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흑마다 4 (By 영원의 나라/ 파멸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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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그러지말구, 삼춘 귀환할께. 아포에서 보자.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ㅂ;)a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나 그냥 이렇게 삼춘한테 뛰어가면 안되효? ;ㅂ;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

영원이의 말이 이어진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그동안 언제나 삼춘이 날 델러 여관으로 왔었지만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오늘은 내가 삼춘 마중가면 안되효.....? ;ㅂ;)a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도 너무너무 빨리 삼춘 보고 싶지만...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있는데까지 뛰어가서 만나고 싶어효. ㅠ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허락.... 해줄꺼죠? ;ㅂ;)/

너란 아이는 정말...
날 얼마만큼 더 울리려고 그러니.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내가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알구!!!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헤... 삼춘이 파티해주면 위치 나오잖아효. ;ㅂ;

더이상 이아이를 말려서 무엇하겠는가.
파티에 초대하여 위치를 보니.. 어느새 가시덤불이다.
아마도 그늘숲까지는 그리핀을 타고 온 모양이다.
임시주둔지를 막 벗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몹들 조심히 피해서 길만 따라서 쭉 내려와.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알았어효!! >ㅅ<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길 벗어나면.... 랩 높은 몹들이 우글거리니... 조심해!! ;ㅁ;

왠지 걱정이 된다.
이곳은 몹들랩이 워낙 높아서 애드가 되면
아무리 사제라도 금새 누워버릴텐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헉!!! ;ㅁ;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왜그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표범한테 누웠어효...ㅠㅠ

어느새 회색으로 나타나는 영원이의 모습.
아직 네싱워리 근처도 채 못왔기에
이렇게 하다간 평생가도 항구까지 못올것만 같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저기..... 연희야.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네!! 'ㅁ')/

조금... 망설이다가 이야기를 꺼내본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삼춘이.... 조금만 마중나가면 안될까?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_-)+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그냥.... 조금만 나가서 마법으로 샤샤샥 하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안돼욧!! ;ㅁ;ㅁ;ㅁ;ㅁ;

영원이의 말이 이어져간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없이두 내가 혼자서 잘 갈 수 있다는 거 보여줄래요.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그리구... 항상 나한테 삼춘이 뛰어왔잖아요.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한번쯤은 나도 찾아가구 싶었어요.

하지만...
네가 그렇게 눕게되면... 난 가슴이 너무 아픈데 어떡하니....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은 그거 모르죠?? 'ㅁ')/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어떤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이렇게 누웠을때.... 시체찾으러 갈 때....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바로 그자리에서 부활하지 않구요,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저 만큼... 멀리 가서 부활하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계속 조금씩 더 앞으로 갈 수 있어효!! 'ㅁ')/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몹들이 아무리 쎄두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가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언젠가는 삼춘한테 갈 수 있어효!! >ㅅ<

시체끌기를 알아내고서
마치 대단한 것이라도 발견한듯 의기양양해 하는 녀석.
그렇게 계속 죽으면 부활딜은 어쩌려고 그러니...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아.... 삼춘은 그거 몰랐는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헤헤... 그러니까 삼춘은 거기서 한발짝두 움직이지마효!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내가 금방 달려가서 뽀뽀해 줄께효. ;ㅂ;ㅂ;ㅂ;ㅂ;ㅂ;ㅂ;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
이자리에서 3일을 기다렸는데
고작 30분을 더 못기다리겠니.

삼촌 여기있을께.
이자리에 꼭 있을께.
어서 오렴...
네가 올때까지 삼촌도 이곳에서 움직이지 않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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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간을 계속 죽었다 살았다를 반복하던 영원이가
이상한 메세지를 내게 보낸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이상한 괴물이 자꾸 쫓아오면서 죽여효.ㅠㅠ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

뭔가 예감이 이상하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생긴건 몹같은데 생겼는데... 꼭 사람같아효.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아... 이번엔 막 날 못움직이게 하고 계속 웃어효..ㅠㅠ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이름도 이상해. 꼭 사람이름 같아...

맙소사....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지로 가라 앉힌채
영원이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빨간글씨로 뭐라고 써있는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혈투사 XXX'라고 써있어요. 길드란것도 있구요. ㅠ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아... 또 죽었다...ㅠㅠ

호드였다.
나는 왜 이곳이 가시덤블인 것을 잊고 있었을까.
서로 보이면 죽이고 죽는, 악명높은 가덤이란 것을

며칠전에도 공대로 필드쟁을 했었던 이곳을..
왜 생각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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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이는 아직 호드를 만난적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전쟁썹이 무엇인지도
호드가 무엇하는 존재인지 조차 모른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일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우리앞에 펼쳐진 현실이었다.

나는 무엇인가 해야만 했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연희야, 삼촌말 잘 들어. 삼춘 금방 재접할테니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절대 로그아웃하면 안돼?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왜효....ㅠㅠ

잠시면 될꺼야.
금방 모든것이 잘 해결 될거야.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길게 이야기 할 시간은 없구.. 어쨋거나 금방 다시 올께.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ㅅ;

그때.... 내게 있어서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방법이
돌이킬수 없는 아픔으로 다가올 줄 알았다면
나는 결코 그런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엄청난 잘못을 저질러버리고 말았다.....

18. 나비효과
장난으로 던져진돌에
개구리는 죽는다.
무심코 집어던진
작은 돌맹이 하나가
때론,
누군가에게
지울수 없는 절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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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게임을 종료시키자마자
타계정으로 접속하여 호드캐릭을 하나 만들었다.
예전에 같은 주민번호를 누군가 도용할지 모르니
3개의 계정을 미리 만들어두란 충고를 듣고
그대로 해두길 잘했던 것 같다.

급하게 결재를 하고 타우렌으로 접속을 했다.
멀고어 넓은 초원화면이 로딩을 한다.
재빨리 Esc버튼을 누른다.

한가하게 풍경을 감상할 시간따윈 없다.
지금 이시간에도 영원이는 괴로워하고 있으리라.

-/누구 XXX
급하게 키보드를 쳐봤다.
-XXX 도적 언데드 60 가시덤불골짜기

'있다.'

이제.. 그를 설득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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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시죠?"
"아.. 저는 얼라흑마 은빛나래라고 합니다."

다짜고짜 귓말을 보내서
저랩사제니까 제발 죽이지 말아 달라고 하자
조금 당황스러웠던 모양이다.

"....참내"
"부탁드려요."

여기서 말리지 못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저랩사제에요. 죽이셔봤자 명예점수도 없잖아요...."
"........."
"부탁드립니다. 한번만 그냥 보내주세요...."

갑자기 잠시 아무말도 없던 언데도적이
흥분한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시X, 그래서 얼라는 내가 저랩때 그렇게 학살을 했나?"
".......네?"

뭔가 심상찮은 말투다.

"랩 갓20 넘었을때부터.. 내가 샤쇼에서 죽은 횟수가 몇번인지 아슈?"
"........."

불안하다.
쉽게 영원이를 보내줄 것 같지가 않다.

"죄송합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릴께요."
"썅, 내가 지금 당신 사과받자고 이러는 줄 알아!!!"

갑자기 분위기는 더 험악해져버렸다.

"하루에 무덤에서 50번씩 뛰었어. 씨X, 만랩씩이나 쳐먹은 X끼들이 매일 깽판치는 바람에..."
"........"
"30분동안 양변당하면서 다구리 맞아본 적 있어? 엉?"
"........"

갑자기 반말이 이어지기 시작한다.

"어떤 개X끼들은 장비다벗고 맨주먹으로 때리는데... 그때 비참한 심정 니까짓게 알아!!"
"우린 타렌밀 퀘는 다 포기해야돼. 시X, 왜냐면 너같은 개X끼들, 바로 얼라때문에!!!"
"개X끼들.... 얼라는 다 죽어야돼!!"

군을 제대한지가 벌써 10년이 넘었다.
제대 이후로 내 앞에서
이런 욕설을 내뱉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도 모르게 온몸에 힘이들어간다.
하지만 모니터에는 정 반대의 글이 올라가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드릴말씀이 없어요."
"아썅!! 넌 죄송합니다 소리밖에 모르냐? 시X새꺄!!"
"........."

젠장...

"내가 가덤에 처음왔을때도... 샤쇼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어."
"........."
"한달을 내내 무덤에서 뛰기만했어. 썅!!"
"........."

잠시 사이가 흐른다.
영원이는 지금 어떤 상태일까...

"너, 얼라캐 이름이 뭐라구?"
"...은빛나래."
"기지배냐?"
".........."

참는것도 한도가 있다.
주먹에 점점 힘이들어간다.

"킥. 휴먼오타쿠 새끼구먼. ㅋ"
".....그만하시죠."

점점 말이 더 험해진다.

"그만하긴 뭘 그만해. 쟤가 니 깔이냐? 응??"
"........"
"오.... 깔따구 맞는 모양이지?"

갑자기 속에서 욕지기가 올라온다.
개자식....

"내가 오늘은 특별히 더 잔인하게 밟아주지. 킥킥.."

계속되는 욕설을 더 이상 들을 이유가 없다.
바로 로그아웃을 하고 본캐로 접속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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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하자 마자 맵버튼을 눌러
영원이의 현위치를 파악해봤다.

아까.. 내가 접종을 했을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움직일 수가 없어효....ㅠㅠ

이젠 참을만큼 참았다.
영원이의 부탁이라 이자리에 있었지만
더 이상 기다린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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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항에서 뛰어나가며 영원이의 상태를 본다.
아직 무덤을 가지는 않은상태.
놈은 지금 영원이를 묶어놓기 위해서
무한 기절을 시키면서 놀리고 있는 모양이다.

도적을 키워본적이 없어서
어떤기술로 어떻게 메즈를 시키고 있는지모르겠지만
아마도.. 스턴기가 맞겠지.

'치사한 녀석....'

마음이 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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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항입구의 작은 동굴을 벗어나자마자
공포마를 소환했다.
영원이와 같이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거의 불러본적이 없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갈기를 보니
내 마음도 같이 흥분이 됀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얘가 나 못움직이게 하고 막 이상한짓 해효..ㅠ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막 침흘리고... 킬킬거리고.... 입맛다시고...

개X식.... 그게 만랩이 할 짓이냐.
속에서 울분이 치솟는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얼굴도 가까이 대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너무 무서워효....ㅜㅜ

뛰어가는 내 마음은 조급했다.
하지만... 가시덤블은 너무도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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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이가 시체상태로 변했다.
실컷 가지고 놀다가 죽인 모양이다.

