸라이드 순간포착 즉석사진...
그것이 내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영원이의 사진이었다.
이 마저도 없었다면 아마 나는 미쳐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기억에 남는 사진을 가지고 싶어서
짖궂게 장난을 쳤던 나의 모습을...
그랬던 내모습. 너도.... 기억하고 있니...
================
회사에 가서도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내내 멍한 눈으로 모니터를 들여다 보다가
퇴근시간이 되면 만원지하철에 밀려 집으로 온다.
텅빈 내집 문을 열고 가만히 컴퓨터 본체에 전원을 넣고
와우를 실행시킨다.
언제나처럼 아포여관 한구석에 나의 캐릭이 드러난다.
'후.... 오늘은 또 어디로 가볼까.'
나의 일과는 오로지 말을타고 동부왕국과 칼림도어를
뛰어다니는 것이다.
이렇게 다니다 보면 마치 어느대륙 어느 한 귀퉁이에서
영원이가 나를 기다리며 있을것만 같았다.
그럴 수가 없는데도 말이다.
불모의땅... 타우라조야영지...
심지어 멀고어까지.
호드들에게 짖밟혀서 진행이 어려울땐 시체끌기로 다니면서도
나의 여행은 계속 이어지곤 했다.
이렇게 다니다보면.. 언젠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오프라인으로만 존재하는 사람을 찾는 나의 방황은 계속되었고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
영원이와 연락이 끊긴지가
벌써 두달이 넘어 석달이 되어간다.
창문밖으로 매미소리가 끊이지가 않는다.
유난히도 덥던 7월이 가고 벌써 8월이 다가왔다.
아직도 여전히 영원이의 핸드폰은 꺼져있는 상태였고
나는 습관처럼 한번씩 전화를 걸곤 했다.
"연희야... 보고싶다...."
행여, 내 메세지를 들을 수만 있다면...
제발 그럴수만 있다면...
잘 있다는 응답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이따금 접하는 9시 뉴스등의 사건사고 소식을 접할때마다
설마, 아니겠지 하고 지워버리긴 했어도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한 마음을 차마 떨쳐버릴 순 없었다.
제발. 아무일도 없기를.
==============
어느새 여름휴가가 찾아왔다.
8월 첫째주에 가는것이 보통이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때문에 다른 팀원들에 밀려 두째주에 가게 된 것이다.
'어차피.... 할 일도 없는 걸.'
이제 나에게 아무의미가 없는 와우였지만
그래도 습관처럼 접속을 한다.
아마도 휴가기간 내내 이렇게 지낼 것 같다.
영원이와 처음 만났던 엘윈숲으로 가보았다.
잠시 앉아서 기다리면 꼭 영원이가 다시 올 것만 같다.
물빵을 먹으며 기다려 본다.
혹시라도 접속하면 이곳으로 올지도 모른다.
=============
"저기... 님."
".........?"
아까부터 날 물끄러미 바라다 보고있던 나엘 만랩사제가
나에게 말을 건넨다.
"죄송한데요.... 생석 하나만 얻을 수 있을까요?"
"네......."
나의흑마는 특유의 모션과 함께 최상급생석을 하나 만들어
사제에게 건넨다.
예전에... 영원이도 생석때문에 고생좀 했었지.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쓴웃음이 난다.
"그런데... 여기서 뭐하고 계세요?"
"누굴 좀 기다려요. ㅎ"
"아..... 혹시 가덤가셔서 호드랑 쟁하실 생각 없으세요?"
"별로요. "
뭔가 한마디 더하려는 듯 하더니
이내 포기한 듯
사제는 작별인사를 하고는 뒤돌아서 사라진다.
...마음한구석이 왠지 개운하지 않다.
뒤돌아서 뛰는 모습이 어딘가 영원이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인벤을 열어 영혼조각 갯수를 세어본다.
'하나, 둘...... 서른 넷.'
이 정도면 어느정도 밥값은 할 것도 같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 사제에게 귓말을 넣는다.
"저기... 팟초해 주세요. 잠시만 하다 갈께요."
단지 사제라는 이유만으로 영원이와 닮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지나친 비약일까.
=====================
어느새 인벤 가득했던 영혼조각이 다 떨어져갔고
나는 정비를 위해 무법항 은행창고에 캐릭을 이끌고 갔다.
얼라이언스 한개 공대에게 밀려
그롬골 주둔지밖으로는 나오지 못하던 호드들이
어느새 하나둘 모여 4~5개 팟 규모정도가 되더니
그리고 그 적은 인원으로도 더 많은수의 얼라와 맞서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난전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역시.... 호드란......'
끈질긴 도전과 끈끈한 뭉침.
그것만으로도 호드는 충분히 강했다.
'호드는 근성이다!'
누가 맨 처음 했던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틀린말은 아닌듯 하다.
은행에 넣어두었던 일치와 일마를 열개씩 챙긴다.
채찍뿌리와 용숨결도 세묶음씩은 챙겨야 할 듯하다.
"후........."
그래도 영혼조각이 없는 흑마는 앙꼬없는 찐빵이다.
임프만 데리고 쟁을할 것을 생각하니, 왠지 가슴이 답답해져온다.
다 쓰지말고 조금만 남겨두었으면 좋았을 것을.
=================
"현민이니?"
"아... 석호구나."
갑자기 울린 전화벨소리.
핸드폰 수화기 너머로 친구의 목소리가 들린다.
은행앞에 캐릭을 세워둔 채로
나는 담뱃갑과 라이타를 챙긴채로 전화기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행여 튕기지 않도록 와우에는 매크로를 걸어놓았다.
한참 전투중에 주문석이나 화염석, 물빵등이 없어져버리면 곤란하다.
"뭐하냐? 이런 좋은 일요일에."
"왜..... 짜파게티라도 끓여주게? ㅎ"
나의 썰렁한 농담에 친구는 잠시 말을 잊는다.
"아휴... 어떻게 넌 고등학교때랑 지금이랑 변한게 없냐.ㅋㅋ"
"그러는 너는.ㅎㅎ"
잠시 이런저런 안부와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어본다.
오래된 친구란, 그 목소리만으로도 편안함을 준다.
친구가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나와라. 술이나 한잔 하자."
"..............응? ;;"
내가 가만히 시침을 떼자, 곧바로 목소리가 높아지는 녀석이다.
"임마, 네 생일인거 내가 모를줄 알아? 빨랑 나와."
"................"
그랬다.
오늘은 내 생일.
한여름 퇴약볕아래 내가 세상밖으로 처음 나온 날이다.
"너 올해도 그냥 보낼래? 내가 애들 다 불러놨으니까... 후딱나와."
"..............됐다. 그냥 한걸로 치자."
누굴 만나고 싶은 기분도 아니다.
그냥... 이렇게 가만히 있고 싶을 뿐이다.
==============
친구와 통화를 끝내고
나온김에 집근처 김밥천국으로 가서 간단한 요기를 했다.
김밥 두줄에 라면 하나.
생일날 먹는 식사로는 볼품없지만
이거면 족하다.
그다지 축하받고 싶지도 않은 날이다.
=========
집으로 들어와보니
모니터는 어느새 절전모드로 돌아가 있다.
마우스를 움직여 모니터 전원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해 본다.
다행이 튕기지는 않은 상태.
물빵이며 주문석, 화염석등이 사라지지 않은것을 생각하니 안심이 된다.
"........응?"
여러페이지로 나눠놓은 채팅창중에 귓말페이지가 깜빡깜빡거린다.
아포에 있을경우에 정신없이 올라가는 여러 글씨들로
놓치고 지나가는 일이 없도록
나는 채팅창 필터를 일반/파티말/귓속말
이렇게 세가지로 구분해 놓았다.
나중에 길드가 생기게 되면 길드말도 구분지어야 하리라.
"헉........!!"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ㅂ<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왔어효!!! ㅎㅎ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삼춘 나와라 오바~!!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쳇쳇!! 계속 자리비움이네!!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추우우우운!!! 어디가써효!!!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바보~~ 멍충이~~ ;ㅁ;ㅁ;ㅁ;ㅁ;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사아암추우우우~~~~~~운!!!
그랬다.
그렇게 찾아헤매도 없던 영원이가...
그토록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던 영원이가...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에 로그인을 한 것이었다.
나는 할 말을 잊은채 멍하니 있었다.
창밖으로 매미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던
한 여름, 나의 생일 오후에 있었던 일이었다.
16. 시련
내가 원하는 소원 하나는
그대와 함께 걷는 것
내가 원하는 소원 또 하나는
그대와 함께 차를 마시는 것
내가 원하는 마지막 소원하나는
그대의 손을 잡고 온기를 느끼고 싶은 것
하지만
오직 하나만 바랄수 있다면
나 없는 세상이라 할지라도
부디 그대가
내내 행복하기를...
==========================
O 버튼을 눌러
영원이의 접속상태를 확인해 보았지만
이미 오프라인이다.
석달을 하루 같이 기다렸건만
고작 한시간정도의 기다림이 부족해
나는 영원이를 볼 수 없었다.
'바보.... 바보..... 바보......'
아무짓도 하지 못했던 내 자신이 너무도 싫다.
다시한번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정말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흐르는 물을 주워담을 수 없는 아픔이
이리도 큰 것이었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
.
.
.
채팅창을 클릭하고 마우스를 움직여 본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먼데 갔나보네 ㅠ_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빨리오세효. 보고싶어효. ;ㅂ;)/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올때까지 이러구 있어야지. 헤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우와!! 그동안 안왔더니 파란색 칸이 대게 많아졌어효!! >ㅂ<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쫌만 하면 영원이두 금방 삼춘만큼 크겠다. ㅎ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쳇쳇... 이만큼 떠들었으면 올때도 됐는데!! ;ㅁ;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그 잠시를 참지 못하고 이렇게 너를 힘들게 했구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흥!!! 그런다고 내가 좌절할 줄 알아욧!?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이럴때 쓰는 비장의 비법!! +ㅂ+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짜잔~!!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고냥이 불러냈지효!! ㅎㅎ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아이구~~ 우리 현이 잘 이써쪄?? ;ㅁ;
자기 멋대로 내 이름중에 한자를 따서
샴고양이 이름을 붙여놓고
자기도 소환수가 있다고 박박 우기던 영원이.
'삼춘!! 얘도 계속 랩업 시키면 이담엔 삼춘 소환수처럼 커져서 같이 싸워요? 'ㅁ')/'
'................-_-;'
애완동물과 소환수의 차이도 몰랐던 녀석.
'영원아, 네가 무슨 냥꾼이니? -_-'
'.....;ㅂ;)a'
이런날이 올줄 알았다면
그때 그렇게 타박하지 않을 것을 그랬나보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현아~~ 엄마 보고 싶었찌~ >ㅂ<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엄마도 우리 현이 너무보고 싶었어~ ;ㅁ;
시집도 아직 안간 녀석이다.
그래도 꼬박꼬박 현이 엄마가 자기라고 우겨댄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엄마가 그동안 못 놀아줘서 미안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많이 놀아주고 싶었는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정말 항상 잊지 않구 생각했는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그럴수가 없었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미안해효. 우리 현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엄마가 정말 잘못했어...ㅜㅜ
이상하게 현이란 말이 내 귓가에서 방망이질 친다.