'조금만.... 조금만 더.....'

영원이가 무덤에서 뛰어오기 전까지..
반드시 놈을 끝장낼 것이다.

잠시만 참으렴... 삼촌 거의 다 왔어.
.
.
.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아악!! 삼춘!!!

갑자기 외마디 비명이 이어진다.
그리고 채팅창에 메세지가 뜬다.
ㅡ영원의나라가 접속을 종료하였습니다.

"..........!!!"

시체상태이던 영원이가
갑작스럽게 접종을 했다.
무슨일일까. 왜?

"띠리리~~ 띠리리리~"
멍할새도 없이 핸드폰이 울린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번호를 본다.

'010-XXX-XXXX'

처음보는 번호다.

전화기를 막 집어던지려는 찰나,
뒷자리 번호가 영원이의 핸드폰과 같다는 생각이 났다.

"연희야!! 무슨일이야!!"
"사..... 삼춘......"

수화기너머 멀리서
영원이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나.... 너무 무서워요.... "

얼마만에 듣는 목소리인가...
내가 얼마나 그리워하던 음성이던가...

"괜찮아... 이제 삼춘이 있잖아. 괜찮아."
"나...... 너무 무서워서......"

얼마나 놀랬는지 말을 채 있지 못한다.

"나 누워서.... 암짓도 못하고 누워서 멍하니 있는데....."
"응... 그랬구나.. 잘했어..."

조금만... 조금만 빨리 도착했다면...

"그런데... 갑자기 그 괴물이... 내 시체를 막 난도질 했어요...."
"....!!!!!"

놈이 언데드였다는게
생각이 났다.
시체먹기가 있었구나..

"그러더니.... 나를 막 먹어...."
"여.. 연희야."
"내 시체를.... 막 뜯어먹어요...."
"............."

추한 용모의 호드지만 좋은점이 하나있다.
자신의 시체가 난도질 당하는 것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

"흐....흑흑.... 삼춘...... 내가.... 죽었어...."
"그냥 게임일 뿐이야. 괜찮아."

뭐라 달래줄 말이 없었다.

나역시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시체먹기에 당했을때
그 가슴떨림은 얼마나 컸었던가.

"나... 죽기싫어요 삼춘... 나 죽기 싫어....."
"연희야...."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 처절함을...

"아아아아아아악~~~~~~~~~~"
"연희야!!!"

갑자기 외마디 비명소리가 난다.
그리고 누군가가 수화기를 뺏는다.

"저 연희 언닌데요, 나중에 다시 연락드릴께요"
"딸깍!!"

.
.
.
.
.
이미 내 모니터는 회색으로 변해있었고
나는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낯선이에게서 귓속말이 날아온다.

"억울하면 캐삭빵 신청해라. 언제든지 받아줄테니.ㅋㅋㅋ"
"억울하면 캐삭빵 신청해라. 언제든지 받아줄테니.ㅋㅋㅋ"
"억울하면 캐삭빵 신청해라. 언제든지 받아줄테니.ㅋㅋㅋ"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멍하니 있었다.
분노도 미움도 없었다.
오로지 영원이에 대한 걱정뿐..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러만 갔다.
나만 여기에 남겨둔채로.

19. 영원의나라
이것은 이야기
아주 오래된 이야기.
하이잘의 어느 곳에서
사람들을
스쳐지나갔을지 모르는
어떤 두사람의
가슴아팠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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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려요."
"네...."

영원이와는 사뭇 다른 모습.
하얀블라우스에 회색 정장을 입은채로
신촌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사람은
영원이의 작은 언니였다.
.
.
.
.
.
.
.
영원이와 그렇게 전화통화가 끝난 이후로
나역시 아무것도 하지못하고 그대로 앉아있었다.

아직도 귓가에 메아리치던 영원이의 비명소리.
그리고 수화기 저편으로 들리는
사람들의 소리.

그 아비규환의 소리속에서
나는 의사를 찾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곳은 분명 병원이었다.

.
.
.
.
모니터는 여전히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나의 흑마는 온통 회색인 세상속에서
가시덤블 북쪽 무덤가, 영혼의 치유사 앞에
언제까지나 그대로 서있었다.

"띠리리리~~"
전화기를 집어들고 누구인지 확인해본다.
아까 영원이가 걸었던 그 번호다.

"여보세요."
"............"

아까 영원이의 언니라고 말하던 그 목소리.
나는 잠시 아무말도 없이 그대로 있었다.

.
.
.
.
.
.
.
"연희한테.... 말씀.... 많이 들었어요."
"........"

눈매가 영원이와 많이 닮았다.

"많이 놀라셨었죠...."

내가 자리에 앉자 연희의 언니가 말을 건넨다

"말씀도중에 죄송합니다만..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께요. "

본래 말을 짜르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하지만.... 형식적인 인삿말보다
내 마음속에 영원이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컸다.

"연희.... 지금 어디에 있는거죠?"
"아......"

지금 내 머릿속엔 영원이에 대한 생각밖에 없다.

"....괜찮은 건가요? 도대체 어떻게 된거죠?"
".........."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내게 나지막한 말투로, 하지만 너무도 또렷한
음성으로 이야기를 했다.

"연희가 많이 아파요...."
"........."
"벌써... 꽤 오래됐네요.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였으니..."
"........."
"그때부터 지금까지... 5~6년동안 병원신세를 졌죠..."

병이 있었구나. 그랬구나.

"어떤병이죠....?"

내가 처음으로 영원이를 보았을때
그 해맑은 모습과 눈부신 기억은
정말이지 아픈사람의 그것이 아니었었다.

"........."

잠시 망설이는 듯 하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연희...... 백혈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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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길.....
머리속이 멍해져 온다.

"집에서 항상 요양을 하면서... 밖에도 나가지 못했죠."
"........."
"녹즙, 상황버섯, 구운통마늘에 죽염, 그런것들이 연희의 식사였어요."

젠장...

"....림프구성 인가요, 아님 골수성인가요...."
"네??"

한참만에 나는 입을 열었다.

"벌써 5~6년이상됐다면 만성일테고..... 아마 골수성이겠군요."
"....어..... 어떻게?"

빌어먹을 운명.
더러운 하늘의 장난.

"....글리벡 투여한지는 오래됐나요..."
"아... 한 4~5년정도...."

운명의장난이라는 것이 정말 있는 것일까.
하늘의 무책임함에 또 한번 치를 떤다.

젠장...젠장...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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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알고있듯이 백혈병은 불치병이다.
그리고 연속극이나 영화의 단골 소재고.
하지만...
그 병에 대해 자세히 알고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백혈병은 한가지가 아니다.
그 증세에 따라 급성이 있고 만성이 있다.
그리고 그 밑으로 림프구성과 골수성으로 나뉜다.
전부 치유가 어려운 병들이고, 그 모든것이 백혈병으로 불리운다.
피가 하얗게 되어 죽게된다는 병.

한마디로.. 백혈병은 그러한 난치병의 총칭이다.

"후......."

연희의 언니라는 사람과 헤어져 나오면서
담배를 하나 피워물었다.

더러운 운명의 장난.
오래전에 기억에서 지웠던 아픈기억이 있다.

.
.
.
.
.
.
"...어쩌면 좋니...."
".........?"

수화기를 내려놓던 어머니의 음성이
파르라니 떨린다.

"현진이가.... 백혈병이라는구나..."
".....마... 말도 안돼."

내가 대학 신입생시절,
나는 이모할머니를 백혈병으로 잃었다.
어머니께서 내내 할머니의 수발을 드시다가
만 1년여의 투병을 거치시고
끝내 어머니의 품안에서 하늘나라로 가셨다.

이모할머니ㅡ 외할머니의 동생ㅡ 이긴 하셨어도
워낙 우리어머니를 아껴주셨던 분이고
나를 친손자 만큼이나 아껴주셨기에
어린시절부터 내 기억속에는 그분의 기억이 항상 존재했었다.

항상 잔잔한 미소를 짓고 계셨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홀로 딸을 훌륭하게 성장시키셨으며
이모역시 그런 할머니 밑에서 아름답게 자라
어느새 시집을가고, 예쁜 딸쌍둥이까지 낳았던 터였다.

그리고.. 그런 할머니가 지병으로 가신지 채 1년이 되기전에
그 하나 남은 이모까지 백혈병에 걸린것이다.

"그게... 말이 되요? 할머니가 백혈병으로 가신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게나 말이다."
"백혈병이 그렇게나 흔한병이였어요? 정말... 믿을 수가 없어...."

어머니는 아무말없이 이모네댁으로 향했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그랬던 것처럼 내내 이모의 병수발을 들었고...
이모는 갓난쟁이 어린 쌍둥이 두 딸을 두고
병을 앓은지 반년이 채 되기전에 조용히 숨을 거뒀다.
.
.
.
.
.
"흑.... 현민아..... 이모가 오늘 하늘나라로 갔단다...."
"........"

젊으셨던 시절... 간호사일을 오래하셨던 관계로...
많은 분들의 임종을 지켰던 어머니셨지만
가까운 가족들의 죽음을 지켜본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리라.

"엄마... 괜찮아요. 현진이 이모는 좋은 곳으로 갔을꺼에요...."
"흑....."
"할머니도 먼저가서 기다리고 계셨는데... 잘됀 일인지도 모르죠..."
"흐흑...."

내 눈가에도 이슬이 맺힌다.

"이모하고 할머니가 워낙 사이가 좋았잖아요. 할머니도 이젠 적적하지 않으시겠다..."
"흑흑....."

이모가 하늘나라로 떠나던 그날 낮에 이모가 그랬단다.
"언니.... 나 시원한 수박 한쪽이 너무 먹구 싶어...."

때는 아직 이른 늦겨울과 초봄사이.
시기상으로 제철수박이 나올때가 되지 않았다.

"수박은 아직 나올때가 안됐어. 백화점껀 비싸니까.. 좀만 참아..."

그리고 저녁을 차려놓고
이모에게 밥먹자고 이야기를 하려고 했을때 이모는 조용히 숨을 거둔 뒤였다.

"흑.... 그깟 수박한쪽이 뭐라고.... 백화점 지하에가면 항상있는게 수박인데...."

어머니는 내내 이모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지 못한걸 가슴아파 하셨다.

분명, 어머닌 다음날 이모댁에 갈때 수박을 사가시려 했을것이다.
내가 봐왔던 어머니는 항상 그러셨으니까.
입으로는 아니라고 말씀하시면서도... 평생 남을위해 헌신하며 살아오신분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모에게 마지막에 참으라고 말했던
그 말한마디가 그리도 한이 맺히셨나보다.