나를 두고 하는 말일까.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그래도.... 엄마 너무 미워하지마.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보러오지 못하는 마음은 더 아픈거란다..ㅠㅠ
갑자기 안구에 습기가 찬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이제 가야될 시간이에요.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오늘 삼춘 쉬는 날이라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꼭 볼 수 있을줄 알았는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난 정말 운이 없는 아이인가 봐요. ㅠ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미안해효, 삼춘..
가지마, 제발.
이렇게 날 두고 멀리 가지 말아줘. 부탁할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아!! 맞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진짜 중요한 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생일 축하합니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생일 축하합니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사랑하는 우리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생일 축하합니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와~~~ 짝짝짝짝짝짝!!!! 유후~~!!! >ㅂ< //
.......
기억하고 있었구나.
정말... 날 보러오지 못하면서도 잊지 않고 있었구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앞에서 춤추면서 불러주려구했는데.ㅠ0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칫칫!! 이건 다 삼춘 책임이에효!! -_-)+
정말 미안해.... 정말.
이말밖에 할 수 없어서 너무 미안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진짜 가효...ㅠㅜ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안녕.............
가지마... 부탁할께. 제발...
"'영원의나라'님이 접속을 종료하셨습니다."
.
.
.
.
.
언제나처럼 시간은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에
지나가 버린다.
내가 놓쳐버린 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영원이는 그렇게 내게 잊지못할 생일 선물만을 남겨둔 채
쓸쓸한 흔적만을 남기고 떠나가버렸다.
내 손에 사진위로
눈물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고
내 마음에도 비가 내린다.
17. 시련 Ⅱ
이 넓고 넓은
세상에서 속에서
당신과 마주칠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내 삶은
정말 행복했었습니다.
내 삶에 있어서
가장 놀라운 기적은
당신을 만난 일이었습니다.
==========================
영원이의 소식이 끊겼던 5월 이후로
매번 가위에 눌린채로 잠을 깨었고
나는 내내 밤잠을 설쳐야했다.
마치 심장이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그렇게 마구 방방이질쳐서
한번 깬 잠은 더이상 오질 않았다.
"후........"
시계를 본다.
새벽 두시...
억지로 눈을 붙인지 겨우 한 시간 남짓,
담배가 부쩍 늘었다.
한숨이 크게 늘었다.
그래도 가슴 한구석의 빈자리는 채워지지가 않는다.
더이상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잠시 옷을 챙겨입고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
복도 창문을 열고 담배연기를 내뿜는다.
내 마음속의 답답함도
이 연기와 함께 흩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름이라곤 하나 여전히 차가운 새벽공기사이로
나의 시름도 함께 흩어진다.
하지만,
내뱉고 또 내뱉어도
가슴속의 응어리는 여전히 그대로이다.
언제쯤이면
나는 다시 꿈을 꾸며 잠이 들 수 있을까....
=======
다시 내방으로 들어와 본다.
밤새 켜져있는 모니터 불빛때문에
방 한켠이 환하다.
이런다고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어제 이후로 컴을 종료 할 수가 없었다.
무법항 은행, 바로 그 앞에서
어제 영원이에게 귓속말을 받았던 그곳에서
그대로 한발자욱도 움직이지 않은채
나의 흑마는 서있었다.
이렇게 망부석처럼 있다가
그대로 돌이 되어 굳어도 좋다.
내가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아니, 설령 모른다 하더라도
행여 하늘이라도 감동하여
내게 단 한번의 기회라도 준다면...
나는 언제까지나 이자리에 있을 것이다.
스스로 의미를 가져야했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너무도 비참했기에.
=====
또 하루가 지났다.
나 역시 컴앞에 앉은채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하염없이 멍하게만 있었다.
밥도 먹을 수 없었고
물도 마실 수가 없었다.
오로지 섭취하는 것이라곤
담배연기뿐...
지금이 휴가 기간이란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못했다면 아마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고작 화요일.
아직도 휴가는 닷새가 남아있다.
.
.
.
.
.
나도 모르게 살짝 잠이 들었나보다.
이틀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데다가
수면이 너무 부족했으니
당연한 결과 일지도 모르겠다.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본다.
'오후 3시라...'
눈앞이 뿌옇다.
그래도 습관처럼 모니터를 본다.
이러고 있으면 언젠간 영원이가
금새 '삼촌~!!' 하며 나타날 것만 같다.
"..........!!"
나는 어느순간
내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모니터 채팅창위에
거짓말처럼 영원이의 귓속말이 보였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ㅁ;
나는 마우스를 잡았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맞죠??!! 우리 은빛삼춘 맞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추운!!! ;ㅁ;ㅁ;ㅁ;ㅁ;;ㅁ;;ㅁ;ㅁ;ㅁ;;ㅁ;
.....
왔구나...
정말 와 주었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어디에효!!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회사는 왜 안나간거구....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왜 아무말도 안해요 삼춘!!! ;ㅁ;ㅁ;ㅁ;
목구멍까지 올라온 울음을 억지로 참으며
나는 3일만에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힘들게 한자한자 써내려갔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우리 영원이.... 왔구나.
잠시...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나는 그대로 있었다.
=======
만약 이게 꿈이라면
나는 신을 저주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이다.
지금 모니터의 건너편엔 영원이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삼촌이 너무 늦게 왔지... 미안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ㅠㅠ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아... 또 영원이라고 불렀네.;; 우리 연희 화났겠다...ㅎㅎ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삼촌 머릿속 지우개는 여전한가봐.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ㅁ;ㅁ;ㅁ;ㅁ;ㅁ;ㅁ;ㅁ;
하고싶고, 묻고싶은 이야기가
너무도 많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이렇게 나타나 준 것만으로도
너무도 고맙고 감사했기에.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나 어디게효? >ㅅ<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응....?
아... 영원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야할 내가
여전히 무법항 은행앞에 있다니
이렇게 멍청 할 수가......
급하게 친구목록을 열어본다.
'영원의나라 - 그늘숲'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헉... 그늘숲?
나와 영원이의 귀환장소는 아이언포지 여관이다.
그런데...
그동안 접속도 못했던 아이가... 그늘숲이라니.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지금 삼춘한테 가고있어효.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엇그제 삼춘 기다리다가 가시덤불 골짜기가 어딘지 몰라서..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그래서 찾아가지두 못한게 너무 후회되서..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지금 열심히 뛰고 있어효. ;ㅂ;)/
맙소사...
아직 말도 타지 못하는 아이가
아이언 포지에서 이곳까지....
나를 만난 이후론 한번도 혼자 다녀본 적이 없는
겁많던 녀석이..
멀고먼 동부왕국의 최남단까지...
영원이는 그렇게 나를 찾아서 뛰고 있었다.
이어집니다~
ㅡ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alfred d. suja -
==========================
여기저기 삼삼오오
유모차를 끌고나온 가족들의 모습들 사이에
남녀쌍쌍 커플로 나들이를 온듯 여기저기 환한 웃음들이 보인다.
'후..... 내가 여기를 왜 왔을까.'
아무래도 괜한 짓을 한 것 같다.
.
.
.
.
.
.
.
"삼촌!!!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요? ㅇㅅㅇ)a"
"응? -_-"
뜬금없이 사냥중에 말을 꺼내는 영원이.
오호. 이놈봐라. -_-
"전.화.번.호. 가르쳐달라구요!!"
"........ -_-)a"
죽음의탄광 이후로 둘이 같이 사냥다닌지도
벌써 한달정도가 지났다.
그동안 조금 무대뽀(?)같은 녀석의 행동에
당황한게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오늘은 좀 더 과감하게 느껴진다.
"빨리욧!! ;ㅁ;)/"
스타카토를 주어서 말을 했음에도
내가 자꾸 딴청을 하며 말이 없자
재차 다급하게 재촉을 한다.
"그건 알아서 뭐하려고. -_-"
영원이도 어느새 레벨 30.
하지만 내눈에는 항상 렙 1짜리 초보로 보인다.
내가 만랩이니 당연한 건가. -_-
"아놔!! 쫌 갈쳐줘바바욧!! ;ㅁ;"
"..........-_-;"
내앞에서 마구마구 점프를 하며 떼를 쓰는 녀석.
아무리봐도 휴먼이 아니라 노움같다. -_-
"그게... 난 전화번호가....."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내가 졌다. -_-
살짝 /w 를 눌러서 영원이에게 귓말을 보낸다.
"016-XXX-XXXX "
갑자기 방방 뛰던 녀석이 잠잠해진다.
그리고 잠시후 까르르 웃는 모습으로 말을 꺼낸다.
"우후후!!! 저장완료!!! +ㅂ+)/"
...왠지 실수한 것 같다. -_-
갈수록 이녀석 필살기가 늘어간단 말야.
"너 장난전화 하면 안됀다."
"오호호호호!!!! 안들려요!! 안들려요!!"
그냥 장난전화 한다고 해라. -_-;;
사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요사이 한달동안 몇번의 야근과 출장때문에
영원이와 같이 사냥을 못한적도 종종있었다.
그러다 다음날 부랴부랴 접속해보면
전날 경험치에서 별반 차이가 없는 영원이의 렙업바.
"너 어제 퀘스트 안했어?"
"도리도리"
"그럼 저녁내내 뭐한거야?"
"삼춘 기다렸어요. ;ㅂ;)a"
진짜 바보다.
아니, 내가 없어도 혼자 사냥도 하고
퀘스트도 해서 업을 해야지.
언제올지도 모르는 사람ㅡ 마냥기다리고 있는게 정상인가.
"왜 시간 아깝게 나 기다리고 있는건데!!! 경치올려야지!!"
"그래서 여관안에서 기둘렸어효!! 'ㅁ')/"
.
.
.
자랑이다. -_-
여관안에다 세워놓고 종료하면 경치 2배로 먹는다는 이야길
괜히 해줬나보다.
"너 바보지. -_-"
"....;ㅂ;)a"
기껏 친구추가 하는법 알려줘서
내가 접속했을 때 같이 하자고 해줬더니
이젠 나 없으면 아예 움직이지도 않고 여관안에서 앉아있다.
"다른 사람들이랑도 팟으로 퀘스트 해야지!!"
"...삼춘없으면 와우 하기 싫어효. ;ㅂ;)/"
후....
이러니 내가 접속을 못하는 날이면
얼마나 맘한구석에서 신경이 쓰이겠는가.
전화번호라도 알면 문자라도 보내서
'오늘 삼촌 야근하니까 혼자해.'
혹은
'회식이라 못간다. 내일 같이하자.'
이렇게 알려줄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에
아쉬웠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특히, 그늘숲과 레이크샤이어 퀘를 할때는
뒷치기를 심하게 당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혼자다니질 않으니, 그런일은 없었다.
운이 좋아서 였을까.
영원이는 호드를 만난적이 없다.
아마도 옆에 항상 내가 따라다녀서 일지도 모르겠다.
도적이 은신으로 보아도 날 보고 피할것이고
일부러 뒷치기하러 오지않는 이상
호드가 그늘숲에 올 일은 별로 없을테니까.
어쩜 영원이는 아직 쟁섭과 일반섭의 차이조차 모를지도...
아니, 호드가 어떻게 생긴 종족인지는 알려나. -_-;;
.
.
.
.
.
"띵동~!!!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내일은 토요일이고해서
영원이를 들여보내고 간만에 알터렉전장 이라도 한번 뛸까싶어
전장대기를 하며 담배를 한대 태우고 있을무렵
첨보는 번호와 함께 문자가 하나 들어왔다.
'삼추우우우운!!!! 누구게효??>ㅂ</'
.........-_-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자판을 눌러
열심히 문자판을 꾹꾹 눌러 답신을 보낸다.
참고로, 난 문자에 서툴다. -_-
'영원이'
금새 답신이 온다.
'정답!!!! >ㅂ<//'
....얘가 날 바보인지 아나. -_-;
'빨랑자!'
'잠이 안와효. 놀아줘효 ;ㅂ;)/'
'-_-;'
의외로 문자를 주고받는 것은
재미가 있었고
나는 모니터위로 두둥소리와 함께
알터렉 입장 메세지가 뜨는것 조차 무시해버렸다.
심지어, 와우가 튕겨서 실행이 종료될때까지
난 영원이와 문자를 주고받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음.... 저대로 냅두면 지가 알아서 꺼지겠지.'
절전모드란 참 좋은것 같다.
사실, 영원이가 게임을 접속종료한 후에는
뭔가 중요한 것을 잃어 버린듯한 허전함에
멍하니 혼자 아포 구석진곳에 앉아있곤 했었는데
이렇게 문자를 주고받으니
그 허전함이
어느덧 눈녹듯이 사라져 버린다.
'삼촌!'
'응?'
'우리 낼 데이뜨해욧!! 'ㅁ')/'
'-_-;'
이녀석.. 이런 과감한 말을!!
잠시 생각해보니
아까 전화번호 달라고 징징댄것은
내일이 내가 쉬는 날인 것을 파악하고
계산에 넣은 게 틀림없다
'흠....'
'왜요?'
'너... 삼촌이 남자는 다 늑대랬지.'
'네. ;ㅂ;)a'
'근데 내일 단둘이 보자고?'
'그럼...안돼는 거에효? ;ㅁ;"
나는 아주 잠시 고민을 한다음
답신을 보냈다.
'아니, 돼. -_-'
'와와!! 진짜효!!?? ;ㅂ;'
사실, 내가 겁낼게 뭐있겠냐. -_-;
죄진것도 아니고.
'그럼 우리 에버랜드 가효!! >ㅂ</'
'엥? 에버랜드?'
'응!! 나 거기 한번 가보는게 소원이었어효.'
워;;; 에버랜드도 한번 안가봤나;;;
갑자기 조금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낼 에버랜드 정문근처 베이커리 벤치에서 보자!'
'몇시요?'
'음... 11시.'
'네에!!! 삼춘 낼봐욧!! >ㅁ</"
.
.
.
.
그렇게 우린 문자를 마무리 하고
잘자라는 인사와 함께 문자를 끊었다.
그리고 나는 새벽 세시까지
뒤치락거리며 잠을 설쳤다.
아까 커피를 괜히 마셨나보다. -_-
분명히 커피탓이야. 이렇게 잠이 안오는 건.
혼자 중얼중얼 거리며 밤새도록 양을 세었다.
.
.
.
.
.
.
"혹시......... 삼춘?"
잠시 넋을 놓고 벤치에 앉아서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
내 옆에서 나를 보며
5월의 봄날 햇살보다 더더욱 눈부신
환한 미소로 서있는 것은
바로 영원이리라.
"은빛삼춘 맞죠??"
"아..... 으응."
163cm정도의 아담한 키.
아이보리색 터틀넥 티에 분홍색 가디건.
버버리문양이 새겨져있는, 조금 짧은듯한 치마.
무릎가까이 올려져있는 루즈싹스 타입의 흰색양말이
조금은 어색한듯...
손가방을 뒤로 들고 서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살짝 뛰었다.
'아... 영원이구나.'
나는 벤치에서 살짝일어나
나를 부른 그 여자의 얼굴을 천천히 올려다 보았다.
"아이참, 쑥쓰럽게 삼춘은 왜 아무말도 안해요. ㅎ"
비로서 마주한 영원이의 얼굴.
커다란 검은 눈동자에 하얀색 피부.
어깨까지 내려오는 단정한 긴머리에 하얀색 머리띠.
약한 화장을 하긴 했지만 조금은 앳띈 모습.
본홍색 립스틱에 햇빛이 반사되어
수줍게 웃고있는 그 모습은
내가 생각해왔던 영원이의 그 어떤 모습보다도
아름다왔다.
"바... 반가워. 영원아, 내가 삼촌이야."
워ㅡ 뻘쭘해라. -_-
한가인을 닮았다고 생각했지만
그보다 영원이가 두배쯤은 더 예뻤던 것 같다.
서로 상대방의 닉을 불러 재차 확인하고 나자
비로서 영원이도 웃음이 난다.
"오래기다렸어요?"
"아니, 나도 지금 막 왔어."
영원이의 큼지막한 눈동자에 장난끼가 살짝 돌더니
갑자기 내팔을잡고 팔짱을 깊숙히 끼고는
날 잡아 이끈다.
"가요, 삼춘.ㅎㅎ"
아놔... 가심떨리게시리.-_-;;
우린 매표소 앞으로 가서 줄을 섰다.
"삼춘! 나 해보고 싶은게 진짜 많았어요. 오늘 각오하세요!! ㅎㅎ"
"아... 그래."
매표소 건너편으로
놀이기구들의 모습이 보이고
그런 우리를 향해 미소를 짓듯
공연단의 음악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화창한 햇살은
처음만난 우리둘을 축복하듯
그렇게 머리위에 내리고 있었다.
11. 추억만들기
ㅡ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 볼 때
당신과 함께한
모든 일들은
내게 너무나도 과분한
큰 선물이었습니다.
==========================
"삼춘!! 우리 바이킹 타러가요!! "
워... 무슨 여자가 이리 지치지도 않냐.
분명히 여기 오기전에
에너자이저라도 삶아먹은 모양이다. -_-
"우리 조금 쉬었다가..... ^^;;"
"안돼욧!! 벌써 오후 두시란말에요!! 아직 못탄게 얼마나 많은데!!"
"....................ㅜㅜ"
들어오자마자 입구쪽에있던 '허리케인'부터 시작해서
'브레이크댄스', '독수리요새'등등
벌써 놀이기구만 4개는 탄것 같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아오... 이런 무서운 걸 도대체 왜들 타는 거얏!!! ;ㅁ;
"칫... 삼촌 벌써 지친거에요?"
"아니... 그게 아니라;;;;"
입장이 완전히 거꾸로 됐다.
와우안에서는 내가 일방적으로 리드를 하다가
현실에서는 거꾸로 리딩을 당하니
음.. 뭐랄까.
전사가 인던안에서 마법사에게 풀링을 뺏긴 기분같은 것일까. ㅠㅠ
"음... 그럼 삼춘!!"
"응?"
"우리 저거 먹으러가효."
오오ㅡ 듣던중 반가운 소리.
영원이의 맘이 변하기 전에 후딱 가야겠다.
내 손을 잡아끌고 영원이가 당도한곳은
숯불그릴위에 소세지와 치킨등을 팔고있는
작은 야외 스낵코너였다 .
"삼춘!! 나 저거 사줘요!"
"음.... 어떤거 먹을래?"
"다 먹을래요!! 다 사줘욧!! >ㅂ<"
"알았어. 그럼 저기 자리 맡아놓구 있어"
"네!!"
나는 스넥바에 있는 치킨이며, 소세지
음료는 물론이고
안쪽 깊숙한 곳에 들어가서
떡볶이와 오뎅, 거기에 버터오징어까지 사왔다.
여기서 먹을껄 왕창 먹으면서
시간을 벌어보는 거야. -_-
"켁..... 이걸 다 누가 먹어욧!!"
"..........-_-"
커다란 쟁반위에 음식물을 한가득 들고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 모습을 본 영원이가
기가막히다는 듯 입을 딱 벌리고 있었다.
지가 다 먹는대놓구. -_-
"아이구!!! 내가 정말 못살아!! ㅋ"
".........-_-)a"
언젠 우리가 같이 살았냐. -_-
========
오늘은 화창한 토요일.
여기저기 유모차를 끌고다니는
단란한 가족들의 모습들도 자주 눈에 띄었고
5월이라는 시간은, 정말 모든 것을 아름답게 하는 것 같다.
"삼촌, 저기봐요."
"응?"
영원이가 손끝으로 가리킨 곳에는
노란색 모자와 유니폼으로 단장을 한
유치원 아이들이 두줄로 걷고있었다.
"너무 귀엽다... ㅎㅎ"
흠... 귀엽기도 하겠다.
저녀석들이 쫌만 커서 초딩이 되면
삼단변신 로보트보다 더 변형을하여
세상을 습격하는 괴물들이 된단다. -_-
"참새~"
"짹짹~"
"병아리~"
"삐약삐약~"
여선생의 구령에 맞춰
서로 손을 꼬옥 붙잡고
하낫, 둘, 걷는 모습들....
흠... 뭐 귀엽긴 하군. -_-
"삼춘!! "
"응?"
갑자기 그 큰눈에 장난기를 잔뜩 머금고는
내게 불쑥 말을 꺼낸다.
"삼춘은... 돼지."
.......응......-_-?
"세상에 그 많은 걸 혼자 다 먹잖아요!! ㅋ"
"........"
지도 먹으면서. -_-
"참새!! 짹짹!! 삼춘!! 꿀꿀!!"
"..........-_-;;"
그래, 그렇게 갖구 놀다가 제자리에만 갖다놔라. -_-;
뭐가 그리 좋은지
영원이는 여기저기 눈에 띄는 것마다
모두 눈속에 담으려는 듯
음식을 먹으면서도 연신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진짜... 에버랜드 첨이긴 한가보다. -_-
"삼춘!! 우리 가욧!!"
헉... 벌써 다 먹었네;;;
그래도
아직 버터구이 오징어는 남았는데.... ;ㅛ;
"이번엔 어디랬죠?? 동물원쪽?"
"으... 으응!!"
내 팔에 깊숙히 팔짱을 낀 채
다른한손에는 오징어 봉지를 들고
영원이는 동물원이 있는 지역으로 뛰기 시작했다.
워... 아가씨. 제발 천천히 좀 가자구.
나 아직 소화도 안됐단 말이닷.ㅠㅠ
===============
"와!!! 진짜 너무 귀엽다!! ;ㅂ;"
"거봐. 내말 들음 좋다니깐. -_-"
.
.
.
에버랜드에 들어오기전에
입구 매표서 왼편에 보면
제과점과 작은 편의점이 하나씩 있다.
나는 영원이를 기다리면서 그곳에 들러
새우깡 한봉지와 커다란 건빵을 한봉지 샀다.
"응? 삼춘 그건 모에요?"
"이따가 보면 알게 돼. ㅎ"
우리는 동물원 지역을 거닐다가
작은 다람쥐원숭이를 어깨에 올려놓고
거닐고 있는 사육사를 보았고
나는 자연스럽게 새우깡 봉지를 뜯어
영원이에게 건넸다.
"가서 줘봐봐. ㅎㅎ"
"어? 그래도 돼요?"
조심스럽게 새우깡을 들고 다가서서
원숭이에게 주는 영원이의 모습.
"와!! 어떡해!!! 너무 귀여워!! ;ㅂ;"
다른 커다란 원숭이들과는 달리
다람쥐 원숭이는 굉장히 작다.
식성이 좋아 어떤것이든 모두 좋아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먹는 모습이다.
새우깡을 주면 손으로 받는데
양손으로 하나씩 쥐고
너무도 맛있게 먹는다.