"...먹고싶다던 수박도 못먹였는데... 현진아.. 언니가 잘못했어....흑흑....."

이모의 관이 불속으로 들어가던.. 화장터에서... 어머니는 내내 그렇게 오열을 하셨다.

그때 바로 사러 나가셨다고 한들, 이모가 먹었을 수나 있었을까..
쌍둥이 어린애기 둘을 집안에 두고
멀리 떨어진 백화점까지 갔다올 수도 없는 상황이셨으면서도
그것이 가슴에 그리도 큰 상처로 남아있는 것일까.

그렇게..
나는 할머니와 이모, 그 둘을 1년만에 모두
백혈병이라는 악마에게 빼앗겼었다.

.
.
.
.
.
.
지나가던 길가 레코드샵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요즘은 샵이 많이 사라졌건만... 아직 신촌엔 그 흔적이 남아있다.

이사오 사사키의 오버 더 레인보우....
영원이의 핸드폰 벨소리.

"........제기랄...."

그동안 희미하게 지나쳤던 모든일들이
하나둘씩 오버랩되며 모든것이 뚜렷해진다.

영원의나라...
에버랜드...
오버 더 레인 보우....

유난히도 피부가 하얗던 아이.
조금만 뛰어도 숨이차서 힘들어 하던 아이.

연희는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의 죽음을
홀로 힘겹게 버텨내 왔던 것이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
저기 어딘가에, 무지개 너머에, 저 높은 곳에
There's a land that I heard of once in a lullaby.
자장가에 가끔 나오는 나라가 있다고 들었어
Somewhere, over the rainbow, skies are blue,
저기 어딘가에, 무지개 너머에, 하늘은 푸르고
And the dreams that you dare to dream really do come true.
네가 감히 꿈꿔왔던 일들이 정말 현실로 나타나는 나라.....

머릿속이 아득해진다...
모든 것이 지어낸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20. 기억
살아있다는 것은
때론 기억 한다는 것.
추억은 언제나
그리움에 비례한다.
하늘이
무너져 내릴것만 같은
아픔이 있다해도
그래도 지구는 돈다...

==========================

맨처음 유난히 하얀 피부라 느끼기만했다.
병으로 인한 창백함임을 몰랐던 나의 착각이
너무나 미안하기만 하다.

조금만 뛰어도 숨이 가쁜아이를
그저 여자아이라 그런가보다 했었다.

영원의나라... 그 닉을 보고도 아무 생각을 못했다.

롯데월드도 못가봤다 하면서도
꼭 멀리있는 에버랜드에 가고싶다고 하는 이유를
그땐 몰랐다....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다.
이따금 타오르는 갈증만 있을 뿐
허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어쩜, 먹는다 해도 그대로 다 쏟아버릴지도 모르겠다...

.
.
.
.
.
.
.
"그럼 골수 기증자는 있는 상황인가요..."

어쩌면 물으나 마나한 질문.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는다 했던가.
나역시 행여 하는 마음이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고개를 가로젓는 응답 뿐이었다.

"........."
"........."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무슨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연희가 처음 백혈병이란 걸 알았던 건... 고등학교 2학년때였어요."
뜨겁던 커피가 식어갈 무렵, 그녀가 가만히 입을 열었다.

"언제부턴가 많이 힘들어하고... 코피가 나도 쉽게 멎지가 않아 병원엘 갔었죠.
그때 알았어요. 우리 연희에게 그런 무서운 병이 있었는지...."

만성골수성은 급성과는 달리 병의 진행속도가 느리다.
처음에는 하이드레아를 복용했을테고... 나중엔 글리벡을 투여했겠지.

"학교도 그만두고 그렇게.... 5년동안을 매일 투병을 했어요."

그리고... 행여 나타날지도 모르는 골수기증자만을
매일같이 기다렸을테고...

"매일같이 병원을 다니면서 치료를 받았지만.. 병의 진행을 늦추는 정도였었죠."
"....항암치료는 하지 않았나요?"
"네.... 입원조차 싫어해서 집에서 통원치료만 했었거든요...."

속이 매스꺼워져서 모든 것을 다 토해버리고
너무도 독해 부작용으로 머리카락까지 다 빠져버리는... 최후의 방법.

"그렇게 매일같이 창문밖만 바라보고 살던아이가... 그렇게 집에서 책만보던 아이가....."
"..........."

그녀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돈다.
"어느날 갑자기 생기가 돌더라구요."

바보....
"그렇게 먹기 싫어하던 음식들은 먼저 찾는가 하면... 심지어....."
"......."
"...쑥뜸뜰때도 울지 않고 꼬옥 참더라구요...."

엷게 웃는 미소사이로 눈물이 맺히는 것이 보인다.
"항상 뜸을 뜰때면 아파서 몸부림치던 아이가... 오빠를 알게되면서부터 많이 달라졌어요."
"........"

아.....

"내 방에 들어와 나를 쫓아내고는 컴퓨터를 하면서.... 자긴 꼭 나을꺼라구.
그래서 연애도 하고 시집도 갈꺼라구....."
"........."
"언제나 오빠이야기를 할 땐.... 자기도 모르게 얼굴에 홍조가 돌았었죠..."

코끝이 시큰해져 온다. 젠장..
이를 악물고 울음을 참아본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한동안 진행이 멈췄던 연희의 병이... 심해지기 시작했어요."
....급성기라더군요.... 더이상 약으로는 진행을 늦출수가 없었어요.....
연희는... 항암치료를 받기로 하고... 마지막 소원으로 외출을 하고 싶댔어요..."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오빨... 참 많이 좋아했어요. 바보같이 얼굴도 모르는 사람인데도....."

참았던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하늘이 너무도 가혹하기만 하다.

.
.
.
.
.
'그럼 넌 뭐가 싫은데??'
'쑥이요. ㅠㅅㅠ'
'엥....?'
'난 쑥이 정말 싫어요. 세상에서 젤루 싫어..ㅠㅠ'

바보같이...
난 영원이가 그말을 왜 했었는지... 여태 몰랐다.

내품는 담배연기 사이로
눈물도 함께 흩어진다.

========

아침부터 일어나서 옷매무새를 다듬어 본다.
면도를 하고 샤워를 하면서
거울에 이곳저곳을 비춰본다.

밝고 말쑥한 모습으로 비춰지고 싶다.
조금이라도 초췌한 모습은 들키고 싶지않다.
.
.
.
병실문을 들어서기 전에 심호흡을 한다.
"후우...."

이 문을 들어서면 영원이가 있다.
내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있다.
꽃다발을 든 내 모습이 많이 어색하지만, 용기를 내본다.

"똑똑...."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
침대에 누워있는 영원이가 보이고
그 주변에 영원이의 가족들이 보인다.

"처음 뵙겠습니다. 유현민이라고 합니다..."
"반가와요. 내가 연희 애비되는 사람이에요."

인자해보이는 모습의 가족들.

캐나다에 있다는 큰언니를 제외하고는
모두 연희곁을 지키고 있었다.

따뜻해보이는 사람들..
이런 가족들이라 다행이다, 정말..

=======

"삼춘..... "

고개를 돌려서 침대에 누워있는 영원이를 본다.
순간 눈물이 울컥 쏟아질 것 같다.

.
.
.
.
.
.
"연희가.... 오래 못버틸 것 같아요..."
창밖을 내다보며 영원이의 이야기를 하던 작은언니가
갑자기 힘들게 입을 연다.

"....폐렴이 왔어요. 흑...."
".....!!!!"

백혈병에 걸렸을때 가장 무서운 것이 열이다.
일시적으로 나는 열이 아닌경우에는
몸속 어딘가에 염증이 생겼다는 이야기므로
그것이 곧 합병증으로 이어진다.

"하.... 항생제는요? 항생제로도 나을 순 없는 건가요?"
"흐흑...."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미.. 인간의 의술로는 해결하지 못할 선을 넘어간 상태...

"내일... 병원에 와주실 수 있으세요...? 연희가 많이 보고싶어해요...."

영원이는 벌써 하늘나라에 한발을 들여놓은 상태였다.
.
.
.
.
.
"헤.... 이런 모습 보이고 싶진 않았는데...."

아이보리색 모자를 눌러쓴 영원이.
아마 저 모자밑엔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을것이다.
여전히 하얀 피부에 수줍은 미소.
낯선 환자복이 조금은 민망한듯 담요를 가슴까지 끌어올린다.

"괜찮아.....? 아직 많이 아퍼...?"
"응... 많이 좋아졌어요."

영원이의 곁으로 다가서서
조심스럽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금새라도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엄마... 잠깐 할말이 있어요."

어제 보았던 연희의 작은언니라는 그녀.
조금 불편할지도 모르는 나를 배려하듯이
부모님을 모시고 밖으로 나간다.

"삼춘......"
"응..."
"많이 보고싶었어요...ㅎㅎ"

.....나도.
목구멍까지 울음이 솟아 입밖으로 말이 나오질 않는다.

"삼춘이랑 또 에버랜드 가야되는데.... 헤....."
"으응... 또 가면 되지......"

그럴수 없을거란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밖에 위로하지 못하는 내가 싫다.

"에.... 삼춘 울어효?"
"아냐... 울긴 누가...."

바보같이.. 눈물이 멈추지가 않는다.

"우리삼춘은... 참 바보에요. 정말....."

영원이의 손길이 내 얼굴을 어루만진다.
예전에 그랬던 것 처럼.... 내 눈물을 가만히 닦아준다.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조심스레 영원이에게 입을 맞춰줬다.

이마.
콧잔등.
그리고 입술.

너무도 그리워했던 영원이의 모습.

"헤... 우리 삼춘, 이제 보니 선수네. ㅎㅎ"

애써 농담으로 슬픔을 감추려 하지만
나보다 영원이의 가슴이 더 아플 것이란 것이
피부로 느껴져 그것이 더욱 슬프다.

===========

"삼춘!!! 아니아니 그렇게 말구요!!"
"음.... 이렇게 하면 되는거야?"

잠시 그렇게 영원이와 있다가
영원이의 부탁으로 캐비넷 뒷쪽에있는 노트북을 꺼내왔다.

병원에 컴퓨터가 없었기에
지난번에 내내 언니를 졸라서
노트북을 가져오게 한 모양.

그리고 아픈몸을 무릅쓰고 병원에서 힘들게
와우에 접속을 했었을 것이다.
내 생일 축하해 주기 위해...

"와... 이러면 정말로 와우에 접속이 되는거야?"
"그러엄요!! 'ㅁ')/"

무선랜 카드 같은것일까.
조심스럽게 와우를 실행시켜 본다.

"아이디 불러봐."
"for*******"

한자한자 영원이의 아이디를 입력해본다.

"패스워드는?"
"안대욧!! -_-)+"

힘들어서 대신해준다는 말은 들은체만체
자신이 직접 입력해야한다고
노트북을 자신의 다리앞에 놓는다.

그리곤 한자한자 힘겹게 패스워드를 입력을 한다.

로그인을 하자 보이는 회색빛 풍경
가시덤블 북쪽 무덤가에 영혼의 치유사 앞에
영원이의 모습이 보인다.

"헤..... 무덤부활 해야지."

영혼의치유사에게 무덤부활을 시켜놓고
아이언포지로 귀환을 탄다.
그리고 곧바로 로그아웃을 한다.

"삼춘, 아이디 불러봐요."
"응...? 내꺼?"
"네에!! 'ㅁ')/"
"싫은데... -_-"

짐짓 안가르쳐주려고 하자
영원이의 커다란 눈동자에 장난기가 돈다.

"흐음... 진짜 안가르쳐 줄꺼에요?"
"내가 그걸 왜 말해주냐. -_-"

갑자기 심호흡을 하듯이 숨을 크게 들여마시고는
무언가 큰소리로 이야길 하려고 한다.

"언니~~!! 삼춘이 나한테 막 이상한 짓 하려고~~~ 웁웁!!"
"....뭐든지 다할께.... ㅠㅠ"

약간 오버하듯이 영원이의 입을 막고는
설득을 시켜본다.

영원이가 원한다면 와우를 접어도 상관이 없다.
아니, 두번다시 인터넷이며 게임따위 안해도 좋다.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장난을 치고 싶었다.

"된다.ㅎㅎ"

아까 영원이의 영혼이 서있던 바로 그자리에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나의 흑마도 온통 회색빛으로 서있다.

무덤부활을 하고 귀환을 탄다.

"이렇게 여관에 세워놔야 경험치를 먹죠!! 'ㅁ')/"

만랩이라.. 더이상 경험치바가 오르지 못한다는 것은
내겐 아무런 이유가 되지 못했다.

"아... 삼춘이 깜빡 잊고 있었어."
"피이.. 이래서 남자는 항상 여자가 돌봐줘야 한다니깐."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영원이.

이렇게 내 눈앞에 있는 영원이가
언제 숨이 멎을지 모르는 그런 상태란 것을
나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

"삼춘.... 나 쉴래효...."
"응.... "

조심스럽게 침대 등판각도를 움직여본다.
앉은자세로 세워져있던 베드의 머리부분이
조심스럽게 수평이 되어 내려져간다.

"불편하지 않아....? 베개 다시 베여줄까?"
"괜찮아효....ㅎㅎ"

어느새 영원이의 부모님과 언니가 병실에 들어왔다.
조심스럽게 인사를 하고 병실 밖으로 나섰다.

"삼춘!!! 내일도 올꺼죠??"

휴가라는 것을 확인한 영원이는
그 기간만이라도 매일 보고싶은 모양이다.

"그럼.. 당연하지. 이쁘게 하고 있어야돼!! "
"헤..... ㅎㅎ"

언제나 영원이는 내 눈에 예뻤다.

머리가 길때나 짧을때나
화장을 했을때나 하지 않았을때나
언제나 눈이부시도록 아름다웠다.

=======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채
바로 와우를 실행시켰다.

사람은 누구나 연기자라 했던가.
나는 오늘 태어나서 가장 힘든연기를 했다.

아무렇지도 않은듯
아무눈치도 채지 못한듯 그렇게 멀쩡히 대꾸했지만
심장이 조여드는 아픔에 미칠것만 같았었다.

로그인 화면에 영원이의 아이디를 넣는다.
그리고 몰래 훔쳐봤던 패스워드도 입력한다.

잠시 후 스톰윈드를 배경으로 한 영원의나라 캐릭이 보인다.

목구멍까지 울음이 찬다.
"크흑......."

로그인을 하자 아이언포지 여관에 서있는 영원이의 모습이 보인다.
이미 눈물이 가득차 모니터가 온통 뿌옇게 보인다.

애써 울음을 참고
키보드를 움직여 이곳저곳을 다녀본다.

경비병에게 말도 붙여보고
길가는 엔피시에게 빵도 하나 사본다.

마치 내가 영원이인것처럼
점프도 폴짝폴짝해가며 이곳저곳을 배회해본다.

하지만...
영원이는 지금 낯선 병원침대에 누워
이곳에 올 수가 없다.

저만치에 경매장다리와 은행이 보인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 본다.

방학때라 그런지 저녁도 아닌데 사람들이 많다.
엔피시에 말을 걸어 영원이의 사물함을 열어본다.

"............"

절반이상이 비어져있는 영원이의 사물함.

그리고 그 한쪽구석에
차곡차곡 놓여져있는 작은 가방들.

마우스를 움직여 가방에 갖다대본다.


<6칸가방 - 제작자: 은빛나래>
맨처음 내가 선물했던 가방이었다.


이미... 더 큰가방이 있어
아무런 필요가 없는 물건이었음에도
영원이는 소중하게 간직해두고 있었다.

"크흑.... 흑......."

아마도 내가 만들어 준것이라 차마 버릴 수 없었으리라.

참았던 눈물이 한도 끝도 없이 쏟아져 내린다.
쏟아내도 쏟아내도 폭포수처럼 설움이 북받친다.

더이상 참아낼 수가 없어서 컴퓨터 플러그를 잡아빼버렸다.

영원아.. 미안해...
네가 이렇게 아팠는지...
삼촌은 정말 하나도 모르고 있었구나.

"아아악!! "
침대 베개맡에 얼굴을 묻고 소리를 질러본다.
이대로 울다보면 이 슬픔이 조금은 가실까.

"엉엉엉.... 영원아... 죽지마..... 제발....."
울어도 울어도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내가...
병실에서 훔쳐본 영원이의 패스워드였다.

'tkfrhtlvek'


21. 別離
부디
내가 머물었던 한자락
가슴에 묻고
그래도
좋았던 기억만은
잊지말아 주시길...

==========================

"삼춘!!! 근데 얼굴이 왜 이렇게 야위였어효? -_-)+"
"-_-;;;"

다음날 다시 병실을 찾아가자마자
다짜고짜 바가지부터 긁기시작하는 영원이.

이봐.. 당신이 지금 그말 할 처지가 아니라구... -_-
아무래도 이 병원에는 거울도 없나보다.

"요즘 밥도 제때 안먹구 다니죠!!! ;ㅁ;"
"아니.. 그게.. 일요일날 짜파게티는 먹긴하는데..;;;"

사실 살이찌든 빠지든
겉으로 표시가 안나는 체형이라
왠만해서는 다들 모르는데...
도대체 영원이는 속일 수가 없다.

"아이구!!! 내가 정말 삼춘때문에 못살아!! ㅋ"
".........-_-)a"

....일단 같이 살아보고 이야기 하자니깐.

==========

"삼춘.... 이제 내일부터는 회사에 나가야 하는거네효? ;ㅅ;"
"으응..."

다행히 오늘까지 광복절 연휴인 관계로
하루의 여유를 더 가질 수있었다.

"헤... 아쉽다."

회사를 그만둘까...
힘들긴 하겠지만 일단 영원이의 곁을 지키고
직장이야 나중에 새로 구해도 되는 것이니까.

"삼춘!!!"
"화들짝!! -_-;;;"

큼지막한 눈을 굴리면서 뭔가 추궁하듯 날 바라보는 영원이.

"지금 회사 때려칠까 고민했었죠. -_-)+"
".......-_-;;"

어찌나 눈치가 빠른지 거의 무당수준이다.;;

"나참.... 기가... 차서.... 말이.. 참내..... 내가 무슨...."
"......말을 하세요. 말을. -_-)+"

아놔... 미치겠네.

"아니... 멀쩡히 잘 다니는 회사를.... 내가 얼마나 촉망받는....;ㅂ;ㅂ;ㅂ;ㅂ;"
".......-_-)+"

영원이, 요것이 아주 고단수다.
내가 무슨 틈만 보이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파고든다.

이럴땐 방법이 없다.
영원이 입을 막아버리는 수 밖에. -_-

"웁!! 삼춘!!"

조금 놀래는 듯 하더니
이내 눈을 감는 영원이.

뽀뽀만 살짝 하려고 했던것이 키스까지 이어진다.
예상치않은 진행이지만 어쨋거나 목표달성. -_-)v

게다가... 영원이와의 입맞춤까지 얻었으니 더이상 바랄게 없다.

"...삼춘은 완전 짐승. ㅋ"
"ㅎㅎㅎㅎ"
"무슨 틈만나면 덤벼요!! 진짜 늑대야!! 으이구!! ㅋㅋ"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여기서 끝을 고하기엔
이제 막 시작한 우리사랑이 너무도 아쉽다.
.
.
.
.
.
"흐음... 참 이상하단 말야."
"뭐가효...?"

에버랜드 정문쪽으로
영원이와 손을 꼭 붙잡고 걸어나오면서
우리는 여느 다정한 연인처럼 속삭였었다.

"어떻게 똑같은 사람인데 연희손은 이렇게 부드럽지. -_-)a"
"풉....ㅎㅎ
진짜다.
작고 앙증맞은 건 둘째치고
너무도 뽀얗기만한 피부.

"아기 살결같아. ㅎㅎ"

만지기만해도 꿈결같은 영원이의 얼굴.

"오호~~ 그럼 아까 삼춘은 아기한테 이상한 짓을 한거네요? -_-)+"
"엥...?"

컥.... 이야기가 그렇게 되나.
영원이의 눈동자에 또 장난기가 스친다.

"세상에!! 도대체 아가한테 아까는 무슨짓을 한거에횻!!! "
".....아니... 그게 아니라..... ;ㅂ;)a"

자기가 먼저 해놓구 덮어씌우는 것도 선수급이다.
"풉... 삼춘 또 얼굴 빨개졌다. 으이구!! ㅋㅋ"
".........*-_-*"

오른손으로 내 팔을 깊숙히 당겨
팔짱을 꼬옥 끼는 영원이.

"삼춘은요... 무슨말을 하든 얼굴에 표가 다 나효. ㅎㅎ"
"...-_-;;;"

음... 진짜 그런가.