사람으로 치면 커다란 바게뜨빵을
양손에 하나씩 쥐고 먹는다고 해야하나. -_-
아니다. 가래떡을 쥐고 먹는 정도겠다.
"삼춘!! 진짜 너무너무 귀엽죠!! ;ㅂ;"
우리에게 살짝 인사를 하고 또 다른곳으로 사육사가 가자
내 어깨를 마구마구 안마(?) 하면서
영원이는 어쩔줄 몰라한다.
..............아프다. -_-
"그럼 다음 코스로 가볼까?"
"와!! 또 있어요?"
"당연하지. -_-"
기회는 이때뿐이란 말이다.
내가 놀이기구를 안타도 될 절호의 찬스를 만났는데
그냥 넘어갈 것 같니. -_-
"아 참, 저기.... 원숭이들한테 남은 새우깡은 주고 가자"
"네에~ㅎㅎ"
시간끌기 일단 성공. -_-
=======
영원이는 우리안에 원숭이들에게
새우깡을 하나둘씩 던져주며
연신 공을 쏟는다.
"아우!!! 자꾸 저 큰애가 다 받아먹어효..ㅠㅠ"
"아우!! 저기 아가 엄마한테도 던져줘야 하는데!!"
"아우!! 야, 너 혼자 다 먹지마!!! ;ㅁ;"
.....혼자 잘 논다. -_-
이윽고, 새우깡은 금새 빈봉지가 되고
안타까운 눈빛으로 나를 보는 영원이.
역시 과자가 떨어져야 나를 보는군. -_-;;
"...저쪽으로 가보자."
"네!! ㅎㅎ"
우리는 다음코스를 향해 길을 떠났다. -_-
==========
"까약!!! 삼춘!!! 봤어요?? 어쩜좋아!!"
"응, 봤어. 그러니까 진정해. -_-"
우리가 건빵봉지를 들고 도달한 곳은
다름아닌 북극곰 우리.
그곳은 높은곳에서 내려다 볼수있는 형식으로 되어져있고
약 3/4 정도가 물로 이루어져
항상 헤엄을 치고있는 북극곰들을 볼 수가 있다.
흠.... 남극곰이었나? -_-
"꺅!!! 또 받아먹었어!! 너무 귀엽다!! ;ㅂ;"
"....-_-"
어쨋거나 우린 건빵을 위에서
곰들에게 던져주었으며
곰들은 물위에 떠있는 것을 먹기도 했지만
채 떨어지기도 전에 공중에서 건빵을 나꿔채 먹기도 했다.
마치 사냥개 같다고 해야하나?
날렵도 해라.
저 모습을 보면 누가 미련 곰탱이라 할 것인가. -_-
"정말 너무너무 재밌어요. ㅎㅎ"
"재밌다니 다행이네."
그런 우리들의 모습에 지나가던 사람들도 모여들었고
건빵을 어디서 사냐고 묻는 사람들도 종종있었다.
"음... 이건 밖에서 가져온거구요, 저기 보시면 곰 먹이 자판기 있어요."
사실 그 자판기 안에파는 것도 건빵이다.
다만... 1000원에 몇알 안들었다는 단점이 있을뿐.
"삼춘..... 근데 저기 쟤한테도 좀 주고 싶은데 너무 멀어효. ;ㅅ;"
저 멀리 한녀석이 헤엄을 치지않고 혼자 그늘에 쳐져있다.
영원이가 여러번 그쪽으로 건빵을 던져봤지만
날아가다가 힘이 다한듯
중간에 건빵은 떨어지고 만다.
다른 관람객들도 자판기에서 건빵을 사와
열심히 던져보았지만
거기까지 날아가기에 건빵은 너무 힘이 없다.
"아... 쟤 너무 불쌍해요.ㅠㅠ"
더위에 지친것일까.
조금 안쓰럽게 느껴진다.
"음.. 삼촌 건빵한개 줘봐"
건빵을 던질때 어깨로 던지면
그다지 멀리가질 않는다.
엄지와 중지사이에 건빵을 세로로끼고
튕기듯이 날려야면 원하는 위치까지 보낼 수 있다.
"와!!! "
"오호!!!"
내가 손을 앞으로 밀듯이 뻗으며
손가락을 튕기자
그늘속에서 쉬고있는 곰을 앞발 근처에
건빵이 떨어진다.
그리고 지켜보던 구경꾼들의 환호가 이어진다.
"와!! 어떻게 거기까지 날린거에요?"
"삼촌이잖아. -_-"
내친김에 몇개를 더 손으로 튕겼다.
하나도 빠짐없이 그늘에 있는 곰의 발치에까지
건빵이 날아가자 지켜보던 구경꾼들도 모두 환호를 올린다.
"역시 우리 삼춘이 세상에서 가장 최고에요.ㅎ"
흐뭇한 미소로 나를 쳐다보는 영원이.
아놔. 챙피하게시리. -_-;;;
어느덧 뜨겁던 햇살도 잦아들고
에버랜드 구석의 동물원 구역에도
하나둘씩 어스름이 내려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는 또다른 추억을 만들어간다.
12. 추억만들기 Ⅱ
ㅡ 고맙습니다.
당신이 있어서
나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ㅡ
내게로 와줘서.
==========================
"앗, 차가와!!"
"까르르르~"
실수였었다. -_-
동물원지역엔 놀이기구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마존익스프레스인지 뭔지 하는
둥그스름한 물보트가 있는지 미처 기억이 안났다.
"삼춘한테만 물이 다 튀네요. ㅎㅎ"
"-_-;;"
이거... 보트도 사람 차별대우하나.
뭐 그다지 무섭지 않을꺼라 생각하고 올라탄 물보트가
이렇게 날 괴롭힐지는 몰랐다.
"흐으음... 너 자꾸 그렇게 놀릴래?"
"사실이잖아효.ㅎㅎ"
오호라. 그렇다 이거지?
두고보자구. -_-
"에~ 삼춘 삐쳤구나?"
"흥!! -_-"
짐짓 화가 난 듯 토라진 표정을 짓자
영원이는 어느새
슬그머니 내 손을 잡는다.
"아휴~! 우리 삼춘 화나써?? 쭈쭈쭈쭈~~"
"........-_-;;;;"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듯
나를 향해 장난치는 영원이를 보고
같은 보트에 탄 다른 연인과 부부들까지
흐뭇한 표정으로 미소를 짓는다.
아놔, 민망해라. ㅠㅠ
"야... 사람들이 보잖아.;;;"
"보면 어때효. ㅎ"
이젠, 한술 더떠서
내게 살짝 기대기까지 한다.
가슴이 콩딱거려 미치겠다.
날 심장마비 걸리게 하려고
작정을 했냐. -_-
======
"와~!! 삼춘!! 호랑이 좀 봐요~!! "
"ㅎㅎㅎ"
우린 아마존 익스프레스를 내리고 나서
바로 옆에 위치한 사파리버스를 타러 갔다.
.
.
.
.
"영원아, 그러니까 삼촌 말 알았지?"
내가 무언가를 속닥속닥 거리자
영원이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니까, 버스를 타면 일단 운전기사 뒷쪽에 앉으라구요?"
"응 -_-"
"혹시 바로 뒤에 앉지 못하더라도 꼭 왼편좌석에 앉으란 말이죠?"
"응 -_-"
다시한번 나에게 확인하는 물어보는 영원이.
".........왜요? ;ㅂ;)a"
짜식, 궁금해하기는.
조금있으면 다 알게 될텐데. -_-
.
.
.
"와~!! 사자가 버스에 덤벼들어요!!"
"응. ㅎ"
"근데... 버스를 왜 먹으려고 하는거지? ;ㅂ;)a"
".......-_-;;"
영원이의 뇌구조는
아무래도 정상인의 그것과는 많이 다른가 보다.;;
이봐. 아무리 맹수라도 버스는 못먹는다구. -_-
"창문유리창 뒤쪽 한번 봐봐"
"네?"
내가 가리킨 손끝 창문밖에는
조그마한 걸쇄비슷한 것이 있었고
그곳엔 하얀색 종이봉투가 살짝 걸쳐져 있었다.
"저 속에 닭고기가 들어있거든?"
".........?"
"사자나 호랑이가 저 고기를 먹으려고 그러는거야."
"아...!!"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치 숙달된 조교처럼 시범을 보이듯
집채만한 호랑이 한마리가 가까이 다가와
종이봉투를 입에 물고 사라졌다.
"아!! 삼춘!! 봤어요? 방금그거??! 'ㅁ' "
"내 말이 맞지? ㅎㅎ"
그럼 내가 거짓말하리. -_-
"근데 왜 닭고기에요?"
"왜냐면..... 값이 싸니까. -_-"
"우웩!! 말도 안돼!!"
......진짠데. -_-
"자자~~ 여러분 이번엔 오른편을 보세요~~~"
재미있는 멘트와 함께 버스를 운행하는
사파리 운전기사 아저씨.
사람들이 우루루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자
아저씨 곧이은 멘트를 날린다.
"그곳엔 찝차가 있습니다. 네네. (__)"
동물은 아무것도 없고
덩그러니 혼자 있는 얼룩덜룩한 코란도차량을 향해
버스안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고
나와 영원이도 한참을 웃었다.
수십번을 타봤어도, 사파리투어는 언제나 최고다.
======
"자아~~ 지금부터 들어갈 곳은 곰들이 있는 지역입니다~"
털컹ㅡ 하는 소리와 함께 철문이 열리고
버스는 이내 다른 지역으로 진입을 했다.
드디어 왔군. -_-
"자아~ 왼편에 있는 곰은 에버랜드 최고의 재주꾼입니다."
"와~~"
기사아저씨가 익숙한 손짓으로
건빵을 던지자
낼름 받아먹는 곰돌이 녀석.
"재주 보여줘야지?"
건빵을 받아먹던 그녀석,
갑자기 선채로 한바퀴를 핑그르르 돈다.
"자아~ 한번 더 돌고~"
"와아아아~~"
건빵을 하나 먹고 한바퀴 돌고
건빵 또 하나 먹고 한바퀴 돌고,
버스안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모두 곰의 재주를 보느라 시선을 떼지 못한채
연신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다.
"쟤는 재주가 빙글빙글 도는 것밖에 없어서, 이름이 이사도라입니다~"
"까르르르르~"
여대생무리인듯한 네댓명이
기사아저씨의 멘트가 나오기만 하면 배를 잡고 구른다.
음... 쟤네들은 점심을 잘못 먹었나. -_-
======
"자~~ 하이파이브~~"
"우와와와~~"
어느덧 마지막 곰..
그 곰은 기사아저씨가 손을 내밀때마다
같이 손을 내밀어 하이화이브를 하기까지 한다.
저걸 보고 누가 미련 곰탱이가 할 것인가. -_-
"자~~ 건빵 던진다~~"
마치 말귀를 알아듣기라도 하는듯
운전기사 아저씨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곰.
"놓치지 말고 잘 받어~~"
멘트가 끝나기가 무섭게
대강 0.5초씩 간격을 두고 연속으로 날아가는
건빵 다섯개.
"텁.텁.텁.텁.텁."
"허걱;;; 저 곰봐봐;;"
하나도 놓치지않고 날아가는 건빵을
모두 한입에 넣은 녀석.
"우와~~~~~"
버스안은 이내 환호로 가득찼다.