"우리 이렇게 마냥 걸었으면 좋겠다..ㅎㅎ"
"....나두. ㅎㅎ"

길게 늘어선 에버랜드의 출구를 향하는 사람들 틈에서
우리도 그렇게 여느 연인들처럼
행복을 쌓으며 함께 걸었었다.

.
.
.
.
.
.
"삼춘... 절대 회사 그만두면 안돼요...?"
"알았어. 내가 뭐 어린애냐. -_-)a"

영원이를 병실에두고 돌아서는 길은
언제나 천근만근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삼춘이 돈을 많이 벌어야 내가 호강하지.ㅎㅎ"
"컹... 나 월급 얼마 안되는데...."

마음같아서는 곁을 떠나고 싶지않지만
영원이의 휴식을 위해서.. 나의 마음을 애써 눌러 참는다.

"...이 담에 월급봉투 조금만 들고오기만해요. 밥도 안차려 줄테야. -_-)+"
"........-_-)a"
"그리고... 삼춘 좋아하는 짜파게티도 없어요!! ㅎㅎ"
"컥... 그건 쫌....;;;"
"까르르르..."

과연 그런날이 올까..
나의 넥타이를 매주고 회사로 출근하는 내 입술에
짧은 입맞춤을 해주는..

예쁜 앞치마를 차려입은
영원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이
언젠가는 올까....

"삼춘, 토요일날 봐요...ㅎㅎ"
"으응....."

올꺼야.
아니, 오게 만들겠어.

우리.. 언젠가는 꼭 같이 살자.
작고 예쁜집에서 아주.. 행복하게.

=========

긴 휴가 끝에 출근했던 회사는
아무일 없이 잘 돌아가고 있었으며
나 역시 자연스레 일상속으로 복귀를 했다.

'영원이는 잘 지내고 있는것일까...'

이따금.. 연희의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고, 괜찮다는 대답을 확인하고서야
다시 업무에 열중할 수 있었다.

어느덧 퇴근시간...
병원으로 달려가고 싶은 맘을 애써 눌러참으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이끌고
나는 조용히 집으로 향했다.

=========

"저.... 기억하시나요?"
"누구시죠?"

오그리마 은행앞에 어둠풀셋을 입은 도적이
나의 귓속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갸우뚱한다.

"본래... 고통을 준사람은 쉽게 잊곤 하더군요."
".......?"
"휴먼 흑마 은빛나래입니다. 당신이 말했던 오타쿠지요."
"아....."

비로서 지난주 자신이 했었던 일이 기억이 난듯하다.
매우 당황한 눈치다.

"당신말대로 정식으로 캐삭빵 신청하러 왔습니다. 내일 오후 8시에 잊혀진 땅에서 뵙죠...."
"..........."

이 말을 하려고 나의 랩1타우렌은
머나먼 멀고어에서 오그리마 까지
얼마나 먼길을 뛰어야 했던가.

"물약이든, 붕대질이든, 버프든... 제약조건 없습니다. 단판승부로 가죠."
"아..... 저기......"

휴먼 흑마 대 언데드 도적.
파괴 흑마 대 언데드 도적.

"기계설인이든... 기공무기든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

뭔가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다가
이내 입을 다문다.

"저녁 8시. 코도 무덤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결과가 뻔할지라도
꿈틀하는 몸부림이라도 치고 싶었다.

==========

나이젤의 야영지로 가는 그리폰위에서
잠시 버프창을 쳐다본다.

'악마의갑옷'
흑마에게 주어진 유일한 버프.
이것이 얼마나 버텨줄지 모르겠다.

"후우......."

방안에서 만큼은 담배를 피우지 않으리란
나의 결심은
며칠을 넘기기 힘들다.

캐릭터창을 눌러서 장비를 다시한번 점검해본다.
사자의 어깨보호대...
끝내 구하지 못한 공포어깨가 아쉽긴 했지만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이 시합의 결과를 이미 잘 알고있다.

.
.
.
.
.
.
.
-XXXX가 당신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합니다.

먼저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는 내게
빨간색아이디의 언데드 도적이 어느샌가 인사를 보낸다.

그리고 따라오라는 손짓과 함께 말을 탄다.
나도 공포마를 부른다.

쓴 웃음이 난다.
이녀석을 불타는 갈기를 볼날도 오늘이 마지막이리라.

사람들의 인적도 드물고, 몹들의 흔적도 드문 곳으로
우린 아무말 없이 향했다.
다행스럽게도 방해하는 호드나 얼라이언스의 모습도 눈에 띄지 않는다.

.
.
.
.
.
-XXXX가 당신에게 준비가 되었다고 말을 합니다.

"후......"
가만히 담배를 재털이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크게 심호흡을 해본다.

-당신은 XXXX에게 준비가 되었다고 말을 합니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우리는 인사를 나누었다.
나의 감정표현이 메세지창에 뜸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나의 모니터에서 그의 모습이 사라진다.
그와 동시에 나도 방향키를 눌러서 전후좌우로 뛰기 시작했다.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한다. 멈칫하면 곤란하다.
직관력을 켠다. 쿨타임이 돌아간다.
'어딜까......'

사방팔방 둘러보았지만... 역부족이다.
어디에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는다.
고양이의눈 비약이라도 먹고 왔으면 좋을뻔했다.

금새 직관력의 효과는 떨어져버린다.
이럴때 상급투명체감지가 은신까지 감지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

무언가 팅하는 소리와함께 나의 흑마가 휘청거린다.
연이어 계속되는 스턴기.
곧이어 정신없는 연타콤보에 피가 정신없이 빠지기 시작한다.

멈찟거릴 틈조차 없다.

"찌이잉~~"

위상변화로 은신해있던 나의 서큐가 언데도적에게 현혹을 건다.
그 틈을 타 재빨리 빠져나온다.
앞쪽으로 뛰어가며 생석을 빤다.

포세이큰의 의지로 인해 현혹은 곧 무용지물이 되리라.
최대한 거리를 벌려야 한다.

불과 2초도 되지않아서 서큐의 현혹이 풀려버린다.
얼마동안은 현혹과 공포에 면역상태이리라.
아마도 계급장까지 착용하고 있겠지...

서큐를 공격적으로 돌려놓고
계속 움직이며 고통과 부패를 넣어 주었다.
그리고 제물을 시전한다.

"펑...."

제물에서 크리가 터진다.
700 정도의 데미지숫자가 모니터 가운데 뜬다.
잘 터질때는 1000까지도 나오는 제물이
하필... 오늘은 좀 약하다.

어느새인가 거리를 좁히고
언데도적은 난도질을 시작한다.

서큐의채찍질은 무시하고
나만 일방적으로 도륙하기로 한모양이다.

"펑!!"
연소가 터진다.
제물이 끝나가기 전 점화를 넣는다.

상대의 피가 절반가깝게 줄어든것이 확인되지만
이미 내 피는 고갈상태이다.

죽음의고리를 날려본다.
500의 데미지를 주고, 500의 피를 얻는 기술.

하지만.. 그것만으로 전세를 뒤집기에는
모든것이 늦어버렸다.

"아악~~~"

끝내 나의 흑마는
외마디 비명과함께 차디찬 바닥에 누워버렸다.
아직도 상대의 피는 1/3이 넘게 남았다.

...일치, 무, 메론을 빨았더라면 이길 수 있었을까.

애초에 윤회도 걸지않았다.
조용히 무덤으로 가기를 누른다.

=======

"님.. 잠시만요."
"....왜 그러시죠?"

무덤부활을 하고 게임을 종료하려는 내게
갑자기 귓말이 날아온다.
아마도 그 도적의 얼라캐릭이리라.

"일단... 진정하시고요. 저 XXXX입니다."

아직 재떨이에서 연기가 난다.
아까 내려놓은 담배가 아직도 꺼지지 않은 모양이다.

"말씀하세요."
"왜 일치를 안빠셨죠?"

굳이 답변하기가 껄끄럽다.

"그냥요."
"그럼... 기공무기는 왜 안쓰신거죠?"

쓸모없는 이야기때문에 부담을 가지기는 싫다.

"전... 재봉이니까요."
"........."

잠시 아무말도 없다.
기공이 아니라도 쓸수있는
무기들도 있지만.. 둘다 언급하지 않는다.

"말씀 다하셨으면...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저기......."

잠시 멈칫거리던 그거 말을 꺼낸다.

"그냥.... 이 캐삭빵 없던것으로 하면..... "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 마음이 허락하지 않네요."

바로 접속종료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캐릭터 삭제버튼을 누른다.

'지금 삭제하시겠습니까?

행여 생길지 모르는 불상사를 막기위해서일까.

망설일 이유따윈 없다.
어차피 영원이가 없는 와우따윈
내겐 더이상의 의미가 없는 것을....

메세지창에 한자한자 글자를 써넣는다.
그리고 확인 버튼을 누른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잊혀진땅의
어느 한 구석에서
나의 은빛나래는 영원한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잭더XX와 간지XXX의 캐삭빵건으로
온 하이잘 서버가 떠들썩하던
어느 여름날의 일이다....

22. 別離 ∥
나의 기침소리조차
들키고 싶지 않은 작은 소망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이율배반적인 나의 가슴
모든 것은
침묵의 고요로 묻어둔채로
늘 그렇듯 챗바퀴 속에 돌려버릴 뿐
이것이 내 마지막 바램
그리고 당신을 위한 처음,
마지막 나의 배려...

==========================

나의 흑마를 잊혀진 땅 어딘가에
영원히 묻어버린날,
나는 새로운 은빛나래를 만들어야만 했다.

캐릭터 생성을 하자
웅장한 스톰윈드의 모습 아래로 엘윈숲이 보인다.

'후......'

직업을 선택함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당연히 나의 은빛나래가 가야할 길로 왔을 뿐.

랩1 휴먼 사제...

하얀색 견습로브가
왠지 낯설지가 않다.
.
.
.
.
.
누군가를 보호하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다.
내 모든것을 버려서라도
눈물나게 지키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다.

나는 붕대질을 할 망정,
마지막 남은 단 한칸의 엠이라도 모두짜내
치유해 주고팠던
그런.. 사람이있었다.

단축키창을 내려다 본다.
하급치유와 성스러운일격 스킬이 보인다.

'바보....'

스킬창에 있는 기술들조차
사용하는 법을 몰라
랩 7이 될 때까지 둔기만으로 몹을 때려잡던
그런 사제가 있었다.

상급사제나 파티란 것의 의미조차
모르던... 바보같은 사람이 있었다.

처음 받아본 생석을 팔아버린 줄 알고
안달하며 조바심내던 그런 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제를 조용히 바라보던
어떤 사람이 있었다....