언제봐도 저 기술은 최고다.
============
"잘 봤어?"
"네에~ >ㅂ<//"
어느덧 사파리투어가 끝나 버스를 내려
우리는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었다.
"우앙~~~ 우린 하나도 제대로 못봤잖아~~~ ㅠㅠ"
"자기야. 나중에 다시 또 보자, 응??"
오른편 좌석에 앉았었던 한 커플.
안타깝게도 버스안에서
사람들에 가려 제대로 곰들을 못 본 모양이다.
우린 본전을 제대로 뽑았기 때문에
왠지 뿌듯한 기분. -ㅂ-
"우린 진짜 가까이서 봤는데. 그쵸, 삼춘?? ㅎㅎ"
"응. ㅎㅎ"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나를 보고 영원이가 묻는다.
"엇, 설마 삼춘 그것때문에 기사아저씨 뒤에 앉으랬던 거였어요?"
".........(--)(__)"
묘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영원이.
"삼춘. 도대체 정체가 뭐에요? -_-)+"
워ㅡ 정체랄 것 까지야. -_-;;;;
=================
어느덧 시간은 8시가 넘어
어스름이 깔려가고 있었다.
"삼춘.... 딱 한개만 더타효, 네? ;ㅂ;"
".......-_-"
집에 가자는 내말을 들은체만체
자꾸만 떼를 쓰는 영원이.
"우리 후룸라이드 한개만 더 타효, 네?? ;ㅁ;"
어라. 후룸라이드. -_-?
갑자기 머릿속에 번개같이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다.
"흠.... 그럼 딱 그것만 타는거다. 알았지?"
"네에!! 진짜효!! ;ㅁ;)/"
오케이. 너 맛 좀 봐라. -_-
.
.
.
대기하고 있던 줄이 짧아지고
어느덧 우리가 탈 차례.
나는 영원이를 맨 앞자리에 앉혔다.
"헥.... 삼춘, 여자가 앞에 앉으라구요?"
"네가 뒤에 타면 위로 올라갈때 나한테 깔릴텐데? 설마 그걸 원해? -_-"
잠시 고민하던 영원이.
"아니효. ;ㅂ;)"
"그럼 앉아. -_-"
후룸라이드는 4인승이다.
우리 뒷쪽의 커플도 우리가 승차하는 모습대로
여자를 앞에 앉혔다.
그리고... 슬슬 통나무 보트는 출발했다.
.
.
.
.
"까약~~ 삼춘~~~~ 난 몰라~~~~ ;ㅁ;"
오호. 고작 이것가지고 비명이라니. -_-
에버랜드에서 재밌는 놀이기구중 하나가
바로 이 후룸라이드이다.
코스가 길기도 하고, 마지막 최종 내려오는 길목의 스릴은
어느 놀이공원 후룸라이드보다 단연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난 이 놀이기구 만큼은 단련이 됐다.
모르긴 몰라도 백번은 탔을꺼다.
"흑흑... 삼춘, 이제 다 끝난거에효? ;ㅁ;"
"아닐껄. -_-"
갑자기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앞을 70도 가량 들고
보트는 수직상승(?)을 시작했다.
"꺄악~~~"
등을 내 가슴에 완전히 밀착시킨채로
다리만 바둥바둥 거리고 있는 영원이.
오케바리. -_-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은걸?
서로 맞닿은 손을 통해서
영원이의 자그마한 떨림이 느껴져온다.
미안하다.
이 삼촌을 용서해주렴. -_-
.
.
.
.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나이스 -_-
까마득한 절벽에서 번지점프를 하듯
보트는 땅을 향해 떨어지듯 내려갔고
영원이는 지금까지의 겁없던 모습과는 달리
잔뜩 질겁한 모습으로
눈을 꼭 감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음... 조금 미안한 걸.
하지만, 어쩔 수 없단다. -_-
나는 보트의 무게중심을 살짝 더 앞으로 밀어
보트가 내려가는 각도가
조금 더 깊숙해지도록 힘을 주었다.
오케바리. -_-
"꺄아아아아아아악!!!!!!!"
"풍덩~~!!"
커다란 물보라가 우리를 덮쳤고
덩달아서 뒤에앉은 커플들도 물을 뒤집어 썼다.
미안합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줄을 잘서야되요. -_-
어쨋거나 잠시 후,
영원이는 물에 흠뻑 젖은채로 고개를 들었다.
"우훼엥... 삼춘... 나 다 젖었어효. ;ㅅ;"
"응 -_-"
미안하다.
일부러 그랬다. -_-
"힝.. 무서웠어효. ㅠㅠ"
".........."
어느새 내릴 때가 되어
조명이 우리가 타고있는 보트를 비추자
물기에 젖은 영원이의 머리, 그리고 뽀얀 얼굴.
워.... 이걸 노린건 아닌데.
.
.
.
예.. 쁘....다. -_-;;
============
"삼춘!!! 근데 삼춘은 어떻게 여길 그렇게 잘 알고 있어효? 'ㅁ')/"
회전목마뒤편에 위치한 로즈가든.
일명 장미원이라 일컫는 그곳에서
분수대 사이를 거닐다가 영원이가 무언가 묻기 시작한다.
흠..... 말해줄까 말까. -_-
"삼춘!!! 말해줘요~!! 네?? ;ㅂ;)a"
";;;;;;;;;;;;;;;"
오줌싸개 동상 옆 구석 작은 벤치.
연인들을 위해 놓여있는 것일까,
우린 잠시 그곳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예전에... 여기서 잠깐 일한 적이 있었어."
".........에?? ;ㅂ;)a"
사실이다.
97년도 IMF가 터진 직 후,
원서값이 폭등해서 교재를 살 돈조차 부족하여
부득이 학교를 휴학하고
계약직으로 이곳에 와서
일년동안 일을 했던적이 있었다.
"삼춘은 무슨일 했는데요?"
".....바이킹 돌렸어. -_-"
"에에?? 근데 놀이기구를 글케 못타효? ;ㅂ;)a"
".........-_-;;"
바이킹 운행하는 거하고
놀이기구 잘 타는 거하고는
질적으로 다른 건데...;;;;
.
.
.
"근데.... 삼춘."
"응?"
무언가를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조심스레 말을 꺼내는 영원이.
"근데.... 배만드는 회사는 왜 그만둔거에요?"
"..........."
잠시 잊고 있었던 생각이 났다.
아니, 지우려고 했던 기억이 났다.
"....글을 쓰고 싶었거든."
".........?"
나름대로 촉망받는 대기업에 입사하여
2년동안 밤낮없이 일만 하는 동안
마음 한 구석에는 항상 빈자리가 있었다.
'이렇게 일만하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그렇게 늙어가는 거겠지.'
중학교 시절부터 신문배달을 시작으로
전단지 돌리기, 호프집, 레스토랑 서빙아르바이트,
막노동과 바텐더까지
나의 인생은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같은 삶은 이어져왔고
군대에 있는 3년을 제외하고는
나는 항상 일을 해야만 학교를 다닐 수가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해본 아르바이트가
대략 50여가지가 넘어갔었고
심지어 직장조차 대학 졸업직전에 들어갔으니
나는 참 피곤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내 인생의 쉼표를 찍고싶다는 생각을 했고
과감히 사표를 던진 후에
그날부로 서울로 다시 올라오고야 말았다.
그리고..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
.
.
"...그래서, 많이 썼어요?"
"음... 조금. ㅎ"
사실, 습작삼아 썼던 시나리오가
좋은 반응을 얻어서
영화를 만들기 일보직전까지 갔던 시절도 있었다.
"어....? 근데 왜 지금은 그냥 회사에 다니는 거에요?"
".........."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대 꺼내 불을 붙였다.
회사를 그만두고 조그마한 변두리 지하 자취방에서
굶기를 밥먹듯이 하고 라면을 벗삼아
이것저것 습작들을 끄적거리던 시절,
우연히 인터넷의 한 게시판에서 알게되었던 한 사람
그리고 어느순간 나의 전부가 되었던 여자가 있었다.
ㅡ 오빠. 글쟁이는 미래가 없다고 부모님이 반대하셔.
ㅡ 오빠. 작가는 여자를 고생시킨다고 엄마가 자꾸 뭐라고 해.
ㅡ 오빠. 난 오빠가 회사를 다니는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모든것을 다 정리했고
구인광고만 보면 무조건 원서를 내기 시작한 결과
겨우, 지금의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결혼을 약속했던 사람이 있었거든. 지금은 헤어졌지만..."
나는..... 펜을 꺾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그 여자는 나를 떠나 다른 사내에게로 갔다.
"....미. 미안해요, 삼춘. 내가 괜한 걸...ㅠㅠ"
".........."
한 여자를 위해 나의 꿈조차 버렸건만
아무것도 내게 남은 것은 없었다.
가슴속 깊은곳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솟아 오른다.
"삼춘... 울어요....?"
".........."
내 눈물은
그녀를 다른 남자에게 떠나보낼때
그녀와 함께 모두 흘려버렸다.
더이상
나는 흘릴 눈물이 없다.
"울긴 누가........"
무언가 뜨거운 것이
내 볼을 스치고 흘러내린다.
이건... 뭘까.
"삼춘........"
희뿌연 나의 시아에
영원이의 작은 손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따뜻한 영원이의 손길이
내 볼과 내눈에 흐르는
그 무언가를 가만히 어루만진다.
"삼춘은..... 참 바보에효. "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오는 영원이의 입술.
나는 눈을 감았다.
회전목마 뒤편 포시즌스 가든에서
레이져쇼와 함께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었고
눈부신 불꽃 아래 장미가 만발한 그 곳에서
우린 수줍게 입술을 나눴다.
한여름밤의 꿈처럼
5월의 장미향보다
더 달콤한 향기가 우리를 감싸고 있었다.
13. 별
ㅡ "이따금 이런생각이
이내 머리를 스치곤 했습니다.
저 숱한 별들 중에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님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고이 잠들어 있노라고."
별, -Alphonse Daudet
==========================
"그런데 계속 영원이라고 부를꺼에효? -_-)+"
".......아니, 그게아니라 습관이 되서;;"
집으로 가기 위해 정문을 향해 걸으면서
나는 영원이에게 무수히 많은 압박을 받아야만 했다.
"내 이름은 연희에요!! 이. 연. 희."
"..........;;"
잡고있는 손에 힘을 꽉주어 압박을 하며
스타카토를 주듯이 한자한자 또박또박 발음하는 영원이.
....아니 연희. -_-;
"알았어. 앞으로는 꼭 이름으로 불러줄께. ^^;;"
"진짜죠? ㅎ"
나한테 속고만 살았냐. 믿어보라니깐. -_-;;
.
.
.
.
.
"삼춘... 내가 갑자기 뽀뽀해서 놀랬죠..;;"
"........-_-;;"
장미원 벤치에서 잠시간의 적막이 흐른뒤에
영원이가 꺼낸 말이다.
"미안해요. 그럴려구 한 건 아니었는데...'
음.... 많이 놀랬지만, 기분 안나빴는데;;;;
사실, 나야 고맙지.
영계는 옷깃만 스쳐도 몸보신이 된다는 옛말도 있는 걸.
...아놔, 이 놈의 머리속은 뭐가 들어있는거얏!! ;ㅁ;
==========
"삼춘은 혹시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어요?"
당연히 믿지!!