=======

노란색 느낌표 사이를 뛰어다니며
이리저리 퀘스트를 하러다닌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나의 은빛나래는 금새
레벨 7이 되어버린다.

맨 처음 그 아이를 보았던
그 때,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곳으로 달려가 본다.

엘윈숲. 개미굴 광산앞에
코볼트들이 보인다.

제법 바글바글한게
동시에 두마리는 버거울지도 모르겠다.

보호망을 시전하고
한마리에게 성스러운 일격을 날린다.
그리고 고통을 걸고
다른 한마리에게도 고통을 걸어준다.

둔기로 한마리를 때리면서
피가 어느정도 빠질때마다 하급치유를 한다.

고작 체력 3짜리지만
인내도 걸려있다.

금새 동랩몹 두마리가 누워버린다.
잠시 앉아서 엠탐을 해본다.

이렇게 앉아서 물빵을 먹으면
어디선가 영원이가 나타날 것만 같다.

"크흑......"

얼마 버티지 못하고 컴을 꺼 버린다.

이젠 모든게
너무 늦어 버렸다.

나에게 와우는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내가 또 다시 접속 하는 날이
과연 올수 있을까.

그때까지...
나의 은빛나래는 이곳에 서 있을 것이다.

==========

날이 밝는다.
부시시한 모습으로 출근준비를 한다.

이런 내모습을 본다면
영원이는 뭐라 말할까..

힘겹게 세면을 하고
하나둘 옷을 챙겨입은 뒤
무거운 발걸음으로 회사로 향한다.

챗바퀴같은 하루가 시작된다.
시간이 더디 간다.
아직 영원이를 보려면 이틀이나 더 남았다.
.
.
.
.
하루가 더 흘렀다.

내일은 토요일.
오늘만 지나면
그렇게도 그리워하던
영원이를 만나러 갈 수 있다.

안간힘을 쓰며 하루를 보낸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긴 하루를 보낸다.

살며시 사무실을 나와
비상구 계단으로 간다.
그리곤 언제나처럼 담배를 하나 꺼내문다.

"후우....."

담배가 늘었다.
커피가 늘었다.
그리고... 한숨이 늘었다.

.
.
.
.
.
.
"삼추운!!!! 삼춘은 왜 담배를 펴효?? 'ㅁ')/"
"응....? -_-)a"

벤치에 앉아 습관처럼 담배를 꺼내문 내게
영원이는 그렇게 물었다.

"음... 그렇잖아요. 술은 마시면 취하기라도 하는데.. 담배는 좋은게 없잖아효.. ;ㅂ;)a"
"ㅎㅎㅎ"

잠시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말을 꺼낸다.

"딱 하나 좋은 점이 있어."
"그게 뭔데효? ;ㅂ;)a"

쓴웃음이 나온다.

".....한숨을 연기속에 감출 수 있다는 것."
"..........."

.
.
.
.
.
눈가가 아프다.
코끝을 찡그려서 눈물을 참는 일이 잦아서일까.
담배연기에 한숨이 섞여 나온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번호를 본다.
영원이의 언니다.

"여보세요."
"아... 오빠. 저 은희에요."

지난번 면회 이후로
항상 습관처럼 내가 먼저 연락을 했을 뿐
먼저 연락이 온적은 없다.

불안한 마음이 든다.
"연희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요?"

내 목소리가 떨리는게 느껴지는 것일까.
"아뇨.... 그건 아니구요....."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다행이다.

"혹시... 괜찮으시면 오늘 병원에 와주실 수 있으세요?"
"오늘요?"
"네... 저녁에 병실이 비는데 지켜줄 사람이 아무도 없네요."
"아.... 그렇군요."

시계를 본다. 오후 3시 반.
"어차피 내일 쉬니까 괜찮아요. 이따가 퇴근하고 바로 갈께요."
"네.. 부탁드릴께요."

어딘지 모르게 연희언니의 목소리에 물기가 묻어나온다.
아마도 행여 연희가 혼자 있게 될까봐 걱정이 됐던 모양이다.

"부탁이라뇨... 당연히 제가 해야죠."

행여 간병인이 있어 돌본다 하더라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으리라 생각을 해본다.

"고마와요......"

목소리에 물기가 조금 많이 묻은듯 하다.
그리고 전화를 끊기를 기다리는
나에게 나지막한 목소리가 전해져온다.

"정말... 고마와요. 제부...."

=========

"죄송합니다. 이만 퇴근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오후 4시가 되기도 전에
책상을 정리하고 일어서자
팀장의 눈빛에 의아함이 나타난다.

"여자친구가 몸이 안좋아서 가봐야겠네요. 죄송합니다."

너무도 당당한 내모습에 기가 막혔으리라.
당황한 팀장의 모습이 역력하다.

"월요일날 뵙겠습니다."

인사와 함께 ID카드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내게
박이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 유대리 퇴근하는 건가?"

잠시 멈짓하던 팀장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지금... XXX호텔 불시 점검나가는 중이에요. 현장직퇴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아... 그렇구먼..."

쓴 웃음이 나온다.
아직 쫓겨날때가 되지 않은 모양이다.

============

숨이 턱까지 찬다.
군을 제대한 이후로 이렇게까지 뛰어본 적이 얼마만인가.

입에서 단내가 난다.
그래도 쉬지않고 계속 달린다.

밀리는 택시안에서 더는 기다릴 수가 없어서
도중에 내린것이 잘못이라면 잘못.

하지만.... 후횐하지 않는다.
다만 1분이라도 먼저 도착할 수만 있다면
나는 열번이고 백번이고 달려가리라.

병원문을 열고
연희가 누워있는 병실로 올라간다.
계단을 굽이굽이 돌아
나의 발에 풍진이 일때까지 달려가 본다.

============

"헤.... 삼춘....."

눈물이 울컥나온다.
며칠 못본사이 온통 보라색이 되어버린 영원이의 입술.
코로 연결이 되어 이어져있는 작은 호스.

"보고싶었어효..."

이 작은 아이의 몸에
신은 왜 이런 고통을 내려주는 것일까.

"나도... 무척 보고싶었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해도
판도라의 상자속 마지막 남은것이
한가지 절망뿐이라 할지라도
우린 행복했었다.

영원아, 너를 만날 수 있었던 건
내 생에 가장 기쁘고 행복한 일이었단다..
그거 알고 있니?

응.. 삼춘.
나도 그랬어효.ㅎㅎ

이름모를 측정기들의 삑삑거림들 속에서
우린 잠시 그렇게 눈빛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부몰락지대에 머물던 석양이
영원이가 머물고 있는 병실창문에도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한다.

창밖으로 노을이 무척이나 아름답던..
그런 저녁이었다.

23. To heaven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건들 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

"삼춘... "
"응?"
"나.... 처음......봤을때..... 기억해요....?"
"그럼. 기억하구 말구..."

영원이의 입가에
보일듯 말듯한 희미하게 미소가 감돈다.

"헤... 어땠.....는데요...."

잠시 눈을 감고 그때의 모습을 생각해본다.
"...눈이 부셨어. 5월 햇살보다도 훨씬."

.
.
.
.
.
.
.
"뭔가..... 나한테 숨기는 게 있죠...?"

불과 며칠사이에
훨씬 더 병세가 짙어진 영원이의 모습에서
뭔지 모를 분위기가 느껴졌다.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것은 아마도 핑계이리라.

"연희가.... 폐에 물이 찼대요...."
"........?"

"그런데도... 백혈구 수치가 부족해서... 수술도 할 수가 없대요....흐흑..."
"........"

무슨 의미일까.
영원이의 언니가 하는 말이 와닿지가 않는다.

"그럼.... 저렇게 산소호스를 계속 끼고 있어야 한다는 뜻인가요.....?"
"아뇨......"

연희의 언니는
젖은눈으로 나를 물끄러미 올려다 본다.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꺼래요....."

.
.
.
.
.
.
믿을 수가 없다.
아직 저리도 멀쩡해 보이는데...

"헤... 삼춘..... 그럼..... 그때.... 나한테... 반했구나..."
"......으응"

영원이의 얼굴에
수줍은 미소가 번진다.

"난.... 삼춘이...... 언제부터...... 좋았는지.... 알아효.......?"
".....글쎄? 언제부턴데??"

특유의 장난기가 눈동자에 핑그르르 돈다.
"..... 비......밀. ㅎ..."
"아쭈!! 삼춘 놀리면 못쓴다구 했지!!"
"ㅎ...ㅎㅎ...."

말 한마디 하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영원이의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나의 위선이 싫다.

.
.
.
.
.
.
"....요사이 몇번이나 영원이가 혼수상태에 빠졌는지 몰라요..... 그런데도....
절대 주말전까지는..... 오빠한테 알리지 말라고....."
"........."
"오빠가 알면... 회사고 뭐고 무작정 달려올지도 모르니... 절대 연락하지 말라고..."
"........."

바보... 넌 정말 바보다.
그깟 회사가 뭐 그리 대수라고.....

"아까.. 오빠한테 연락을 하고 이야기를 했어요. 오빠가 내일 쉬는 날이라 지금 온다고..."
"........."
"그 때부터... 저렇게 환한얼굴로 오빠를 기다리더군요...."

.
.
.
.
.
.
.
"삼춘.... 나..... 부탁.....있어요....."
"응....?"

영원이가 힘들게 말을 꺼낸다.
"그전....부터.... 궁금했....었어요.... 우리 삼춘이..... 어떤.... 글을 썼었는지....."
"........."
영원이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진다.
"이야기.... 해줘요......."

의자를 당겨서
영원이의 곁에 바싹 다가 앉는다.

그리곤 한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본다.

"칫..... 재미없구 유치하다고 나중에 뭐라고 했다간 봐라."
"헤....헤에...."

살며시 눈을 감는 영원이를 보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낸다.

"아주 오래전에.... 강원도 한 산골 군부대에 서울출신 뺀질이 군바리가 한명 있었대........"
"으응......."

...그리고
그 아저씨를 사랑했던
코스모스를 닮았던 꼬마가 있었단다.

.
.
.
.
.
.
"그랬다면 진작에 연락을 했었어야죠!!"
"............"

연희의 언니는
진작부터 붉어진 눈동자로
눈물을 훔치며 이야기를 꺼낸다.

"자기는 해줄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어서... 그게 자기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배려라고......"
"........"
"어떻게든 주말까지 버텨보겠다고... 그러니 제발 그렇게 해달라고..."

정말...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니....

"연희에겐... 오빠가 전부였어요... 차마 연희의 소원을 어길 순 없었어요...."

.
.
.
.
.
.
.
"....삼....춘... 나... 노래..... 불러줘요..."
"응...? 갑자기 무슨 노래?"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연희가 말을 꺼낸다.

"갑자기.... 삼춘 노래가...... 너무 듣고... 싶어요...."
".......별 걸 다 시켜, 정말. ㅠㅠ"

짐짓 울상을 짓는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이는
영원이의 모습.

가벼운 헛기침을 한번 해본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척
노래를 시작한다.

"...믿을 수 있나요.... 나의 꿈 속에서... 너는 마법에 빠진 공주란 걸......"

작고 잔잔한 노래가
병실에 울려퍼진다.
그리고 밤이 점점 깊어간다.

.
.
.
.
.
"정말.... 방법이 없는 건가요... "
"흐흑... 흑....."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참았던 눈물을 쏟고 만다.
"엉엉.... 오빠... 우리 연희 불쌍해서 어떡해요.... 엉엉..... 어떡해....."

가슴에 담이 내린 것처럼
심하게 조여온다.
코끝이 시려서 그대로 있을 수가 없다.

아무렇지 않은척
영원이의 언니를 다독여주기엔
내 슬픔이 너무도 크다.

.
.
.
.
.
.
"삼춘... 나 할말이.... 있어효...."

영원이의 목소리가
점점 잦아들어간다.

"예전에.... 삼춘이 꺾었던..... 펜을.... 나를 위해... 다시 들어줄 수.... 있어요....?"

목구멍까지
울음이 가득차서
말이 나오질 않는다.

"무슨.. 글... 이라도... 좋아..요.... 나를... 위해서라도.... 다시... 글을 써.... 줄래요....?"
".........."

눈동자가 터질것만 같다.

금새라도 후두둑
눈물이 쏟아지려고 한다.

아무런 대답도 못한채 고개만 끄덕여본다.

"고마와요... 삼춘.... 정말....."

뭔가 말을 해줘야하는데
머릿속이 텅 빈듯
어떠한 말도 해줄 수가 없다.

"나.. 사실... 삼춘한테..... 거짓말 했어요......"
".........."

무슨 말인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내가..... 언제부터.... 삼춘을 좋아했는지.... 궁금.....하다고 했었죠......"

희미한 미소가
영원이의 입가에 스치는듯하다.

"왜.... 그때 있잖아요.... 삼춘이 처음으로.... 내 앞에... 나타났던... 날.....
.....하늘에서... 불덩어리를 뿌리며... 내 앞으로.... 나타.....났던.... 그 날....."

심장이
타들어가는 것 같다.
목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

".....얼굴도.... 모르지만.... 좋아할 수 밖에.... 없었......"

점점 희미해지는
숨소리를 들으며
속에서 오열이 솟는다.

꽉 깨어문 어금니 사이로
울음이 새어나온다.

"크흑......"

영원이는 간신히 손을 들어
언제나처럼 내 얼굴을 어루만진다.

".....울지 말아요. ....삼춘은... 흑마.... 잖아요......"

참다가 터져나온 슬픔은
무엇으로도 막을수가 없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이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그런... 삼춘이 좋았어요....."
"........."
"나도... 이 다음에.... 삼춘처럼..... 멋진..... 흑마가..... 되고..... 싶었는데....."

.
.
.
.
.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밖으로 나간 영원이의 언니가
다급하게 당직의사를 불러왔을때....

이미 연희는
그토록 자신이 그리던
영원의나라로 떠난 다음이었다.


============

매미는
땅속에서 7년동안 유충으로 지내다가
여름이 오면 나무위로 올라가
탈피를 하고
성충이 된다고 한다.

깊고 축축한 땅속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다가
밖으로 나와서 자유를 실컷 만끽하기도 전에
짧디 짧은 2주간의 수명을 마치고
다시 땅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화장을 한 연희의 뼛가루를
에버랜드가 내려다보이는
국도변 갓길에 차를 세우고
바람결에 조금씩 날려보낸다.

'나는 연희에요.'
'이.연.희. 절대 잊으면 안돼요.ㅎㅎ'

내가... 널 어떻게 잊겠니.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런 내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연희의 부모님과 두 언니가
오열을 한다.

하지만 나는
울 수가 없다.
눈물이 차마 나오지가 않는다.

'삼춘!! 우리 가을이 되면 또 여기 와요!! >ㅂ< //'
'그래. ㅎㅎ'

아직 매미가 울어대는 8월이 채 가기도 전에
우리는 다시 이곳에 왔다.

그리고
연희는 이곳에 남고
또 나만 혼자 돌아가야 한다.

'우리 다음에 여기에 올땐, 꼭 같이 집에가효. 네? ㅠㅠ'

미안하다... 연희야....

꼭 같이 집에가자는 약속을
삼춘은 이번에도 지키지 못했구나...

마치 자신의 짧은 생을 안타까워하기라도 하듯
그리고, 너무도 일찍 세상을 떠난
한 여자아이의 죽음을 알기라도 하듯
매미가 운다.

힘차게 울어재낀다...


------------

24. 편지
슬픔이란 언제나
살아남은 사람들의 것
때론 기억이
아픈 비수가 되어 돌아온다 해도
한줄기 추억으로
그리움 사이에 고이 접어
넣어두기를...

=================

영원이를 만나기 전에 언젠가 그런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삼춘... 근데 삼춘은 왜 장가를 안가효?'
'...장가고 뭐고, 삼촌을 자꾸 삼춘이라고 하는 이유가 뭔데..?'
영원이를 에버랜드에서 처음 보기 전에 난 그저 연희를 어린아이로만 대했었다.
'웅... 예전에 친구들 보니까 예전에 다들 삼춘이라고 부르던데... ;ㅂ;)a'
'삼촌이 표준어야. 그러니까 그렇게 불러. -_-'
'........;ㅂ;)a'
표준어 따윌 운운하며 말하는 내게 영원이는 한참을 쭈뼛거리더니 말을 꺼냈다.
'....삼춘이.... 더 정감있는데.... ;ㅂ;)a'
'........-_-;;'
정감은 무슨... 아.... 설마;;
'영원이... 혹시 삼촌이 없니..?'
'네... ;ㅂ;)/'
고모들만 몇명 있을뿐 아들손이 대대로 귀한 집안이라고 했다.
'음....;;;'
미안하기도 하고 쓸데없는 이야기를 꺼낸 죄책감에 잠시 할 말을 생각하고 있는데 영원이의 말이 이어진다.
'그리구... 삼촌이라고 부르면 친조카 같잖아효... ;ㅂ;)a....'
'......-_-;'
'삼춘이라고 부르면... 왠지 나만 부르는 이름 같기도 하구... ;ㅂ;)/...'
'..................-_-;;;'
더 고집부리면 왠지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은 느낌.
'알았어. 그럼... 그렇게 불러;;'
'와!!! 진짜효??!!! ;ㅂ;)/'
그렇게 좋을까. 그냥 부르는 것 뿐인데.;;
'삼춘삼춘삼춘삼춘삼춘삼춘삼춘삼춘삼춘삼춘삼춘 우리삼춘!!!!!! ! >ㅁ<'
'......아쭈. -_-'
'우리 삼춘, 최고!! 히히힛!! >ㅂ<'
그렇게 좋았었니.. 삼춘이라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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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가 내려다보이는 산자락에 영원이를 남겨두고 빈차로 혼자 돌아오는 길은 너무도 길었다.
"후......"
창문을 조금 열고 담배를 하나 물어 본다. 친구차를 빌려오긴 했지만 약간의 담배냄새가 배어도 이해해 줄 것이다.
'미안하다....'
지난번 영원이와 에버랜드를 왔을 때 차를 빌려오지 않은 것이 이리도 후회될 줄은 몰랐다. 친구에게 빌렸어도 되었고 하다못해 렌트카를 가져오는 것 역시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짧은 생각으로 나는 그러질 못했다.
'삼춘.. 우리 다음엔 꼭 같이 집에가효. ㅠㅠ'
나는 영원이의 작은 부탁하나도 들어주질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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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가 남긴 편지에요...."
영원이의 유언대로 에버랜드가 내려다보이는 그곳에 영원이의 유해를 뿌리고 난 후 그녀는 작은 핸드백안에서 연희가 나에게 남겼다는 편지를 꺼내어 건내주었다.
"그동안... 고마왔어요...."
"........"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여전히 오열하고 있는 연희의 엄마와 큰언니. 영원이의 가족들을 뒤로 한채 나는 그렇게 도망치듯 차에 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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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
담배연기가 눈에 들어갔나보다. 눈이 아파서 앞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

집앞에 차를 세우고 텅빈 집안으로 들어와 쓰러지듯 허물어진다. 너무도 꿈결같고 너무도 믿어지지 않는다. 영원이가 이 세상에 더이상 존재 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혀 실감나지 않는다. 어쩜 나는 긴 꿈을 꾼것이 아닐까... 금새라도 영원이가 '삼춘'이라며 저 만치에서 달려올 것만 같다.
"하아...."
아직도 마르지 않은 눈물을 닦고 조용히 컴을 켜본다. 그리고 영원이의 아이디로 접속을 시도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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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스워드가 바뀐것도 아니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영원이의 캐릭이 보이지가 않는다. 갑자기 눈앞이 멍해진다. 어떻게 된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불과 지난주에만 해도 영원이의 캐릭은 분명히 존재했었다. 강제종료를 시도해본다. 어쩌면 섭따등의 버그로 인해 일시적인 오류일 수도 있을 것이다.
".........."
몇 번을 다시 시도봤지만 영원이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마치 처음부터 영원의나라 캐릭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텅빈 여백만이 캐릭터 창을 가득 채우고 있을 뿐이었다. 불현듯 어떤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설마.....'
나의 흑마를 잊혀진땅 어느구석엔가 영원히 묻어두고 새롭게 사제를 만든 이후로 그동안 나는 접속을 하지 않았었다. 급하게 나의 계정으로 접속해본다. 로그인 화면이 바뀌고 캐릭터선택 화면이 뜬다.
"..........."
그리고 그 곳에서 나는 영원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영원이의 모습이 랩1짜리 작은 노움의 모습으로 변하여 나의 계정안에 살아 숨쉬고 있었다.
"여... 영원아....."
말라버린 줄 알았던 눈물이 다시 흐른다. 마치 수도꼭지처럼 울움도 나지 않는데 눈물만 흐른다.
"이... 이거였니."
내가 영원이를 찾아 처음으로 병문안을 갔었던 그날. 굳이 내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알려달라고 때쓰던 이유를 나는 오늘에서야 알 수가 있었다. 내 계정안으로 들어와 있는... 영원의나라.
.
.
.
.
앞이 뿌옇다. 눈이 보이질 않는다. 떨리는 손으로 양복주머니 안쪽을 더듬어 본다. 차마 용기가 나질않아 아직까지 뜯어보지 못한 영원이가 나에게 남긴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 조심스럽게 손으로 봉투를 뜯어 내용물을 꺼내어 본다.