우리도 오늘 처음 봤잖아. >ㅂ<//
"응..ㅎㅎ"
그런 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영원이는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믿지 않아요."
"응......?"
무슨 뜻일까?
혹시... 우리가 알고지낸 건 한달도 넘었으니까
아무리 게임상이라도 트고지낸지 오래된 사이니까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건가?
.....에이.... 놀랬잖아. ^^;
"....세상에 그런게 어딨어. 첫눈에 반하는게."
"........-_-;;"
뭔가 이상하다.
어디선가 핀트가 어긋난 것 같다.
"나는 믿지 않아요...."
".........?"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여자는
마치, 내가 알고있는 영원이가 아닌 것 같다.
"그런 건 소설속에서나 나오는 말일꺼에요."
분수대 위쪽을 수놓고 있던 불꽃놀이는
어느새 점점 잦아들고 있었다.
================
"삼춘, 삐쳤어효?"
"..........."
자리에서 일어나 분수대 쪽으로 걸어갈 때
영원이가 슬그머니 말을 꺼낸다.
나는 아무말없이 담배를 꺼내 물었다.
"에~~~ 삐친거 맞구나?? ㅎㅎ"
"........."
도대체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럼 조금전에 나와 나눈 입맞춤은 뭐란 말인가.
"삼추우운~~ 화내지 마효~~>ㅂ<//"
내가 아무 대답이 없자
가까이 다가와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린다.
"........"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이 아이는 지금
날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일까.
"삼춘..... 화내지 마요. ㅠㅠ"
여전히 내가 말이 없자
영원이의 목소리가 작아진다.
"사실... 여기 처음 나오기 전에 되게 궁금했어요."
"........?"
포시즌가든 가운데에 있는 분수대에 다가가
잠시 앉았다.
조금전 끝난 불꽃놀이의 여운탓인지
약한 화약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키는 얼마쯤 될까. 덩치는 클까..."
"........."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혹시 배불뚝이 중년 아저씨는 아닐까...."
"풉."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실수다. -_-
"앗!! 삼춘 웃었다!! 그쵸?ㅎㅎ"
"-_-;;"
내가 무심결에 웃어버린 걸 본 영원이는
금새 밝아진다.
그리고 좀 더 가까이 다가와 내게 기댄다.
"삼춘... 처음 봤을때... 참 잘생겼다고 생각했어요. 나이도 얼마 차이 안나보이고."
사실 동안이라는 소릴 자주 듣는 편이다.
지금도 어디가서 나이를 밝히지 않으면
서른 전후의 사람들에게 한참 애 취급을 받기도 한다. -_-;;
"키도 아주 크진 않지만... 나랑 딱 잘 어울리고...."
순간 울컥해서
'177cm면 내 또래중엔 걸리버급이얏!! ;ㅁ;"
하고 말할뻔 했다. -_-;;
"내가 생각하고 상상했던 모습처럼.. 따뜻하고 다정해 보이는 사람이라.. 참 좋았어요."
"......."
그런데...왜..?
"헤헷. 근데 너무 빠르잖아요. ㅎ"
".......?"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영원이는 분수대에 손을 담갔다가 꺼내
나에게 물을 끼엊기 시작한다.
"앗 차거!! ;ㅛ;"
"까르르르..."
나도 분수대 물을 한움큼 집어
영원이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꺄악~~~~!! 삼추우우우운!!! ;ㅁ;"
"일루와바바. 주겄어!! -_-)+"
나를 피해 손가방을 들고
마구 도망치는 영원이.
"아쭈~ 도망가?? "
그리고 양손을 모아 물을 한가득 뜬 채
그 뒤를 쫓아가는 나.
"꺄아~~!! 잘못했어요~!!!"
"일루 안와!! ;ㅁ;"
그렇게 잠시동안 공원안을 뛰어다니다
숨이 찼는지 이내 도망가길 포기하고
영원이는 근처 식당 야외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나도 그 옆에 앉았다.
사실.. 쫓아다니다가 이미 물은 손가락 사이로 다 빠졌고
설령 물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해도 뿌릴 마음도 없었다.
"하아, 하아, 삼춘....."
"응..."
"우리... 조금 천천히 시작해요."
"........."
어느정도 숨을 고른 영원이는
갑자기 내게 오른손을 뻗는다.
"나는 연희에요."
응....?
"이.연.희. 절대 잊으면 안돼요.ㅎㅎ"
...연희... 참 예쁜 이름이구나.
"......나는 현민이라고 해."
조금 어색하기도 했지만
나는 손을 뻗어서
연희의 손을 꼬옥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잘 부탁한다, 연희야."
"잘 부탁해요, 삼춘.ㅎㅎ"
어느새 분수대 주변 스피커에서는
에버랜드의 영업이 끝나감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오고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어둑해지는 꽃밭 사이에서
잠시 그렇게 서 있었다.
14. 별Ⅱ
ㅡ 그리워 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因緣, -피천득
==========================
"삼춘!! 삼춘은 싫어하는게 모에요?"
"응? -_-)a"
뜬금없이 아라시고원 랩터고기(?)들 사이에서
엠탐을 하고 있는 나에게 질문이 날아온다.
이녀석... 요사이 부쩍 내 사생활에 대해
묻는게 많아졌다. -_-
"음.... 익힌 당근."
"에...? ;ㅂ;)a"
사실이다.
날 당근은 그럭저럭 먹을만 한데
카레라이스에 들어있는 당근은 이상하게 먹을 수가 없다.
한입 베어물면 '물컹'한 그 느낌... 아우, 싫어 ㅠㅠ
음식 골라낸다고 어렸을때 부터 부모님한테 혼도 많이 났지만
서른이 넘은 이나이에도 아직 싫은건 싫은거다.
"특히.... 카레라이스에 큼지막한 당근은 정말 싫어. -_-"
"푸하하!! 무슨 어른이 그래욧!! ;ㅂ;"
.
..
....
.......상처 받았어. 삐뚫어질테야. 흑 ㅠㅠ
지나가는 포즈루크가 보인다.
아라시고원 필드 네임드. 공주 다음가는 아라시고원 필드 최강몹.
괜히 심통이나서 지옥돌맹이를 불러내 머리위에 던져버렸다. -_-;;
그위로 불의비를 날리고 도트3종세트에
제물,점화,연소까지 날려버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포즈루크는 허물어졌다.
미안하다....
그러길래 이 타이밍에 내 근처를 지나가지 말았어야지. -_-
"그럼 넌 뭐가 싫은데??"
"쑥이요. ㅠㅅㅠ"
"엥....?"
"난 쑥이 정말 싫어요. 세상에서 젤루 싫어..ㅠㅠ"
전혀 엉뚱한 답변이 나온다.
쑥...? 얘가 혹시 전생에 곰이었나?
"혹시..... 영원이, 너네집 쑥 농사짓니? -_-)a"
".........-_-)+"
당연히 농담이다.
부모님은 사업을 하고 계시고,
집도 서울 강남의 한복판.
나름대로 꽤 유복한 집안의 세째딸.
"삼춘!!! 지금 나 뭐라고 불렀어효...? -_-)+"
헉..... 이런,
내 농담이 썰렁해서 쳐다본게 아니었구나;
아직 '연희'라는 이름보다는 '영원'이라는 이름에 익숙해서
또 실수를 한 모양이다.
....슬그머니 귓속말로 메세지를 보낸다.
"미안해.... 삼촌 머릿속에도 지우개가 있나봐... ;ㅁ;)/"
"ㅋㅋㅋㅋ"
맨처음 인던을 돌때 영원이가 했었던 말.
우리는 그 때를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는 말투도 조금씩 닮아가고 있었다.
.
.
.
.
.
저녁 열시.
에버랜드의 영업 종료시간이 다가오자
출구쪽으로 사람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선다.
마치 세렌게티초원의 얼룩말떼 같다.
"띠리~~ 띠리리리~~"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멜로디.
영원이의 휴대폰이 울리는 것 같다.
"어... 삼춘, 잠깐만요."
"그래. ^^ "
잠시 고개를 돌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영원이.
"응, 엄마. 나. ㅎㅎ"
부모님인가보다.
영원이가 편하게 통화할 수 있게 길 한편으로 비켜서서
담배한대를 물고
근처 공공재떨이 쪽으로 향했다.
무언가 한참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아마도... 내 이야기겠지.
아놔. 쑥쓰러워라. *-_-*
그나저나 영원이의 휴대폰 벨소리,
분명 어디서 많이 듣던건데... 뭐더라;;;
"맞다.ㅋ"
오버 더 레인보우.
예전에 오즈의마법사에서 주인공 도로시가 불렀던 노래.
감미로운 음악때문에 여전히
많은 영화나 드라마, CF등에서 많이 쓰이는 음악.
흠.... 나는 '문리버'가 더 듣기 좋던데.
=========
"삼춘~~ 오래 기둘렸어효? ;ㅂ;"
어느새 통화를 끝내고 내곁으로와 팔짱을 끼는 영원이.
아... 흐뭇해라. ㅎ
"엄마? "
"응. ㅎㅎ"
다시 우리는 인파속으로 합류해서 출구쪽으로 향했다.
"근데... 삼춘. ㅠㅠ"
"응"
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가 영원이가 말을 꺼낸다.
"엄마랑 아빠랑 나 델러 여기 오셨대효.ㅠㅅㅠ"
"응.....?"
이건 또 뭔소리지?
"음.... 그게.... 언니랑 이 근처 지나가다가 나 태우고 가려고 일부러 들리셨대효.ㅠㅠ"
"아....."
지금은 벌써 열시.
버스를 타고 서울에 가기엔 많이 늦은 시간이란 걸 미쳐 생각 못했다.
"잘됐네. 안그래도 조금 걱정했는데. ㅎ"
솔직히 영원이를 집에 바래다 주질 못해서 아쉬움이 정말 컸지만
틀린말은 아니었다.
지금의 회사에 재입사 하기 전,
나는 그동안 모았던 모든 저축을 소진한 것은 물론
가지고 있던 나의 애마까지 정리를 해야만 했었다.
그리고 지금 옮긴 회사는 바로 지하철역 인근이라
차를 새로 구입해야할 필요성이 전혀 없었고
사실 그정도 자금의 여유도 부족한 나의 형편.
우리회사는 주차비만도 한달 30만원이 넘는다.
"삼춘이 태워다 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했는데... 정말 잘 됐네."
".........ㅠㅠ"
하지만.... 오늘같은 날은
정말이지 차가 없음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
우리는 출구쪽으로 나와서
영원이의 부모님이 차를 세워두신 주차장 쪽으로 향했다.
늦은시간이라 에버랜드 정문 주차장은 여기저기 텅텅 비어있는 상태.
저 멀리, 비어있는 주차장 한편에 라이트를 켜고 있는 차가 한대 보였다.
"아... 저거다."
같이 가서 인사를 하기엔 솔직히 민망한 상황.
나이를 묻거나 하면 난 정말이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어질 것이다.
"저기.... 영원아. "
"응, 삼춘"
"미안한데.... 삼춘은 여기서 갈께. ^^; "
"에.....? ;ㅂ;)a"
미안.....
"헤헤.... 왠지 쑥쓰러워서. ㅎ"
"......왜요.....ㅠㅠ"
집도 같은 서울방향.
인사를 하면 같이 타고가자고 하실지도 모르는데
그럴 경우의 민망함이 더 걱정이 된다.
"부모님이랑 같이 가니까 삼촌도 안심하고 집에 갈 수 있어서 좋다."
"삼춘........ㅠㅠ"
"빨리가. 부모님 기다리시잖아.ㅎㅎ"
울상을 짓는 영원이의 등을
떠밀다시피 하여 차가 있는 쪽으로 보냈다.
그리고 조금 먼발치에서
영원이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잠시 후 차에 올라타는 모습이 보였고
그리곤 유턴을 하여 서울방향으로 가는 국도변으로
차는 달리기 시작했다.
"후우.... "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차가 없는 것이 오늘처럼 아프기는 처음이다.
뒤돌아서서 좌석버스가 있는 정류장쪽을향해
나는 터덜터덜 향해 걷고 있었다.
나이 서른 둘.
아직 차도 없는 뚜벅이 신세.
담배가 참 쓰게 느껴진다....
=========
"삼추우우우우우우운~~~~~!!!!!"
멀리서 바람결에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환청일까.....
".........!!!!"
고개를 들어 앞을 쳐다 본 나는
저 멀리 갓길에 세워진 차의 브레이크등 뒤쪽으로
나를 향해 뛰어오는 영원이를 볼 수가 있었다.
"맙소사....."
어린 여자애 혼자 달리기엔 조금 먼거리.
아까 분수대에서 물싸움을 할때
조금만 뛰고도 쉽게 지치던 모습이 생각이 났다.
나는 담배를 땅에 내던지고 힘껏 달렸다.
"삼추우우운~!!! ;ㅁ;"
나를 보자마자 내게 달려들어 품에 안기는 작은 아이.
나도 모르게 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느껴진다.
"삼춘이랑 같이 손 꼬옥 잡구 버스도 타보고.... 꼭 그러구 싶었는데....ㅠㅠ"
".........."
"삼춘 어깨에 기대서 잠도 자보고, 막막 그래보고 싶었는데....ㅠㅠ"
"뚝... 자꾸 울려구 하면 삼촌이 이놈한다!!"
왠지 가슴이 뭉클하다.
천천히 시작하자는 말은 자기가 꺼냈으면서
바보같이.... 하나도 지키지 못한다.
"우리 다음에 여기에 올땐, 꼭 같이 집에가효. 네? ㅠㅠ"
"응..."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있는 영원이에게
나는 가만히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잠시후 영원이는 다시 부모님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
.
.
.
.
.
.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엥...? 이거 뭐야?"
잠시 딴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대화창에 온통 감정표현이 써져있는 것이 보인다.
"어라, 이런거 누가 가르쳐줬어?"
"우히힛!!"
묻는 말에 대답은 해주질 않고
쑥쓰러운 듯 계속 방방 쩜프만 해대는 녀석.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앞에서 매우 부끄러워 합니다.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앞에서 매우 부끄러워 합니다.
"푸하하..ㅋㅋ"
"헤... ;ㅂ;)a"
와우는 더 이상 게임이 아니었다.
아니, 예전부터 우리에겐 게임이었던 적이 없었다.
전화였고,
메신저였고,
우리가 같이 시간을 보냈던 데이트 공간이었다.
"삼춘~!!! 'ㅁ')/"
"응. ㅎㅎ"
"나 잡아봐라~~~~ㅋㅋㅋ~~~"
"엇!! 먼저 뛰면 반칙인데!! ;ㅁ;ㅁ;ㅁ;"
저만치 넓은 초원사이를
앞서거니 하며 뛰는 영원이를 보며
나는 '천골마를 타고가볼까'하는 생각은 깨끗이 지워버린채
헥헥거리며 영원이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와우에서의 마지막 영원이의 모습이었다.
15. 바램
기쁠때나
혹은 슬플때에도
언제나 함께 할 수 있기를.
행여,
이런 내 작은 욕심마저
허락되지 않아
더이상 만날 수 없게 되더라도
같은 하늘 어느 아래선가 내내 행복하기를.
부디 잘 있다는 안부라도
바람결에 전해 들을 수 있게 되기를...
==========================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중입니다....."
"후......"
벌써 일주일째.
언제나처럼 먼저와서 나의 퇴근을 기다려주던 영원이는
어느순간부터 나타나질 않았고
문자를 보내도 소식이 없어 걸어본 핸드폰은
언제나 자동응답목소리만이 내 귓가에 맴돌뿐이었다.
'어디 있는거니....'
오로지 아는 것이라고는 영원이의 핸드폰 번호뿐.
정확한 집의 위치도, 집 전화번호도
나는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마치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영원이는 더이상 어느곳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보고싶다...'
내 손에 쥐어진 작은 사진 하나.
영원이는 그 작은 사진속에서 눈을 찔끔 감은채
파르르르 떨고있다.
"이럴줄 알았다면.... 사진이나 많이 찍어둘 것을."
지난번 에버랜드에 놀러갔을때
영원이 몰래 인화해서 가지고 있었던
후룸라이드 순간포착 즉석사진...
그것이 내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영원이의 사진이었다.
이 마저도 없었다면 아마 나는 미쳐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기억에 남는 사진을 가지고 싶어서
짖궂게 장난을 쳤던 나의 모습을...
그랬던 내모습. 너도.... 기억하고 있니...
================
회사에 가서도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내내 멍한 눈으로 모니터를 들여다 보다가
퇴근시간이 되면 만원지하철에 밀려 집으로 온다.
텅빈 내집 문을 열고 가만히 컴퓨터 본체에 전원을 넣고
와우를 실행시킨다.
언제나처럼 아포여관 한구석에 나의 캐릭이 드러난다.
'후.... 오늘은 또 어디로 가볼까.'
나의 일과는 오로지 말을타고 동부왕국과 칼림도어를
뛰어다니는 것이다.
이렇게 다니다 보면 마치 어느대륙 어느 한 귀퉁이에서
영원이가 나를 기다리며 있을것만 같았다.
그럴 수가 없는데도 말이다.
불모의땅... 타우라조야영지...
심지어 멀고어까지.
호드들에게 짖밟혀서 진행이 어려울땐 시체끌기로 다니면서도
나의 여행은 계속 이어지곤 했다.
이렇게 다니다보면.. 언젠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오프라인으로만 존재하는 사람을 찾는 나의 방황은 계속되었고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
영원이와 연락이 끊긴지가
벌써 두달이 넘어 석달이 되어간다.
창문밖으로 매미소리가 끊이지가 않는다.
유난히도 덥던 7월이 가고 벌써 8월이 다가왔다.
아직도 여전히 영원이의 핸드폰은 꺼져있는 상태였고
나는 습관처럼 한번씩 전화를 걸곤 했다.
"연희야... 보고싶다...."
행여, 내 메세지를 들을 수만 있다면...
제발 그럴수만 있다면...
잘 있다는 응답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이따금 접하는 9시 뉴스등의 사건사고 소식을 접할때마다
설마, 아니겠지 하고 지워버리긴 했어도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한 마음을 차마 떨쳐버릴 순 없었다.
제발. 아무일도 없기를.
==============
어느새 여름휴가가 찾아왔다.
8월 첫째주에 가는것이 보통이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때문에 다른 팀원들에 밀려 두째주에 가게 된 것이다.
'어차피.... 할 일도 없는 걸.'
이제 나에게 아무의미가 없는 와우였지만
그래도 습관처럼 접속을 한다.
아마도 휴가기간 내내 이렇게 지낼 것 같다.
영원이와 처음 만났던 엘윈숲으로 가보았다.
잠시 앉아서 기다리면 꼭 영원이가 다시 올 것만 같다.
물빵을 먹으며 기다려 본다.
혹시라도 접속하면 이곳으로 올지도 모른다.
=============
"저기... 님."
".........?"
아까부터 날 물끄러미 바라다 보고있던 나엘 만랩사제가
나에게 말을 건넨다.
"죄송한데요.... 생석 하나만 얻을 수 있을까요?"
"네......."
나의흑마는 특유의 모션과 함께 최상급생석을 하나 만들어
사제에게 건넨다.
예전에... 영원이도 생석때문에 고생좀 했었지.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쓴웃음이 난다.
"그런데... 여기서 뭐하고 계세요?"
"누굴 좀 기다려요. ㅎ"
"아..... 혹시 가덤가셔서 호드랑 쟁하실 생각 없으세요?"
"별로요. "
뭔가 한마디 더하려는 듯 하더니
이내 포기한 듯
사제는 작별인사를 하고는 뒤돌아서 사라진다.
...마음한구석이 왠지 개운하지 않다.
뒤돌아서 뛰는 모습이 어딘가 영원이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인벤을 열어 영혼조각 갯수를 세어본다.
'하나, 둘...... 서른 넷.'
이 정도면 어느정도 밥값은 할 것도 같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 사제에게 귓말을 넣는다.
"저기... 팟초해 주세요. 잠시만 하다 갈께요."
단지 사제라는 이유만으로 영원이와 닮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지나친 비약일까.
=====================
어느새 인벤 가득했던 영혼조각이 다 떨어져갔고
나는 정비를 위해 무법항 은행창고에 캐릭을 이끌고 갔다.
얼라이언스 한개 공대에게 밀려
그롬골 주둔지밖으로는 나오지 못하던 호드들이
어느새 하나둘 모여 4~5개 팟 규모정도가 되더니
그리고 그 적은 인원으로도 더 많은수의 얼라와 맞서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난전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역시.... 호드란......'
끈질긴 도전과 끈끈한 뭉침.
그것만으로도 호드는 충분히 강했다.
'호드는 근성이다!'
누가 맨 처음 했던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틀린말은 아닌듯 하다.
은행에 넣어두었던 일치와 일마를 열개씩 챙긴다.
채찍뿌리와 용숨결도 세묶음씩은 챙겨야 할 듯하다.
"후........."
그래도 영혼조각이 없는 흑마는 앙꼬없는 찐빵이다.
임프만 데리고 쟁을할 것을 생각하니, 왠지 가슴이 답답해져온다.
다 쓰지말고 조금만 남겨두었으면 좋았을 것을.
=================
"현민이니?"
"아... 석호구나."
갑자기 울린 전화벨소리.
핸드폰 수화기 너머로 친구의 목소리가 들린다.
은행앞에 캐릭을 세워둔 채로
나는 담뱃갑과 라이타를 챙긴채로 전화기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행여 튕기지 않도록 와우에는 매크로를 걸어놓았다.
한참 전투중에 주문석이나 화염석, 물빵등이 없어져버리면 곤란하다.
"뭐하냐? 이런 좋은 일요일에."
"왜..... 짜파게티라도 끓여주게? ㅎ"
나의 썰렁한 농담에 친구는 잠시 말을 잊는다.
"아휴... 어떻게 넌 고등학교때랑 지금이랑 변한게 없냐.ㅋㅋ"
"그러는 너는.ㅎㅎ"
잠시 이런저런 안부와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어본다.
오래된 친구란, 그 목소리만으로도 편안함을 준다.
친구가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나와라. 술이나 한잔 하자."
"..............응? ;;"
내가 가만히 시침을 떼자, 곧바로 목소리가 높아지는 녀석이다.
"임마, 네 생일인거 내가 모를줄 알아? 빨랑 나와."
"................"
그랬다.
오늘은 내 생일.
한여름 퇴약볕아래 내가 세상밖으로 처음 나온 날이다.
"너 올해도 그냥 보낼래? 내가 애들 다 불러놨으니까... 후딱나와."