=============

-삼춘!!! 헤헤!! 연희에요.
-이렇게 편지로 쓰자니 되게 어색하고 쑥쓰럽네요. ㅎㅎ
-그래도 삼춘한테 꼭 남겨야 할 말이 있어서
-이렇게 글을 써봐요.
영원아...
-이 편지를 삼춘이 보고 있다면.. 이미 내가 세상에 없다는 뜻이 되겠죠?
-헤... 왠지 쪼끔 서글프다. ㅠ0ㅠ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이제 더 이상 아플 일은 없을테니까요.
이렇게 될 거 알고 있으면서도 너는 그리도 밝고 명랑했었구나.
-삼춘... 얼마 안있으면 삼춘 생일이네요.
-그동안 찾아가질 못해서 많이 미안했어요.
-삼춘이랑 에버랜드 갔다온 담에 며칠있다가 갑자기 되게 많이 아팠어요.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는데.. 엄마랑 언니가 펑펑울면서 옆에 있었어요.
-내가 정신을 잃은지 하도 오래되서 죽는줄 알았었대요.
어느날 갑자기 소식도 없이 사라졌었던 영원이. 그리고 끝없이 이어졌던 나의 기다림.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는데... 며칠전까지만 해도 중환자실에 있었어요.
-어제 병실로 옮기면서... 언니랑 엄마랑 막 우는 걸 보았어요.
-내가 몸이 많이 좋아져서 옮기는데도 슬픈가봐요.
-참 다행이에요. 삼춘한테 인사도 못하고 먼 곳으로 가는줄 알았었는데...
촛불은 꺼지기 전에 가장 밝다. 아마도 영원이도 그런 상태였으리라...
-며칠있으면 삼춘 생일인데.. 선물도 준비할 수가 없네요.
-그래서 언니 졸라서 병실에서 컴퓨터 할 수 있게 조르고 있어요.
-아파서 안된다고는 하는데.. 조금만 더 조르면 될 것 같아요.
-작은 언니는 내 말이면 무조건 들어주거든요. 헤헤..

그랬구나.. 그렇게 힘들게 내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구나.

-예전에 혼자 집안에만 있을 땐.. 세상이 참 어두웠어요.
-삼춘 몰랐죠? 예전에 내가 얼마나 외로왔는지....
-일년, 이년 아파가면서... 친구들과도 점점 멀어져가고
-대학엘 가서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 사람들만... 마냥 부러워하곤 했어요.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책을 읽는 것 뿐...
-다른 사람들처럼.. 연애도 하고, 차도마시고, 수다도 떨면서 그렇게 평범하게 사는것이
-내게는 왜 이리도 힘든 것일까요....
한번 쏟아져내리는 눈물은 멈추지를 않는다.
-어떨때는 빨리 죽고 싶은 적도 있었어요.
-이렇게 힘들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보다 그게 더 나을꺼란.. 그런 나쁜생각 한적도 있었어요.
-첫눈에 반한다는... 그런 것 따위는 절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하루하루 지내다가.. 우연히 인터넷에서 게임이란 걸 할 수 있다는 거 알게 됐구..
-그러다가 삼춘을 만나게 됐었죠.

그래... 나도 기억해.
-맨 처음 삼춘을 봤던 순간이 지금도 생각이 나요.
-괴물들한테 둘러쌓여서 어떻게 할수도 없는데..
-막 도망다니려고 해도 점점 더 늘어나서 이젠 끝인가보다 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삼춘이 내려왔어요.
삼춘도 잊지 않고 있단다...코볼트들에게 둘러 쌓여 난감해하던, 영원이 네 모습을.
-불타는 말을 타고 내앞에 나타나 하늘에서 불덩어리를 내리는 삼춘의 모습은
-나한테는 정말 꿈같은 모습이었어요.
-투구에가려서 얼굴도 볼 수가 없고.. 빨간눈이 무섭긴 했지만...
-분명히 좋은 사람일 거라 생각했어요.
언제나 공포머리를 푹 눌러쓰고 다니던 그때의 내모습이 기억이 난다.

-헤... 첨엔 언니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삼춘이란 거 알고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르죠?
-에버랜드에서도 첨 봤을때.. 너무 좋았구요...
-삼춘이랑 원숭이랑 곰들이랑 같이 놀때두 정말 잊지 못할꺼에요.
-태어나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어요.

그랬구나... 나도 그랬었어.

-나 사실은 예전에 삼춘이 말했던 게 자꾸 기억이나요.
-오래 전 글을 쓰다가 다 접었다는... 그 이야기.
-그 언니가 삼춘한테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몰라도...난 삼춘이 다시 글을 썼으면 좋겠어요.
-사실은... 꿈을 버릴정도로 좋아했던 그 언니한테 왠지 질투도 생기구요. -_-)+
-나 때문에 다시 글을 쓸 수 있다면... 내가 언니를 이기는게 되는 거니까. 헤헤..
-꼭 들어줄꺼죠? 내 마지막 소원이니까.. 안들어주면 안되요.ㅎㅎ

바보야. 이미 나한테는 너 밖에 없는 걸...
내 마음은 영원이 너밖에 없어서.. 다른건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는 걸...

-아 참!! 그리고 소원 하나 더!!
-나 없다고 해도 절대로 울거나 하지 말고... 밥도 잘먹고 회사도 빠지면 안되요.
-그냥.. 삼춘을 많이 좋아했었던 사람,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만 기억해주면 되요.
-만약 내가 없다고 해서 매일 울고, 모든걸 다 포기해 버리는 그런 삼춘이 된다면
-나는 하늘나라에서도 되게 많이 슬플꺼에요.

내가 어떻게 널 잊겠니.
세상이 지금 끝난다고해도.. 어떻게 그 기억을 지우겠니.

-사실 지금도 걱정이 되요.
-툭하면 우는 울보라... 옆에서 누가 항상 돌봐줘야하는데...
-우리 삼춘... 불쌍해서 어떡해요. 그렇게 울 때마다 내가 눈물 닦아줘야 하는데.
-이젠 그렇게 못해줘서.. 너무 미안해요.
-나... 더 울게 만들지 않을꺼죠? 씩씩하고 멋지게 살아 갈 수 있죠??

내가 울 때마다.. 항상 내 얼굴을 어루만져주던 작은 아이.

- 울지 말아요. 삼춘은 흑마잖아요.ㅎ
- 해봐요. 나는 울지 않아.
- 해봐요. 나는 흑마니까, 절대 울지 않아.
-절대 울면 안되요.. 이젠.. 삼춘 울어두 눈물 닦아줄 사람 없으니까..
-삼춘이 울면 하늘나라에서도 나 너무 슬퍼서 편하지 못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앞으론 절대로 울지 않기!! 약속!!!

미안해... 울면 안되는데... 자꾸 이상한게 눈에서 나와.

-언제나 혼자다니는 삼춘이 많이 안쓰럽고 안타까웠어요.
-쉽게 상처받고.. 쉽게 아물지 않아서.. 언제나 혼자 외롭게 다니던 우리 삼춘...
-내가 항상 곁에서 지켜주려구 했는데... 먼저 떠나서 미안해요.

예전 여자친구와 헤어진 이후로
알속에 틀어박힌 것 처럼.. 언제나 혼자였던 나.

-앞으론 그렇게 혼자만 있지 말구... 친구들도 만나고 그래요.
-게임도 혼자 하지 말구 길드도 들고, 벙개라는 것도 나가고...
-사람들하고 재밌게 아웅다웅 하면서 지내길 바래요.
-그리고... 주말엔 예쁜 언니 만나서 데이트도 좀 하구요.
-그렇게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랄께요.

게임안에서조차 언제나 소환수와 둘이서
외롭게 사냥을 다니던 나..

-그래야 나도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아요.
-만약, 나 때문에 아무도 안만나고
-매일매일 슬픔에 빠져서 지내기만 한다면
-나는 죽어서도 내내 가슴아플꺼에요.

그럴께. 길드도 들고 친구들도 만들께.

-하늘나라에서도 언제까지나 삼춘 지켜보면서.. 행복하기를 기도할께요.
-맨날 삼춘말 어기고 딴짓하는 못된 아이였으니까...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어길께요.ㅎㅎ
-오빠. 연희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우리 현이 오빠.
-처음봤을때부터 지금까지 사랑했어요. 그리고도 앞으로도 영원히 사랑할께요.

참았던 슬픔이 한꺼번에 터져나온다.

-오빠, 그리고 삼춘.
-안녕...

============

한참을 울었다.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흘렸던 모든 눈물보다
오늘 하루동안 쏟은 눈물이 훨씬 더 많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를 걱정하던 아이.
언제나 자신보다도 나를 더 돌보며
위로하려 애쓰던 아이.

'바보얏!!! 거기서 나한테 힐을 주러오면 어떡해!! 몹이 다 널 쳐다보잖아!!'
'아..... 그게.... 삼춘이... 죽는줄 알고.... ㅠㅠ

게임안에서조차 자신의 몸은 돌보지 않고
내게 무한힐을 넣어주던 아이.

'삼춘 이거 먹어요!!'
'이 물약을 사용하면 체력이 140~180만큼 회복됩니다.'

만랩인 내게
하급치유물약을 조심스럽게 건내주던 아이.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어느날부턴가 나에게 감정표현이란 것을 보내던 아이.
그리고 유일하게 내게만 키스를 보내고 부끄러워하던 아이.

'헤헤!! 삼춘!! >ㅂ< '

휴먼캐릭터였지만
마치 노움처럼 방방뛰면서 행동하던 아이..

그리고 이제 노움이 되어
나와 함께 영원히 같이 숨쉬는 아이...

"후........"

이젠 작은 노움으로 변해
내 곁에만 남아있는 아이.

담배를 하나 꺼내문다.
그리고 새캐릭터 생성버튼을 눌러
예전의 영원이의 모습을 꼭 닮은
흑마를 하나 만들어 본다.

'파멸의나라'

아직 내겐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는 것이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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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리어스 | 2007/02/01 16:41 | ♧스크랩 & 뉴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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