"..............됐다. 그냥 한걸로 치자."
누굴 만나고 싶은 기분도 아니다.
그냥... 이렇게 가만히 있고 싶을 뿐이다.
==============
친구와 통화를 끝내고
나온김에 집근처 김밥천국으로 가서 간단한 요기를 했다.
김밥 두줄에 라면 하나.
생일날 먹는 식사로는 볼품없지만
이거면 족하다.
그다지 축하받고 싶지도 않은 날이다.
=========
집으로 들어와보니
모니터는 어느새 절전모드로 돌아가 있다.
마우스를 움직여 모니터 전원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해 본다.
다행이 튕기지는 않은 상태.
물빵이며 주문석, 화염석등이 사라지지 않은것을 생각하니 안심이 된다.
"........응?"
여러페이지로 나눠놓은 채팅창중에 귓말페이지가 깜빡깜빡거린다.
아포에 있을경우에 정신없이 올라가는 여러 글씨들로
놓치고 지나가는 일이 없도록
나는 채팅창 필터를 일반/파티말/귓속말
이렇게 세가지로 구분해 놓았다.
나중에 길드가 생기게 되면 길드말도 구분지어야 하리라.
"헉........!!"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ㅂ<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왔어효!!! ㅎㅎ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삼춘 나와라 오바~!!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쳇쳇!! 계속 자리비움이네!!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추우우우운!!! 어디가써효!!!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바보~~ 멍충이~~ ;ㅁ;ㅁ;ㅁ;ㅁ;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사아암추우우우~~~~~~운!!!
그랬다.
그렇게 찾아헤매도 없던 영원이가...
그토록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던 영원이가...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에 로그인을 한 것이었다.
나는 할 말을 잊은채 멍하니 있었다.
창밖으로 매미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던
한 여름, 나의 생일 오후에 있었던 일이었다.
16. 시련
내가 원하는 소원 하나는
그대와 함께 걷는 것
내가 원하는 소원 또 하나는
그대와 함께 차를 마시는 것
내가 원하는 마지막 소원하나는
그대의 손을 잡고 온기를 느끼고 싶은 것
하지만
오직 하나만 바랄수 있다면
나 없는 세상이라 할지라도
부디 그대가
내내 행복하기를...
==========================
O 버튼을 눌러
영원이의 접속상태를 확인해 보았지만
이미 오프라인이다.
석달을 하루 같이 기다렸건만
고작 한시간정도의 기다림이 부족해
나는 영원이를 볼 수 없었다.
'바보.... 바보..... 바보......'
아무짓도 하지 못했던 내 자신이 너무도 싫다.
다시한번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정말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흐르는 물을 주워담을 수 없는 아픔이
이리도 큰 것이었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
.
.
.
채팅창을 클릭하고 마우스를 움직여 본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먼데 갔나보네 ㅠ_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빨리오세효. 보고싶어효. ;ㅂ;)/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올때까지 이러구 있어야지. 헤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우와!! 그동안 안왔더니 파란색 칸이 대게 많아졌어효!! >ㅂ<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쫌만 하면 영원이두 금방 삼춘만큼 크겠다. ㅎ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쳇쳇... 이만큼 떠들었으면 올때도 됐는데!! ;ㅁ;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그 잠시를 참지 못하고 이렇게 너를 힘들게 했구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흥!!! 그런다고 내가 좌절할 줄 알아욧!?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이럴때 쓰는 비장의 비법!! +ㅂ+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짜잔~!!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고냥이 불러냈지효!! ㅎㅎ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아이구~~ 우리 현이 잘 이써쪄?? ;ㅁ;
자기 멋대로 내 이름중에 한자를 따서
샴고양이 이름을 붙여놓고
자기도 소환수가 있다고 박박 우기던 영원이.
'삼춘!! 얘도 계속 랩업 시키면 이담엔 삼춘 소환수처럼 커져서 같이 싸워요? 'ㅁ')/'
'................-_-;'
애완동물과 소환수의 차이도 몰랐던 녀석.
'영원아, 네가 무슨 냥꾼이니? -_-'
'.....;ㅂ;)a'
이런날이 올줄 알았다면
그때 그렇게 타박하지 않을 것을 그랬나보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현아~~ 엄마 보고 싶었찌~ >ㅂ<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엄마도 우리 현이 너무보고 싶었어~ ;ㅁ;
시집도 아직 안간 녀석이다.
그래도 꼬박꼬박 현이 엄마가 자기라고 우겨댄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엄마가 그동안 못 놀아줘서 미안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많이 놀아주고 싶었는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정말 항상 잊지 않구 생각했는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그럴수가 없었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미안해효. 우리 현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엄마가 정말 잘못했어...ㅜㅜ
이상하게 현이란 말이 내 귓가에서 방망이질 친다.
나를 두고 하는 말일까.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그래도.... 엄마 너무 미워하지마.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보러오지 못하는 마음은 더 아픈거란다..ㅠㅠ
갑자기 안구에 습기가 찬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이제 가야될 시간이에요.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오늘 삼춘 쉬는 날이라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꼭 볼 수 있을줄 알았는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난 정말 운이 없는 아이인가 봐요. ㅠ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미안해효, 삼춘..
가지마, 제발.
이렇게 날 두고 멀리 가지 말아줘. 부탁할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아!! 맞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진짜 중요한 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생일 축하합니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생일 축하합니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사랑하는 우리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생일 축하합니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와~~~ 짝짝짝짝짝짝!!!! 유후~~!!! >ㅂ< //
.......
기억하고 있었구나.
정말... 날 보러오지 못하면서도 잊지 않고 있었구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앞에서 춤추면서 불러주려구했는데.ㅠ0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칫칫!! 이건 다 삼춘 책임이에효!! -_-)+
정말 미안해.... 정말.
이말밖에 할 수 없어서 너무 미안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진짜 가효...ㅠㅜ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안녕.............
가지마... 부탁할께. 제발...
"'영원의나라'님이 접속을 종료하셨습니다."
.
.
.
.
.
언제나처럼 시간은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에
지나가 버린다.
내가 놓쳐버린 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영원이는 그렇게 내게 잊지못할 생일 선물만을 남겨둔 채
쓸쓸한 흔적만을 남기고 떠나가버렸다.
내 손에 사진위로
눈물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고
내 마음에도 비가 내린다.
17. 시련 Ⅱ
이 넓고 넓은
세상에서 속에서
당신과 마주칠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내 삶은
정말 행복했었습니다.
내 삶에 있어서
가장 놀라운 기적은
당신을 만난 일이었습니다.
==========================
영원이의 소식이 끊겼던 5월 이후로
매번 가위에 눌린채로 잠을 깨었고
나는 내내 밤잠을 설쳐야했다.
마치 심장이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그렇게 마구 방방이질쳐서
한번 깬 잠은 더이상 오질 않았다.
"후........"
시계를 본다.
새벽 두시...
억지로 눈을 붙인지 겨우 한 시간 남짓,
담배가 부쩍 늘었다.
한숨이 크게 늘었다.
그래도 가슴 한구석의 빈자리는 채워지지가 않는다.
더이상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잠시 옷을 챙겨입고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
복도 창문을 열고 담배연기를 내뿜는다.
내 마음속의 답답함도
이 연기와 함께 흩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름이라곤 하나 여전히 차가운 새벽공기사이로
나의 시름도 함께 흩어진다.
하지만,
내뱉고 또 내뱉어도
가슴속의 응어리는 여전히 그대로이다.
언제쯤이면
나는 다시 꿈을 꾸며 잠이 들 수 있을까....
=======
다시 내방으로 들어와 본다.
밤새 켜져있는 모니터 불빛때문에
방 한켠이 환하다.
이런다고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어제 이후로 컴을 종료 할 수가 없었다.
무법항 은행, 바로 그 앞에서
어제 영원이에게 귓속말을 받았던 그곳에서
그대로 한발자욱도 움직이지 않은채
나의 흑마는 서있었다.
이렇게 망부석처럼 있다가
그대로 돌이 되어 굳어도 좋다.
내가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아니, 설령 모른다 하더라도
행여 하늘이라도 감동하여
내게 단 한번의 기회라도 준다면...
나는 언제까지나 이자리에 있을 것이다.
스스로 의미를 가져야했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너무도 비참했기에.
=====
또 하루가 지났다.
나 역시 컴앞에 앉은채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하염없이 멍하게만 있었다.
밥도 먹을 수 없었고
물도 마실 수가 없었다.
오로지 섭취하는 것이라곤
담배연기뿐...
지금이 휴가 기간이란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못했다면 아마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고작 화요일.
아직도 휴가는 닷새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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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살짝 잠이 들었나보다.
이틀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데다가
수면이 너무 부족했으니
당연한 결과 일지도 모르겠다.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본다.
'오후 3시라...'
눈앞이 뿌옇다.
그래도 습관처럼 모니터를 본다.
이러고 있으면 언젠간 영원이가
금새 '삼촌~!!' 하며 나타날 것만 같다.
"..........!!"
나는 어느순간
내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모니터 채팅창위에
거짓말처럼 영원이의 귓속말이 보였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ㅁ;
나는 마우스를 잡았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맞죠??!! 우리 은빛삼춘 맞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추운!!! ;ㅁ;ㅁ;ㅁ;ㅁ;;ㅁ;;ㅁ;ㅁ;ㅁ;;ㅁ;
.....
왔구나...
정말 와 주었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어디에효!!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회사는 왜 안나간거구....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왜 아무말도 안해요 삼춘!!! ;ㅁ;ㅁ;ㅁ;
목구멍까지 올라온 울음을 억지로 참으며
나는 3일만에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힘들게 한자한자 써내려갔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우리 영원이.... 왔구나.
잠시...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나는 그대로 있었다.
=======
만약 이게 꿈이라면
나는 신을 저주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이다.
지금 모니터의 건너편엔 영원이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삼촌이 너무 늦게 왔지... 미안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ㅠㅠ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아... 또 영원이라고 불렀네.;; 우리 연희 화났겠다...ㅎㅎ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삼촌 머릿속 지우개는 여전한가봐.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ㅁ;ㅁ;ㅁ;ㅁ;ㅁ;ㅁ;ㅁ;
하고싶고, 묻고싶은 이야기가
너무도 많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이렇게 나타나 준 것만으로도
너무도 고맙고 감사했기에.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나 어디게효? >ㅅ<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응....?
아... 영원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야할 내가
여전히 무법항 은행앞에 있다니
이렇게 멍청 할 수가......
급하게 친구목록을 열어본다.
'영원의나라 - 그늘숲'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헉... 그늘숲?
나와 영원이의 귀환장소는 아이언포지 여관이다.
그런데...
그동안 접속도 못했던 아이가... 그늘숲이라니.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지금 삼춘한테 가고있어효.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엇그제 삼춘 기다리다가 가시덤불 골짜기가 어딘지 몰라서..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그래서 찾아가지두 못한게 너무 후회되서..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지금 열심히 뛰고 있어효. ;ㅂ;)/
맙소사...
아직 말도 타지 못하는 아이가
아이언 포지에서 이곳까지....
나를 만난 이후론 한번도 혼자 다녀본 적이 없는
겁많던 녀석이..
멀고먼 동부왕국의 최남단까지...
영원이는 그렇게 나를 찾아서 뛰고 있었다.
이어집니다~
# by | 2007/02/01 16:40 | ♧스크랩 & 뉴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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